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파괴한 벤츠, 전기차를 뛰어넘은 쉐보레 | 지큐 코리아 (GQ Korea)

장르를 파괴한 벤츠, 전기차를 뛰어넘은 쉐보레

2017-05-25T10:22:13+09:00 |CAR & TECH|

태양보다 붉은 6월에는 장르 파괴자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와 기름 대신 전기 먹는 마라토너 쉐보레 볼트 EV를 만났다.

MERCEDES-BENZ GLC Coupe 220D


크기― L4700 × W1910 × H1610mm
휠베이스 ― 2875mm
무게 ― 1915kg
엔진형식 ― 직렬 4기통 디젤
배기량 ― 2143cc
변속기 ― 9단 자동
서스펜션 ― 모두 멀티링크
타이어 ― (앞)235/55 R 19, (뒤)255/50 R 19
구동방식 ― AWD
0→100km/h ― 8.3초
최고출력 ― 170마력
최대토크 ― 40.8kg·m
복합연비 ― 12.9km/l
CO2 배출량 ― 148.0g/km
가격― 7천3백20만원

Love Me or Leave Me
고상한 쿠페 스타일을 좁은 2열 공간, 후방 시야와 맞바꿀 수 있다면.
경쟁자 BMW X4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다면.

모델 종류만 두고 보면 국산 브랜드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일부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면 본국 독일에서 출시한 모든 차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이야기다. ‘천냥백화점’처럼 호락호락한 물건만 늘어놓는다면 구시렁거리기라도 하련만, 내놓는 차 모두 라인업을 황홀하게 채운다. ‘각’과 이별하고 ‘곡선’을 택한 GLC 쿠페 역시 마찬가지. 한 체급 아래이긴 해도 GLE 쿠페처럼 SUV와 쿠페의 이종교배로 태어난 별종이다.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GLC와 GLC 쿠페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뿌리는 같다. 둘 다 MRA 플랫폼 출신에 같은 엔진을 품었다. ‘가지치기’ 모델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순 없지만, ‘아류’라고 말한다면 섭섭하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옷을 걸치느냐에 따라 인물 자체가 달라 보이듯 GLC 쿠페는 GLC와는 또렷이 구별되는 매력을 지녔다.

옆에서 보면 차체 전체가 비행기 날개처럼 매끄러운 실루엣이다. 웬만한 스포츠 쿠페 못지 않은 몸매다. 높이는 GLC보다 40밀리미터 낮춰 민첩해 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노렸다. 루프 라인이 떨어지는 트렁크 리드 끝은 오리 궁둥이처럼 솟아올라 스포일러 역할을 한다. 다운포스를 얼마나 낼지는 모르겠지만 스포티한 스타일에 도전하겠다는 야심만은 준결승전 진출감이다.

테일램프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쿠페 혹은 쿠페형 모델에 사용하는 형태 그대로다. 사납고도 강렬하게 꾸미고 싶었는지 눈썹처럼 크롬으로 선을 그었다. 두 테일램프 사이에 있는 삼각별 엠블럼은 근엄하게 무게만 잡지 않는다. 기어를 후진에 두면 고이 숨겨놨던 후방 카메라를 비자금 꺼내듯 슬쩍 내민다. 뒤태를 군더더기 없게 하는 마술이다.

인테리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묵을 대로 묵은 기존 ‘인터스텔라 인테리어’ 대신 작심한 인테리어 레이아웃으로 내부를 꾸몄다. 전화기 다이얼이 달린 투박한 센터페시아를 보고 뮌헨 출신 경쟁사로 발길을 옮긴 소비자에게 다시 손짓할 만한 변신이다. 백허그를 하듯 운전자를 꼭 끌어안는 세미 버킷 시트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푹신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온몸에 전한다. 가죽 시트 커버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메르세데스-벤츠 이름값을 한다.

보닛 아래 숨은 직렬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을 낸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트림이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주춤하긴 해도, 40.8kg·m의 토크를 밑천 삼은 초반 가속은 기대 이상이다. 서스펜션은 비교적 탄탄하게 조여서 고주망태처럼 흐느적거리지 않는다. 무리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중심을 무너뜨리려 해도 고집스럽게 버틴다.

16.1:1이었던 GLC의 조향 기어비를 15.1:1로 낮춰 세팅한 것도 둔한 SUV의 허물을 벗고자 한 시도다. 하지만 슈마허가 아닌 이상 프런트의 움직임이 얼마나 예민하게 변했는지 눈치채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포티한 쿠페 감성을 품은 차라면서 성의 표시한 정도라고 받아들이는 게 적당하겠다. 오히려 제동 능력이 인상 깊다. 기름을 채우고 사람이 타면 2톤이 훌쩍 넘는 무게지만 침착하면서도 강인하게 움직임을 멈춘다. 브레이크 스티어 때문에 겁먹을 필요도 없고, 페이드 현상처럼 촌티 내는 법도 없다. 덕분에 170마력을 원 없이 쏟아부어도 국밥 두 그릇으로 채운 속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GLC 쿠페는 보는 시각에 따라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닌 차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하지만 지금 자동차 트렌드는 그야말로 크로스오버 전성시대. 한 가지 기준으로 차의 장르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GLC 쿠페가 태어난 것은 흐름에 따른 필연 같다. 이 차가 ‘아류’가 아니라는 두 번째 증명서로서.

 

CHEVORLET Bolt EV

크기 ― L4165 × W1765 × H1610mm
휠베이스 ― 2600mm
무게 ―1620kg
엔진형식 ― 싱글 모터
배터리용량 ― 60kWh
변속기 ― 1단 자동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토션빔
타이어― 모두 215/50 R 17
구동방식 ― FF
0→100km/h ― 7초
최고출력 ― 204마력
최대토크 ― 36.7kg·m
복합연비 ― 5.5km/kWh
CO2 배출량 ― 0g/km
가격 ― 4천7백79만원

Love Me or Leave Me
기나긴 충전 시간을 383킬로미터로 달랠 수 있는 멘탈이라면.
i3의 BMW 엠블렘 앞에서도 당당하다면.

지금 자동차 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코 전기차다. 꼬마전구 하나 밝히려고 애쓰던 인간이 이제 전기 에너지로 차를 굴리다니. 야쿠르트 아줌마 카트처럼 만만한 속도가 아니다. 골프장 카트처럼 1회용 체력도 아니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하는데 7초밖에 걸리지 않고, 완충하면 무려 383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쉐보레의 순수 전기차 볼트 EV다.

사실 불씨만 있던 전기차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은 테슬라였다. 오랫동안 차를 만들어온 브랜드가 아닌 신인이라서 파괴력은 더욱 놀라웠다. 현재 테슬라는 국내에서 이미 모델 S를 판매 중이고,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쉐보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각종 지원금을 챙기면 2천만원대로 뚝 떨어지는 볼트 EV를 내놓으며 빈집털이에 나섰다. 구태여 1억이 넘는 모델 S를 살 필요가 있겠냐며, 출시할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모델 3를 사느니 볼트 EV는 어떻겠냐며 꼬드긴다. 실제로 쉐보레는 볼트 EV를 내놓으면서 숱하게 테슬라를 언급했다.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테슬라가 몰고 온 바람을 타고 유유히 활공하려는 전략? 혹시 ‘테슬라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볼트 EV를 친근하게 디자인한 건 대단한 차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전기만 먹고 사는 자동차라고 해서 시대를 앞서가기보다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귀엽게 만들었으니, 언뜻 보면 살찐 스파크처럼 보일 정도다. 실제로 덩치는 소형 SUV 수준의 B세그먼트다. 열기를 식힐 엔진이 없기 때문에 쉐보레의 상징 ‘듀얼 포트 그릴’에는 구멍을 내는 대신 문신을 새겼다. 이런 기교는 테일램프와도 일맥상통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붉게 충혈되는 역동적인 선이 덩치와는 달리 성깔 좀 있다며 눈치를 준다.

긴가민가했지만 허풍은 아니었다. 배기음 없는 전기차 특성상 고요하면서도 묵직하게 몸을 풀기 시작한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싱글 모터는 속도 제한이 설정된 시속 154킬로미터까지 밀어붙여도 힘든 기미가 없다. 속도를 높여도 무거워질 생각은 없는 듯한 스티어링 휠과 비교적 높은 시트 포지션 때문에 조금 불안할 뿐이지, 얕잡아 보고 따라오는 어지간한 차는 피카츄처럼 감전시키고도 남을 힘이다.

전자식 기어노브를 D에 두면 내연기관차처럼 달린다. 그 아래 L에 두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정지할 때까지 서서히 속도를 낮춘다. 동시에 계기판에는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고 있다는 표시가 뜬다.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전력 소모 효율을 높이는 회생제동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시프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엔진 브레이크처럼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리젠 온 디맨드’, 즉 필요할 때마다 손가락 조작만으로 속도를 낮추면서 배터리도 충전하는 편리한 기능이다. 주행모드를 L에 두고 리젠 온 디멘드까지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L모드로 주행할 때 뒤에서 끌어당기는 듯한 낯선 느낌이 싫다면 D모드에서 사용해도 충분히 알뜰살뜰하게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기술이라도 회생제동은 배터리 충전을 조금 거드는 역할에 그친다. 볼트 EV가 383킬로미터나 달릴 수 있게 한 견인차는 차체 아래에 숨은 60킬로와트 대용량 배터리다. 80퍼센트 충전하는 데 1시간, 완속으로 100퍼센트 충전하는 데는 9시간 45분이 걸린다. 용량이 큰 만큼 긴 충전 시간이 약점이긴 해도, 한 번 시간을 내면 400킬로미터 가까이 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꺼이 감내할 법도 하다.

볼트 EV는 기존 순수 전기차를 제치고 한 발 더 나간 물건이다. 이제 주행 가능 거리 200킬로미터의 문턱에서 헤매는 다른 양산 전기차와 비교하면 대중적인 모델이라는 콘셉트가 아까울 만큼 군계일학이랄까. 쉐보레가 물량만 적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검박한 가격으로 보나 마라토너 같은 체력으로 보나 당분간은 적수가 없어 보인다. 아직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가 걱정이라서 이모저모 따져봐야 하겠다만, 경쟁 모델에 앞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자격은 충분하다. 테슬라, 무혈입성은 아무래도 만만치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