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클래식 55개 브랜드

오뚜기, 빙그레, 샘표, 곰표, 번개표, 해태, 롯데, 크라운, 엔젤악기, 도루코, 진주햄, 쓰리쎄븐, 한국도자기, 쌍방울, 프로스펙스, 아카데미과학….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는 55개 국산 브랜드, 그리고 클래식이라 부르고픈 바로 그 제품들.

1. 정식품 베지밀 에이 1968 2. 해태 에이스 크래커 1974 3. 구포연합식품 쫄깃국수 1943 4. SUN 라이터용 가스 1962 5. 스타스포츠 축구공 1965 6. 롯데칠성 마주앙 레드 1977 7. 티티경인 샤파 연필깎이 KI-200 1979 8. 프로 스펙스 클래식 CS 103 1981/2016

 

3-4 170407 GQ(F)_10250-2

1. 오뚜기 3분 쇠고기카레 1981 2. 대상 미원 맛소금 1974 3. 매일유업 오리지널 우유 1973 4. 롯데 칸쵸 1984 5. 동서식품 프리마 1974 6. 동원산업 동원참치 살코기 1982 7. 곰표 밀가루 1952 8. 펭귄FNC 꽁치 보일드 1966 9. 오리온 초코파이 1974 10. 샘표 진간장 1954 11. 서울우유 커피우유 플러스 1974 12. 농심 육개장 사발면 1982 13. 삼양 삼양라면 1963 14. CJ제일제당 다시다 1975 15. 크라운 산도 1961

 

5-6 170407 GQ(F)_10264 복사 copy

1.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 1971 2. 내쇼날 푸라스틱 by 디앤디파트먼트 플라스틱 공구 박스 1986 3. 태화 고무장갑 1972 4. 애경 트리오 1966 5. 빙그레 투게더 1974 6. 아카데미과학 HOBBY MODEL KITS 1969/1990 7. PN풍년 풍년 압력솥 1973

 

7-8 170407 GQ(F)_10254-1 copy1. 진주햄 천하장사 1984 2. 모나미 153 볼펜 1963 3. 남영비비안 판타롱 스타킹 1963 4. 보령제약 용각산 1967 5. 송월타올 이태리타월 1970년대 6. 쌍방울 트라이 베이직 브리프 1987 7. 동국제약 마데카솔 연고 1970 8. 문화연필 더존 하이믹심 2B 1949 9. 범우사 범우문고 1976 10. 유한양행 안티푸라민 1933 11. 번개표 램프 1966 12. 피스 코리아 33호침 1977 13. 동아연필 오피스 연필 HB 1946

 

9-10 170407 GQ(F)_10290 copy

1. 행남자기 골드라인 커피잔 1953/2005 2. 대웅제약 우루사 1961 3.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1986 4. 도루코 문구도 새마을칼 1955 5. 엔젤악기 리코더 1981 6. 금강제화 리갈 헤리티지 1969 7. 한국도자기 프라우나 접시 1948/2003 8. 일화 맥콜 1982 9. LG 생활건강 페리오 777 칫솔 / 페리오 치약 1981 10. 유한 킴벌리 뽀삐 화장지 1974 11. 아모레 퍼시픽 ABC 포마드 1951 12. 쓰리쎄븐 777 손톱깎이 1960년대

 

수렁에서 건진 클래식 바밤바는 변했다. 예전엔 베어 물면 달콤한 꿀 같은 게 흘러나왔는데, 요즘은 마치 찐 밤인 듯 텁텁한 알갱이가 씹힌다. 돼지바도 스크류바도 ‘그 맛’이 아니라고들 한다. 새우깡은 어떤가. 에디터가 요즘 새우깡에 아쉬워하는 점은, 예전보다 덜 짭짤하다는 엄연한 팩트에, 봉지마다 하나쯤은 나오던 불량(덜 튀겨졌거나 안 튀겨져 딱딱한)이 없다는 ‘이상한’ 취향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쌍방울 트라이 흰색 삼각팬티를 입는 것도 이상한 취향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3천원짜리 그것을 서랍에 쌓아두고 사는데, 면의 품질은 물론 스타일로서의 쾌감, 여차하면 1회용으로 간주해버릴 수 있다는 극단적 편리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트라이도 예전 트라이와는 다르다. 1987년 처음 트라이가 나왔을 때는 기존 쌍방울로부터의 고급화 전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흰색 삼각 팬티만 아니면 어쩐지 고급으로 여기는 맥락이 있었다. “파란 넥타이, 줄무늬 팬티 그것만이 전부는 아냐.” 이 노랫말을 아는가. 이승철의 ‘방황’ 후렴부다. 세상에, 팬티에 줄무늬가 있다는 것만으로 도시적 욕망을 표현할 수 있다니. 1991년의 일이다.

세상 모든 게 변하거나 변하지 않듯 우리 일상을 둘러싼 브랜드와 제품들도 변하거나 변하지 않거나 내내 그러는 중. 하필 거기에 ‘클래식’이라는 문제를 던진 2017년 4월,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1975년생 에디터와 1990년생 어시스턴트가 장바구니를 밀며 나눈 얘기는 이렇다. “도투락이 없어졌나? 통통만두 안 나오나? 소머리표 마아가린이라고 있었는데, 쌀로별 만드는 회사가 기린이 아니네, 컵라면 처음 나왔을 땐 컵라면이 아예 제품 이름이었는데, 그거 없어졌지. 혹시 삼강사와라고 들어는 봤니?” 그러다 오뚜기 제품이 즐비한 코너에서는 약간 흥분했다. “이 케찹 좀 봐. 튜브며 비닐까지 그대로야. 1986년쯤 학교 앞 핫도그집에서 ‘케찹 많이 뿌려주세요’하던 날의 케찹과 똑같은 케찹이라고.” 이건 무슨 종류의 가치일 수 있을까. 부수기, 갈아엎기,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바꾸기, 아주 그냥 싹 뜯어고치기가 ‘새로움’을 모토로 온통 긍정되는 곳에서, 쓸고 닦고 기름치며 보존하는 일에 무슨 가치를 둘 수나 있을까. 그때그때 ‘추억의~’ 따위의 수식을 얻어 마케팅으로 풀어보는 것? 어시스턴트는 이렇게 대꾸했다. “저는 오뚜기 제품을 볼 때마다 왜 새로 안 바꾸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말? 그럴 수도 있는 거였다.

생각나 프로스펙스를 검색했다가 마침 ‘클래식’이라는 운동화가 새로 나오기에 주문을 넣었다. 배달된 것은 과연 프로스펙스였는데, 오리지널이 아니라 어쩐지 복제품 같았다. 이마트에서 롯데 과자 몇몇을 옛 포장으로 판매하는 이벤트가 펼쳐졌고, 분홍색 네모진 칸쵸를 보니 와락 반가운 마음이 일었지만, 골똘히 살펴보면 역시 모형 같았다.

그럼 여기에 펼친 55개의 이름은 무엇일까. 지금 무엇을 클래식이라 부를 수 있으며 무엇을 차마 그렇게 부르지 못할까. 행여 30년쯤 지난 뒤, 누군가 이런 고민을 다시 한다면, 그 장바구니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 텐가.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