혼자할 때 ‘텐가’가 필요한 이유?

손보다 텐가가 나은 8가지 이유.

“남자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쾌락’이 아닌 ‘사정’인 줄 알았다. 직접 써보면 남성의 쾌락이 원래 이렇게 복잡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그림은 2013년 TV 도쿄 방영 드라마 <모두! 초능력자야!>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다수의 동정童貞 남녀가 갑자기 초능력을 얻어 세상을 구하는 기상천외한 드라마이자 영화감독 소노 시온의 창의적인 형식미가 돋보이는 성장 드라마다. 카페 시호스를 운영하는 염동력의 소유자 테루미츠(역시나 동정이다)가 남몰래 같은 반 여학생을 좋아하는 주인공 요시로를 위로하는 대사를 통해 ‘텐가’가 처음 등장한다. “텐가가 있으면 여자는 없어도 돼.” 텐가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5천만 개 이상 판매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위 기구 브랜드다. 일본에서는 드라마에서 고유명사로 언급할 만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의 ‘여자보다 자위기구’라는 시각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틀렸다. 동정의 남자는 잘 모르겠지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만드는 쾌락과 타인을 욕망하고 수용하고 요구하고 보조하면서 이뤄지는 쾌락은 상당히 다르다. 2016년 11월, 한국에서도 텐가가 정식으로 발매됐다. 일본에서 첫 출시된 이후 12년 만이다. 맨손의 강력한 경쟁자로서의 남성 자위 기구, 텐가를 탐구했다.

소위 ‘피스톤 운동’이 남성 자위의 기본이다. 손을 오므려서 성기를 감싸고 앞뒤로 움직이는 건데, 자극은 손으로 잡은 부분만 이뤄질 뿐 선단 부분은 방치된다. 텐가도 여느 자위 기구처럼 선단 부분까지 닿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공기의 흐름까지 고려해 그곳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구멍을 뚫는 자위 기구는 흔치 않다. 벽처럼 막혀 있지만, 예컨대 플립 시리즈의 선단부를 감싸는 구형 구조를 생각하면 단지 ‘벽’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게 대상을 단순화한 것이긴 하다. 가장 기본인 컵 스탠더드가 성기 길이 15센티미터 기준이고, SD 텐가처럼 좀 더 작은 길이(12센티미터)도 벽에 닿을 수 있게 만든 텐가도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어떤 텐가를 쓰는지 묻는 건 실례일 수 있다.

위생 마츠모토 고이치 대표는 소비자가 약 1만원의 컵 스탠더드가 병행수입으로 한국에서 3만원대에 팔리고, 그로 인해 1회용 제품을 콘돔을 끼고 재사용하는 등의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소비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텐가의 모토는 ‘Sexual Wellness’, 건강한 쾌락이다. 텐가 내부의 모든 실리콘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들이다. 에그, 포켓, 컵 등 1회용 제품 이외에 재사용 가능 제품들에 한해 좀 더 손쉽게 내부를 씻고 말릴 수 있는 방법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최신의 하이엔드 자위 기구 플립 시리즈의 경우 내부를 열어 씻을 수 있고, 동봉하는 건조대에 세워 말릴 수 있는 구조로 제작했다.

액체 대용은 대용일 뿐이다. 손에 로션을 바르고 자위하면서 손결이 촉촉해지는 것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다. 텐가에서는 점성이 다른 세 가지 종류의 로션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트리트먼트처럼 점도가 높지만 오래 지속되는 리치 아쿠아, 헤어젤처럼 끈적거리지만 피부에 닿으면 물처럼 촉촉해지는 내추럴 웻, 토너처럼 물에 가까워서 피부가 맞닿는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다이렉트 필. 에그 전용 로션, 플립 홀과 함께 발매된 네 종류의 홀 로션도 있다. 역시나 점도에 따라 나뉘지만, 멘톨이 배합된 와일드 로션의 경우 좀 더 확실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쾌락 남자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쾌락’이 아닌 ‘사정’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남성의 쾌락은 이상하리만치 성기에 집중돼 있고(오로지 생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성기조차도 사정 임박감에만 충실히 봉사한다. 텐가는 단순히 성기의 피스톤 운동을 실감나게 해주는 ‘구멍’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직접 사용해보면 남성의 쾌락이 원래 이렇게 복잡한 것이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자극부터 묵직하고 강력한 자극까지, 패턴 조각처럼 유려하게 실리콘을 깎아내 복합적인 자극을 선사하는 3D 시리즈와 촉감, 압력, 지지, 마찰 등 성기에 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을 고려한 플립 제로가 대표적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출시 전이지만 ‘Moova’처럼 삽입하고 비틀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강도 악력과 자위 시 쾌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논의된 바가 없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텐가는 기본적으로 공기역학이 반영된 기구이지만, 그중에서도 에어테크는 ‘흡인력’으로 강도를 조절하는 데 특화된 시리즈다. 빡빡하고 느슨한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선택지가 있고, 돌기나 물결 굴곡이 들어간 모델, 흡인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VC 컨트롤러를 추가한 모델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스트롱’과 ‘울트라’ 모델은 많은 남자에게 제법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온도 특별히 수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위할 때 차가운 손이 닿는 게 싫었던 경험은 많지 않겠다. 설사 그렇더라도 ‘피스톤 운동’과 함께 냉기는 사라지게 마련이고, 텐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처음 닿을 때의 냉기가 싫다는 고객의 요구가 있었다. 텐가는 홀 워머와 핫 텐가를 출시했다. 일종의 핫팩이지만 재사용도 가능한 홀 워머는 삽입구에 집어넣어 내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핫 텐가는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 내수용 모델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 발생 시 해외에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홀 워머의 발단부터 핫 텐가의 제한적인 판매 경로까지, 텐가의 철저한 고객중심주의를 엿볼 수 있다. 텐가의 ‘온기’는 비단 기술이 아닌 듯하다.

개인 텐가 코리아 홈페이지에서는 각각의 사용자들을 위한 텐가 피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기의 길이와 직경, 귀두의 직경, 선호하는 자극의 강도와 성기의 자극점에 맞춰 개인에게 적합한 텐가를 추천한다. 또한 자위 기구에 ‘장난감’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아티스트들과 함께 커스텀 텐가를 제작해주는 행사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2017년에도 아트 토이 컬처에 참가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는 ‘장난감’에는 키스 해링 에디션 텐가가 있다.

건전 텐가의 성공 비결은 아낌없이 예산을 쏟아부어 새로운 자위 기구 연구와 개발에 집중한 게 우선이지만, 남성의 자위 기구에 드리워진 음습하고 더럽고 유아적인 이미지를 걷어낸 점도 중요하다. 텐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화구가 담긴 통 혹은 고급 이어폰 케이스쯤으로 생각할 만큼 말끔하고 세련되었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텐가의 제품 철학 중 하나를 반영한 결과다. 그래봤자 누군가는 결국 자위 기구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또 하나의 철학은 “누구나 쾌락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다. 소프트 컵은 조루 치료용으로, 하드 컵은 지루 치료용으로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성을 위한 바이브레이터 SVR과 델타도 시판 중이고, 스마트폰용 정자 관찰 키트 멘즈 루페처럼 쾌락이 아닌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제품도 있다. 장애인을 위한 자위 기구 개발을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개별적인 장애의 정도에 따른 자위 기구 개발 과정이 만만치 않아 일단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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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