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부추기는 푸조의 SUV, 볼보의 왜건

이달을 대표하는 붉은 심장. 5월의 자동차는 푸조 3008 GT LINE과 볼보 CC D5 AWD, 두 대다.

PEUGEOT 3008 GT Line
크기 ― L4450 × W1840 × H1625mm
엔진 ―1,560cc I4 터보 디젤
변속기 ― 6단 자동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최고출력 ― 120마력
최대토크 ― 30.6kg·m
공인연비 ― 13.1km/l
가격 ― 4천2백50만원

‘호불호’라는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갈리기 마련이라지만, 푸조는 유난히 호불호가 강한 자동차다. 당장 ‘WRC에서 담금질한 핸들링과 하체 감각’이라는 것만 해도 장점이 곧 단점이었다. 특화된 장점을 지지하는 사람은 푸조를 사랑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사람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 그냥 자동차일 뿐이었다. 그랬던 푸조가 달라졌다. 변화는 단호했고,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SUV로 환골탈태한 멀티플레이어는 푸조 특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보편 타당하게 좋아할 만한 요소가 풍성해졌다. 유럽 시장에 등장한 지 1년이 안 된 2세대 3008은 이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3월 19일 막을 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SUV 처음으로 ‘올해의 차’에 뽑히며 세상 까탈스러운 전문가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푸조가 맞나 싶을 만큼 생김새가 매력적이다. 다소 뒤뚱뒤뚱 불안한 비율의 1세대와는 달랐다. 애매한 크로스오버에서 당당한 SUV로 거듭났달까. 크롬 프런트 그릴이 수직으로 뚝 떨어지며 다부진 인상을 만들고, 두툼한 보닛과 면을 살리고, 곡선을 최소화한 실루엣이 균형미를 키웠다. GT라인은 고성능 GT모델의 파츠를 일부 더해 멋을 냈다.

흡족한 겉모습만큼 실내도 달라졌다. 콘셉트카 실내라 해도 믿을 만큼 독창적이다. 보기 좋고 다루기 쉬우며 군더더기 없이 강렬하다.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인간공학 레이아웃이랄까. 2세대 아이-콕핏 시스템 덕이 컸다. 내 차에 달고 싶도록 디자인과 만듦새가 모두 흡족한 작은 스티어링 휠 뒤로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이 빛난다.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계기반은 모드에 따라 주행 속도 하나만 크게 숫자로 표시하다가도 타코미터와 속도계는 물론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현란한 정보창으로 변한다.

이번에 국내에 먼저 선보이는 3008 파워 트레인은 1.6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기어박스 조합이다. 최고출력 120마력과 최대토크 30.6kg·m로 리터당 13.1킬로미터를 달린다. 배기량 적은 디젤 엔진의 실내는 정숙하고 안락했다. 레드존은 타코미터 6,000rpm 중 5,000부터. 수동 모드에서 풀 드로틀하면 약 4,500rpm에서 단수를 올렸다. 부드럽고 빠르게 톱니를 바꿔 물며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직결감 좋은 기어박스와 토크 넉넉한 디젤 조합은 부드럽고 무난하게 차를 밀었다. 적당히 가속페달을 다루면 시속 160킬로미터까지 쉽게 속도를 올렸다. 안락한 승차감이지만, 파도처럼 하체가 넘실거리지 않았다. 덩치 큰 SUV에 올라 작은 해치백을 모는 듯 운전이 다부지고 가뿐했다.

푸조는 신형 3008을 통해 2퍼센트 부족했던 대중성을 얻을 작정이고, 그럴 가능성은 제법 높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제대로 한자리 꿰찰 명분을 만든 셈이다.

Keynote PSA 그룹의 앞바퀴굴림 플랫폼인 EMP(Efficient Modular Platform) 2에서 태어났다. 기존 소형차 플랫폼인 PF2를 발전시킨 것으로, 경량화와 밸런스 강화가 목표였다. 덕분에 신형은 평균 100킬로그램의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덩치가 커졌다. 길이 88,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휠베이스 62, 단점으로 지적됐던 뒷좌석 레그룸을 24밀리미터나 키웠다. 여기에 매직 플랫 시팅이라는 이름의 2열 시트 조절 기능으로 기본 590, 최대 1,670리터까지 뒷공간을 넓힐 수 있다.

 

VOLVO CC D5 AWD
크기 ― L4940 × W1880 × H1545mm
엔진 ― 1,969cc I4 터보 디젤
변속기 ― 8단 자동
구동방식 ― 네바퀴굴림
최고출력 ― 235마력
최대토크 ― 49.0kg·m
공인연비 ― N/A
가격 ― 6천9백90만원

요즘 볼보, 분위기가 화사하다. 옛날 볼보가 점잖고 얌전해서 다소 따분했다면 요즘 볼보는 젊고 경쾌해졌다. 디자인을 바꾸고 다운사이징 엔진과 풍성한 편의장비와 새로운 기술을 잘 버무려 스칸디나비안 럭셔리의 맛을 뽐내고 있다.

세단과 SUV로 인기가 좋지만, 사실 볼보의 장기 중 하나는 왜건 만들기다. 60년 동안 600만 대 넘는 왜건으로 실력을 입증해온 집안이다. 1953년 듀엣이란 이름의 왜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독특한 장르의 모델을 내놓고 있는데 그 왜건 역사의 최신판이 바로 CC인 셈이다.

왜건과 SUV의 접점에 선 CC는 신선한 디자인 언어로 존재감을 키운다. 5미터에 가까운 덩치를 간결하고 우아하게 다듬었으니, 토르의 망치를 품은 LED 헤드램프의 빛나는 눈매는 언제 봐도 참신하다. 금속 장식이 촘촘한 프런트 그릴 한가운데 달린 새로운 아이언 마크 엠블럼은 젊어진 볼보의 요즘을 대변한다. 차체 아래와 펜더에 검정 플라스틱 마감을 덧댄 CC에게 오프로드의 작은 상처쯤은 대수롭지 않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두루 섭렵하기 위한 태도와 자세가 훌륭하다.

결을 살린 호두나무 장식 실내는 차분하다. 직관적이라 쓰기 쉬운 9인치 터치스크린은 군살을 덜어낸 일등 공신. 원하는 기능을 찾아 원하는 대로 다루기가 10년 쓴 오디오처럼 쉽다. 3미터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에 공간은 여유롭다. 끊임없이 짐이 실리는 560리터 뒷공간은 뒷시트를 접으면 1,526리터까지 늘어난다.

다양한 라인업 중 국내에는 235마력과 49.0kg·m 토크의 디젤 모델 D5가 먼저 들어왔다. 넘치는 힘을 다스리는 게 말처럼 쉬웠다. 1,750rpm부터 터져 나는 강력한 토크에, 커다란 덩치가 가볍게 내달렸다. 출력은 막힘이 없었고 엔진은 가뿐하게 움직였다. 덩달아 속도계 바늘도 시속 200킬로미터쯤 우습게 다다랐다. 무르익은 8단 자동변속기는 믿음직하게 힘을 냈다.

CC는 다그치며 달리는 차가 아니다. 풍요로운 성능과 넉넉한 실용성을 맘껏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존재다. 어디를 달리든 안정감이 있고 그만큼 편안하다. 어제가 오늘 같은 일상의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CC를 두고, 일탈을 부추기는 볼보의 최신판 마약이라 말한다면 지나칠까.

Keynote CC는 멀티플레이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두루 섭렵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래서 다섯 가지 주행모드를 품었다. 상황과 취향에 선택만 하면 된다. 연료를 아끼며 달리는 에코와 평소 나긋나긋 달리는 컴포트, 운전하는 재미에 심취할 수 있는 다이내믹, 길이 아닌 곳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오프로드, 취향에 따라 엔진과 스티어링 반응 등을 따로 조율해 쓰는 인디비주얼 모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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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