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화 소품을 수집하는 사람들

2017.05.19GQ

미친 듯이 비싼 할리우드 영화 속 소품을 수집하는, 좀 요상한 사람들이 있다.

“이전 세대 사람들은 르누아르나 세잔의 작품을 샀죠.” 댄 래니건이 말한다. “우리는 스톰트루퍼의 헬멧이나 <고스트버스터즈>의 양자 발생기를 삽니다.” 건장한 텔레비전 프로듀서가 그의 강박적이며 (돈 많이 드는) 영화 소품 수집에 대해 말한다. “이게 우리 세대의 예술입니다.” 예전에는 소품 수집이 지하세계의 취미였다.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밝히지는 않았다. 찰턴 헤스턴이 <혹성탈출>에서 목에 찬 노예 멍에를 사고 싶다는 말을 하기가 민망할 뿐만 아니라, 소품은 제작 스튜디오의 재산이므로 소유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수상쩍은 스튜디오 관계자와 수집가의 무리가 개인 차원에서 거래를 했다. 그러다 1970년 MGM이 자체 방음 스튜디오에서 사흘 동안 경매를 열어 혼란을 바로잡으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해진 의상이나 오래된 가구 등의 공상과학 영화 소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두 점이 등장했다. 하나는 H.G. 웰스의 원작을 각색한 1960년 영화 <타임 머신>에 등장한, 스팀 펑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동명의 기계였고, 나머지 하나는 <금단의 행성>에 등장한 비행접시로 잘 알려진 연합 항성 순양선 C-57D였다. 타임 머신은 거의 10만 달러에 팔렸으나 은색 비행선은 당시 판매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가, 8년 전 7만6천7백 달러에 팔렸다. MGM의 경매 이후 공상과학 소품의 가격은 일상적으로 10만 달러 단위의 가격에 팔렸다. 2015년 10월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IV의 저항군 밀항선 축소 모형이 45만 달러에 팔렸다. 아주 돈이 많이 드는 이 취미는 가장 쿨한 물건을 손에 넣는다는 의미 이상이다. 잃어버린 청춘, 자기정체성, 과거의 보존, 그리고 대부분의 수집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영웅 숭상과 비밀 코스튬 플레이다. 떨리고 땀이 밴 손에 소품을 쥐고 그 소품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사는 동안 얼마나 되겠나. 별로 없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 소품 릭 데커드의 PKD 블래스터 | 디자이너 테리 루이스와 리들리 스콧 | 재질 222 구경 스테이어 맨리처 SL 소총, 차터 암스 불독 44구경 스페셜, 그리고 LED 6점 (붉은색 4점, 녹색 2점) | 최근 판매가 27만 달러(약 3억 8백만원)

<블레이드 러너>에 쓰인 총이 매물로 나왔을 때, 공상과학 소품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다. 24년 동안 소식이 없어, 열광하는 이들은 릭 데커드의 권총이 빗속의 눈물처럼 영원히 유실되었다고 믿었다. 그랬다가 유리 상자에 담긴 채 2006년 월드콘에 돌연 등장했다. 진짜 <블레이드 러너>의 총일뿐만 아니라 진짜 영웅(근접 촬영을 위해 세부사항이 잘 살아 있는 소품을 일컫는 말)이었다. 3년 뒤 데커드의 PKD(<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가인 필립 K. 딕을 향한 능글맞은 찬사)는 경매에서 2백70만 달러에 팔렸다. 최고가 입찰자는 “엄마 시험”을 거친, 소품 입찰해 수집하는 댄 래니건이다. ‘엄마 시험’은 어머니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소품이라는 의미다. 여느 공상과학 영화의 총과 달리, 이 블러스터는 생김새와 느낌이 진짜 총 같다. 진짜 부품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총신 위에 붙인 두껍고 평평한 철제판과 탄창은 222구경 스테이어 맨리처의 SL 수동식 노리쇠 사격용 소총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른 부품은 차터 암스 불독 44구경에서 왔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공상과학에 순수 탐정 느와르가 섞인 셈이다.

 

영화 로보캅(1987) | 소품 ED-209 VFX 축소 모형 | 디자이너 크레이그 헤이즈 | 재질 수지, 철사, 고무, 금속 뼈대 위에 발포 고무 | 최근 판매가 미정

폴 버호벤의 저예산 히트작인 <로보캅>에는 디트로이트의 빈민가 청소 임무를 맡는 동명의 사이보그가 등장하지만 디스토피아적이고 살기 넘치는 ED-209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래니건은 ED-209의 모형을 시각 특수효과 감독인 필 티페트로부터 개인 거래를 통해 직접 사들였다. 관절이 빠짐 없이 움직이는 ED-209의 축소 모형은 단 두 점 가운데 하나로, 20센티미터 높이의 모형은 원래 크기(미터, 킬로그램)와 똑같이 가동되지만 실시간 액션 장면에서는 대부분 움직이지 않는 유리 섬유 모델이 쓰였다. 네 다리를 통제하는 수압식 ‘달구’ 네 점부터 배기구나 라디에이터까지, 정지 동작과 실시간 액션 촬영에서 완벽히 일치해 후반부 작업에 편하도록 강박적일 정도로 세부 묘사에 신경을 썼다. 단지 역사만으로 수집가들이 ED-209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래니건은 “ED는 죽여주는 코르벳에 다리가 달린 꼴이죠. 악한이지만 웃기는 멍청이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도 많아요”라고 말한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1984) | 소품 양자 발생기 | 디자이너 스티븐 데인과 이반 라이트만 | 재질 섬유 유리, 알루미늄, 조명, 고무 배관, 컴퓨터 부품 | 최근 판매가 16만9천달러(약 1억 9천만원)

사진 속 휴대용 불법 핵 가속기는 군용 화염방사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공구 자문가 스티븐 데인은 할리우드의 육군 불하 물자 매장에서 배낭 뼈대를 산 뒤 대강의 원형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반 라이트만이 자신의 손길을 더했다. 주물 섬유 유리 껍데기는 미국 육군 사양의 배낭 뼈대에 볼트로 고정한 알루미늄 뒤판에 붙어 있다. 데인이 페인트를 칠한 뒤 알루미늄제 경고 딱지 (위험: 1KV 고압), 섬광등, 강도 조정 노브, 그리고 화면에서 눈에 확 들어도록 돕는 전기 부품을 넉넉히 붙였다. 세이지와 데일의 저항, 클리파드 기송관, 아르콜렉틱사의 지시등, (중성자 올가미에) 레그리스 밴조 볼트 등도 추가했다. 보이는 것처럼 무겁다. 전지를 포함하면 영웅 소품은 14킬로그램이 넘는다. 4년 전 래니건이 영화에 등장한 영웅 양자 팩을 그의 수집품에 추가했다.

 

시리즈 스타트렉(1966~69) | 소품 페이저 | 디자이너 와 창 | 재질 수지, 금속, 사탕 막대기 | 최근 판매가 20만 달러(약 2억 3천만원)

가짜 스타트렉 소품이 유통 중이지만,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를 일컫는 “TOS”에 등장하는 이 페이저는 가짜랄 구석이 전혀 없다. 1970년대 파라마운트가 소품 아티스트로부터 직접 사들였으니 일단 근원이 믿을만 하다. 알루미늄, 섬유 유리, 주물 수지로 만든, 실제 촬영용 영웅 소품이다. 손잡이는 손으로 칠한 청동 관에 사탕 막대기를 붙여 장식했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중간 등급의 섬유 유리 모형이나 스턴트에 쓰인 바큐폼 플라스틱 모델도 있다. 커크 함장이 클링온을 권총으로 가격할 때 쓰는 종류 말이다. 하지만 세부 묘사가 살아 있는 모형은 근접 촬영에 쓰였다. 단 두 점의 영웅 페이저만 만들어졌으니 가치가 꽤 높아 최소 20만달러에 거래된다. 하지만 소유주는 팔 생각이 없다. 화면에 등장한 그의 페이저는 수상작인 고전 2001 스페이드 오딧세이 등을 포함하는 거대한 공상과학 소품 콜렉션의 일부다. TOS 페이서를 정녕 손에 넣어야만 하겠다면 돈이 아주 많아야 할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1983) | 소품 루크 스카이워커의 광선검 | 디자이너 노만 해리슨과 노랭크 엔지니어링 | 재질 오리지널 광선검의 주물 수지 복제 | 최근 판매가 3만 달러 (약 3천4백만원)

빈티지 수집품의 세계에서 미친 가격을 부르는 대표 상표가 있다. 공상과학 소품 세계에서는 스타워즈다. 루카스필름에서 나온 제작 소품은 판매 전 예상가를 비웃듯 뛰어넘는다.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타이 파이터는 예상가의 거의 두 배에 팔렸다. 더 인상적인 경우가 2005년 마크 해밀이 같은 영화에서 쓴 광선검의 입찰로, 예상가의 세 배인 20만6천달러에 팔렸다. 이런 1세대의 무기(클라우드 시티에서 벌어진 베이더와 결전에서 루크의 팔과 함께 날아가 버린 광선검)는 세트 장식 담당 로저 크리스찬이 그라플렉스 카메라의 오래된 플래시건 손잡이를 포함한 다른 부품으로 만든 것이었다. 루크가 쓰는 사진의 녹색 광선검은 부품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지 않고 주물을 썼다. 원래 광선검으로 석고 틀을 만든 뒤 고무, 수지, 심지어 금속을 부어 완전히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주물 복제품은 더 가볍고 손상의 위험도 없어서 (배우들의 스턴트 장면과 마찬가지로) 실제 촬영 때 영웅 대신 투입됐다.

 

영화 터미네이터(1991) | 소품 T-800 | 디자이너 스탠 윈스턴 | 재질 플라스틱, 구리 페인트, 전기 니켈, 크롬판 | 최근 판매가 48만8천7백 달러(약 5억 6천만원)

모든 세대에겐 어린 시절 머릿속을 지배했던 악마가 존재한다. 1984년에는 영화 <터미네이터>가 은막(과 VHS)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귀신을 소개했다. 바로 T-800이다. 실물 크기의 오리지널 T-800 내골격은 2007년 경매에서 팔렸다. 입찰가 8만 달러로 시작해 판매 전 예상가를 압도하며 48만8천7백50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살아 움직이지도 않는, 그저 반짝이는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는 이 인형이 그렇게 비싸게 팔린 이유는 뭘까? 두말할 것 없이, 화면에 실제로 등장하는 T-800이기 때문이다. 작고한 특수효과 마법사인 스탠 윈스턴은 <주라기 공원 III>, <에일리언 2>, <프레데터> 등으로 할리우드에 전설을 남긴 인물이다. 188센티미터의 움직이는 T-800 뼈대로 스탠 윈스턴은 미국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 T-800의 대부분은 고분자의 전도성 구리 페인트를 분무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뒤 니켈과 크롬에 차례로 담가 완성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 소품 아를스 1B 달 궤도 왕복선 | 디자이너 해리 레인지, 프레드 오드웨이 외 | 재질 나무, 플렉시글라스, 아크릴, 철, 황동, 알루미늄, 플라스틱 | 최근 판매가 34만4천 달러(약 3억 9천만원)

스탠리 큐브릭은 공상과학 장르를 심심풀이 B급 영화에서 진지한 예술로 격상시켰다. 상당 부분 영화 감독이자 특수 효과 전문가인 더글러스 트럼불 덕분이다. 괴기스럽고 실감 나는 우주여행 장면에 쓰인 대부분의 오리지널 축소 모형은 파괴되었지만, 그 가운데 살아남은 게 하나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달의 클라비우스 크레이터까지 헤이우드 R. 플로이드 박사를 태운 아를스 왕복선 모형이다. 2015년 모형이 경매에 위탁되었을 때, 예상 최고가를 훌쩍 넘겨 34만4천 달러에 낙찰됐다. 복원 작업을 거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아카데미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아를스 모형(무게 45킬로그램에 직경이 240센티미터에 이르는)은 규격품 모형 키트로부터 엄선한 플라스틱 부품으로 마무리되었다. 자세히 보면 전선, 배관, 구부러지는 금속박, 전사지는 물론 열 성형 플라스틱 외장재를 볼 수 있다.

    에디터
    글 / 르네 전(Rene Chun)
    포토그래퍼
    DAN WI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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