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천하장사 장성복의 악력

2017.05.30GQ

씨름선수장성복 장성복은 인내를 알았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결국 얻었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과 역대 최고령이라는 수식어를 동시에. 종전 기록을 3년이나 늦춘 만 36세의 나이였다. 네 번의 백두장사, 한 번의 한라백두 통합 장사를 차지한 베테랑이었지만 유난히 천하장사와는 인연이 없던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는지 5년은 더 뛰겠다며 너털너털 웃었다.

 

목과 어깨 목이 가늘고 어깨가 빈약한 씨름 선수 못 보셨죠? 씨름은 밀기보다 당기는 동작이 많아요. 일단 몸을 바싹 붙여야 걸 수 있는 기술이 많죠. 그래서 당기는 힘과 관련된 근력 훈련을 많이 해요. 또 샅바로 붙잡은 상대방을 끌어오려고, 반대로 안 끌려가려고 버티는 과정을 수없이 거치다 보니 승모근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두꺼워지더라고요.

 

배가 나오면 상대방을 들어 올리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요. 지렛대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 또 배가 커다란 선수는 상대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일부러 배를 살찌우는 씨름 선수는 없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신체적 특징에 맞춰 씨름 스타일을 만들어왔기 때문이에요.

 

다리 하체가 발달한 편이에요. 특히 허벅지는 타고난 데다가 운동까지 해서 씨름 선수 중에서도 굵어요. 하체를 이용한 기술을 시도할 때도 그렇고, 상대의 공격을 뚝심 있게 버티려면 다리 힘은 강할수록 좋아요. 그런데 모래판 밖으로 나가면 가끔 난감할 때도 있어요. 얼마 전 스키를 배우려다가 포기했어요. 종아리 때문에 맞는 스키 부츠가 없더라고요.

 

발 크죠? 신발은 300 신어요. 타고났다고 밖에 할 수 없겠네요. 발 크기가 씨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손해 보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발이 크면 중심 잡기가 중요한 씨름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발 디딜 때마다 움푹 파이는 모래판에서 하는 운동이라서 그런지 발목이 점점 굵어지더라고요.

 

허리 혹시 씨름에서 들배지기라는 기술 아시나요? 상대의 무게를 허리로 지탱하면서 들어 올리죠.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허리는 강하고 유연할수록 좋아요. 그런데 나는 허리가 약점이에요. 근력도 그렇고, 유연성도 그렇고 더 강하면 어땠을지 생각을 많이 했죠. 완치되긴 했지만 한때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어요.

 

씨름에서는 악력이 가장 중요해요. 모든 기술이 손에서 시작되니까요. 수없이 샅바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세지지만, 도구를 이용해서 따로 훈련하기도 해요. 악력은 다른 선수보다 자신 있어요. 게다가 왼쪽 팔 힘도 세서 샅바를 틀어쥔 손과 왼팔을 이용해 자주 기술을 시도해요.

 

무릎 요즘 왼쪽 무릎 때문에 재활 치료를 받고 있어요. 시합 때 다친 건 아닌데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문제가 생겼어요. 다른 선수에 비하면 부상이 적은 편인데도 무릎만큼은 피해갈 수 없었어요. 경기 전 서로의 샅바를 잡고 일어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기술을 걸 때도 무릎에 무게가 집중적으로 실리다 보니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목과 어깨, 등과 장단지, 팔을 펼쳤을 때의 길이와 존재감, 허리를 튕겼을 때의 반동, 박차는 점프, 무엇도 이길 수 없는 악력…. 그들은 어떻게 그몸을 만들었나.”

    에디터
    장우철, 손기은, 정우영, 이예지,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헤어 & 메이크업
    홍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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