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가 헛디딘 삼천포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A.I.는 인간과 닮은 존재인가, 혹은 그 이상인가. 지적 존재는 또 다른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는가. 노장 감독의 질문이 쏟아진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대부,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자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로 돌아왔다. 최초에 그는 <에이리언>(1979)으로 인간을 숙주로 삼는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선보였다. 인간이 우주로 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우주를 개척할 수도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던 시대, 인간을 압도하는 이 미지의 존재들은 우리의 오만한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이 외계 생명체의 기원을 보여주고자 한 그는 프리퀄 3부작을 기획했고, <프로메테우스>로 그 포문을 열었다.

프리퀄 첫 단추인 <프로메테우스>에서 리들리 스콧이 탐구한 건 인간의 기원이었다. 그는 인간이 창조한 A.I. 데이빗과 인간을 창조한 엔지니어를 등장시켜 인간이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리고 속편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에이리언 제노모프와 네오모프의 탄생 설화를 들려준다. 그런데, 초점이 기존 시리즈와는 좀 다르다. <에이리언>이 인간과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가 인간과 엔지니어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A.I.에 집중한다. <A.I.: 커버넌트>여야 하는 거 아니냔 말이 괜히 나온 농이 아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아름답고 근사하며 모호했던 A.I. 데이빗은 이번 영화에선 폭주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되어, 인간을 숙주로 에이리언을 배양한다. 부함장 대니얼스(캐서린 워터스톤)은 전작 리플리(시고니 위버)와 쇼(누미 라파스)의 강인함을 조금도 계승하지 못하고, 다른 승무원들은 멍청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다. 인간을 넘어선 창조주로 나아가려는 데이빗의 욕망만이 표표히 스크린을 메운다. 이것은 한 영화의 창조주로서 리들리 스콧의 욕망처럼 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데이빗의 욕망이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파괴하고 지배하는 신이 되고자 하는 한없이 인간적인 욕망. 데이빗은 굳이 A.I.가 아닌 인간 빌런, 인간 매드 사이언티스트여도 충분히 성립되는 캐릭터다. 그러자 이 영화는 빌런이 인간을 멸살하려는 뻔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부터 인간과 에이리언과 엔지니어와 A.I.라는 말들을 갖고 여러 층위의 비유와 대치를 통해 인간의 기원과 본질에 접근하려는 체스놀이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에이리언을 뺀 모두가 인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인간이 상상하는 인간 너머의 광활한 세계에, 정작 인간 밖에 없는 심심함. 나는 이 시리즈에서 인간화된 A.I.가 아닌 인간을 쪽쪽 빨아먹는 맹렬하도록 냉엄한 외계 생명체들이 보고 싶다. 2018년에 개봉 예정인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가 <에이리언>과의 가교를 어떻게 놓을지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