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가방 만드는 남자

백잭을 만든 피터 브룬스버그 Peter Brunsberg가 스파이더의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그에게 던진 여덟 개의 질문, 그리고 대답.

백잭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Bag과 함께 쓸 수 있는 이름을 찾다가 사전에서 ‘운 좋은 승자’라는 뜻의 짧고 긍정적인 단어 Jack을 발견했다. 백잭. 귀여웠다. 기억하기도 쉽고.

다른 브랜드의 가방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믿는다. 디자인, 색깔, 소재 모두 기능과 연관시켜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소재도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백잭의 가방은 무엇보다 실용적이다. 가방 하나를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분리되거나 다른 가방과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도 있다.

백잭의 가방은 싸지 않다. 어떤 메신저 백은 1백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핸드메이드 인 베를린’을 고수하는 이유는 뭔가? 인건비가 싼 나라에 공장을 두면 물론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선 기획자, 생산자, 소비자 사이의 거리가 짧아야 한다. 전화나 이메일은 한계가 있다. 가까이서 직접 소통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백잭의 가방을 보면 당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도시적이면서 건강하고 역동적이다. 당신의 일상도 그런가? 비슷하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하프파이프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가끔 사격 훈련장도 간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열정적인 에너지를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베를린은 어떤 도시인가? 도시를 반으로 가르던 장벽이 사라지면서 베를린은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넘친다. 실험적이고 가끔 과할 때도 있지만 그게 지금의 베를린이다. 젊은 도시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가 있나? 스프리강 근처 코페닉 Kopenick에 있는 멜로 Mellow 스케이트 공원. 편하게 쉬기에도 좋은 곳이다.

스파이더 코리아와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어떤 가방을 만드나? 스파이더는 특정한 가이드라인이나 디자인을 정해주지 않았다. 대신 정체성, 콘셉트,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좋았다.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 유통 구조의 차이로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보여준다는 게 다른 점이긴 하지만, 스파이더 가방은 백잭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번 가방도 모두 베를린에서 만든다. 마감과 기능에 특히 신경을 썼다. 아마 올해 하반기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좋아할 거다.

요즘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 세 가지만 꼽는다면 뭘까? 플라잉 일루젼이라는 비보이 쇼, 얼마 전 새로 산 전기 자전거, 웨빙 테이프와 벨크로를 자르기 위한 자동 고속 초음파 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