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의 새로운 얼굴

이제 막 부임한 닛산의 허성중 대표는 젊고 활기차다. 모두가 재미를 느끼는 자동차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경력 15년 차, 입사 13년 차의 당신이 한국닛산의 새 대표가 되었다니, 분명 본사의 의도가 있었을 테다. “왜 내게 대표직을 맡겨서 나를 힘들게 하십니까?”라고 실제로 따지진 않았다.(웃음) 다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13년간 닛산에 있으면서 누구보다 빠르고 깊게 닛산 사람이 됐다. 닛산은 글로벌 기업이다. 하루에 10개국의 서로 다른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다양한 나라를 이해하고 그 나라에 맞춰서 일하는 부분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닛산의 나아갈 바가 이런 나의 능력과 맞았던 것이 아닐까? 이전엔 외국 대표가 닛산을 이끌었다. 이젠 한국에 좀 더 특화된 사업을 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피자나 커피도 아닌데, 자동차도 ‘지역화’가 중요한가? 물론이다. 안전 기준이라든지, 그 나라만의 특별한 취향이 제각각 다르다. 해치백 시장과 세단 시장이 국내에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차는 워낙 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디에 중점을 두고 차를 가져올지 시장을 잘 알면 도움이 된다. 전 세계 닛산 차종이 60여 종이다. 어떤 것을 가져올 것인가?

닛산이 한국 시장에 더 파고들기 위해선 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나? 닛산이 한국에 소개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사람들이 ‘닛산은 자동차 회사다’라는 인식만 있지 그 다음의 친숙도는 아직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So, what?”이라는 의문이 붙는 거다. 무슨 차가 있는지, 그 차가 왜 좋은지 아직은 알려야 할 것이 많다. 호불호도 아직 없는, 악플이 아니라 무플의 상태.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떤 리플이 달렸으면 좋겠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실 그게 지금까지 닛산이 걸어온 길이다. 왜 박스카 큐브를 만들었을까, 왜 독특한 디자인의 쥬크를 만들었을까? 왜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리프를 내놓았을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기술의 닛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개성의 닛산’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무난하고 평이한 차가 아니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도전적인 차. 그래서 닛산 마니아도 많다.

얼마 전, 여러 자동차를 두고 장단점을 한 줄로 평한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닛산 알티마는 장점으로 2천9백90만원, 단점으로 “지옥에서 온 듯한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는 뜻 아닐까?(웃음) 사실 그런 평가가 놀랍진 않다. 알티마는 좀 부드러운 디자인인 편이고, 사실 쥬크야말로 엄청난 환호와 함께 혹평도 많이 들은 차다. 쥬크의 뉴질랜드 출시, 필리핀 출시, 한국 출시에 모두 참여했는데 처음엔 “저게 차야?”라는 말도 들었다. 큐브도 그랬고. 하지만 그게 닛산의 도전하는 철학이다. 닛산이 두려워하는 건 밋밋한 것이다.

닛산 디자인 특유의 V모션 그릴이 여러 차종에 걸쳐 이어지면서 하나의 일관된 콘셉트로 느껴져서 좋았다. 콘셉트카 브이모션 2.0이 그 디자인의 완결처럼 느껴졌다. 닛산의 디자인 철학이 일상에 짜릿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감정적 기하학이라고도 부르는데, 과학과 감정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래 지향적이지만, 100년 후가 아닌, 곧 다가올 것 같은 미래.

스스로를 닛산의 한 차종에 비교하자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사실 홍보팀에서는 닛산의 스포츠카인 370z(위 사진)이 아닐까 하고 귀띔해줬다. 제가 평소 박진영 같은 사람을 채용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처럼 흥이 나고 도전적인 자동차가 370z다. 하지만 사실 아직도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한 다섯 대가 머리 위로 떠오르는데….

어떤 차를 타던 사람이 닛산을 타면 좋겠나? 그냥 차를 타시던 분이 닛산을 타면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차를 그저 이동수단으로 보던 사람이, 닛산 차를 타면 새로운 차의 재미와 기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얼마 전 닛산 SUV를 모시더니 본인도 모르게 속도를 막 내셨다. 짜릿한 감동이란 이런 거다.

닛산의 V

서울 모터쇼 닛산 부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콘셉트카 ‘그립즈 컨셉트’였다. 잘 팔리는 자동차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당장이라도 통통 튀어오를 것 같은, 강렬한 V 모션 그릴 디자인 차량으로 미래를 제시했다. ‘그립즈 컨셉트’는 SUV의 실용성과 스포츠카의 퍼포먼스를 접목했고, 랠리카와 레이싱 자전거로부터 얻은 영감을 디자인으로 녹였다. 모터를 구동하고,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퓨어 드라이브 e-파워’도 갖췄다. 또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를 전면에 내세우며 ‘배출가스 없고, 자동차로 인한 사고 사상자가 없는 사회’를 제시했다. 환경을 지키는 마음과 드라이빙을 즐기는 마음의 결은 정말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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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