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가구 디자이너가 발리 우붓에 차린 호텔

2017.04.28GQ

STONE HOUSE │ 인도네시아 발리

힌두교 사당이 산재한 지역이면서 발리의 예술적 중심지인 우붓은 독특한 카페가 많지만, 차가 막히고 관광객이 붐벼 정신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북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호텔에 도달하면 그런 번잡함이 사라진다. 석회석으로 쌓은 벽과 초록 야자수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들어가면 계단에 꽃잎이 흩뿌려져 있고, 그네가 산들바람에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가운데 큰코칼의 꾹꾹 우는 소리가 정적을 가른다. 중앙에는 손으로 자른 자바산 돌로 만든 연못이 있다. 떨어지는 플루메리아 꽃잎이 연못의 수면에 내려앉고, 아래로 조각보 같은 논이 내려다보인다. 미국인 커플 워커 자브리스키와 웬디 카셀이 좋아서 하는 일인 이 ‘B&B’는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이다. 발리 섬에 거주하는 외국인치고 이들은 현지인과의 잘 교류하는 편이다. 딸이 선구적인 학교로 유명한 그린스쿨에 다니고 있으며 예술가 친구들이 쉼 없이 들락거린다. 카셀은 벽에 예술 작품을 장식하고 이 우아한 공간에 매력적인 서비스를 더하는 일을 담당하며, 가구 디자이너인 자브리스키는 지속 가능한 인도네시아산 나무를 세공해 필요한 것을 만든다. 그가 사용하는 목재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술라웨시 섬 부근 바다에 100년 넘게 수몰돼 있다가 발견된 경질의 목재가 지금은 캐노피 침대가 되었고, 자바 섬의 궁전에서 구조한 벽널이 객실의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 채의 빌라는 저마다 다른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그리스 섬의 산비탈 집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파란색 톤 객실부터, 어두운 빛깔의 재생 목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듀리 러그와 보르네오산 라탄 수공예품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가미한 객실까지. 빌라 한쪽의 오두막 공간에선 차가운 코코넛 워터와 신선한 과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활기를 더하고 싶다면 붉은 고추 덕에 더 맛깔스러운 달걀을 고르도록 한다. 카셀은 손님들이 너무 붐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운이 좋으면 이 매력 넘치는 곳을 혼자 다 차지할 수도 있다.

stonehousebali.com, 더블 룸 약 21만원부터.

    에디터
    글 / 영국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편집팀
    사진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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