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험프리 보가트가 입은 트렌치코트

2017.05.23윤웅희

Humphrey Bogart

Humphrey Bogart TRENCH COAT 알베르 카뮈도, 알랭 들롱도 트렌치코트를 잘 입었다. 하지만 험프리 보가트만큼은 아니다. 그는 게리 쿠퍼나 클라크 게이블처럼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었다. 조각 같은 얼굴도 아니고, 별로 섹시하지도 않았으니까. 키도 170센티미터 중반. 할리우드 배우치곤 작은 편이었다. 대신 다른 배우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가 있었다. 냉소적인 표정, 건조한 말투, 금속성의 목소리. 그래서 오히려 딱딱한 인상 뒤에 숨은 인간미와 신념 같은 것들이 더 명확하게 보였다.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배우가 아니라 진짜 사람 같았다. <카사블랑카>에는 험프리 보가트의 매력이 폭발 직전의 별처럼 응축되어 있다. 턱시도 재킷과 보타이, 반듯하게 각 잡힌 페도라, 허리끈을 질끈 동여맨 트렌치코트. 사랑을 위해 고독을 선택해야만 했던 남자의 쓸쓸함이 감상적인 트렌치코트와 필연적으로 어울렸다. 사실 이 영화에서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오는 신은 겨우 두세 번밖에 없다. 하지만 험프리 보가트는 그 장면만으로 트렌치코트의 영원한 상징이 되었다.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가격 미정,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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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You Know It?

1 험프리 보가트는 <카사블랑카>뿐 아니라 <말타의 매>, <어크로스 더 퍼시픽>, <빅 슬립>, <시로코>에서도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굉장한 트렌치코트 사랑이다. 이쯤 되면 거의 홍보대사라고 봐도 좋다.

2 <카사블랑카>에서 입은 코트가 버버리인지, 아쿠아스쿠텀인지에 대해선 트렌치코트 원조 논란만큼이나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몇 년 전, 그의 아들 스티븐 보가트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코트는 아쿠아스쿠텀이었다”고 밝히며 오랜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험프리 보가트는 평소 즐겨 입던 자신의 아쿠아스쿠텀을 영화에서도 입었다는 것이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역시 “험프리 보가트는 본인의 옷을 가져와 의상팀이 골머리를 썩지 않은 거의 유일한 배우”였다고 말하며 이 얘기에 힘을 보탰다.

3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찬 시계는 론진의 에비덴자다. 그는 1941년에 막 출시된 이 우아한 토노 케이스 시계를 갈색 악어가죽 스트랩과 함께 사용했다.

 

“제임스 딘 청바지와 비틀스의 비틀 부츠, 빌 커닝햄이 반평생을 입은 프렌치 워크 재킷과 조니 뎁이 쓴 선글라스, 요즘 부활한 토킹 헤즈의 빅 재킷까지. 영화, 음악, 책과 사진을 속속들이 뒤져 수집하듯 모았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스물일곱 명의 스타일 아이콘과 그의 아이템.”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이현석
    사진
    GETTYIMAGES / IMAZINS, EVERETT COLLECTION
    어시스턴트
    김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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