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피켜 스케이터 이준형의 허벅지

2017.06.08GQ

피겨 스케이터 │ 이준형 빙상 위로 템포가 쏟아지면 이준형의 발끝이 춤을 춘다. 그의 스텝 시퀀스는 부드럽고 강력하다. 교통사고로 얻은 허리 부상이 없었다면 쿼드러플도 스텝 시퀀스만큼 매끄러웠을까? 남자 피겨 유망주들 사이에서 좀 더 돋보였을까? “전 목표를 보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스케이트 타요. 그래서 전 평창 올림픽이 목표도, 끝도 아니에요.”

손가락 손가락이 좀 더 예뻤으면 좋겠어요. 짧고 굵잖아요. 동작을 위해 손가락을 쫙 펴면 마디가 하나 없는 것처럼 보여요. 얇고 길었다면 예술성 표현에 더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발 모양도 손과 비슷하게 굵고 짧아요. 선수들이 점프할 때 발등에 골절이 올 때도 있는데, 다행히 전 튼튼해요.

허리 허리 부상 초기엔 빙판 위에서 한 발짝 미는 것도 힘들었어요. 허리는 전부예요. 코어의 힘이 좋아야 점프할 때도 축이 흔들리지 않아요. 지난 시즌엔 통증이 재발 하면서 무리가 많았어요. 지금은 통증도 없고 걱정도 없어요. 독하게 해보려고요.

흉터 작년 1월, 훈련하다가 스케이트 날에 베인 정강이 부분이에요. 손은 숱하게 베이는데, 이번엔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다쳤어요. 점프를 하다가 자기 스케이트 위로 넘어져서 다치는 선수도 많아요. 사실 엉덩이로 떨어지는 건 정말 아프지 않아요. 스케이트 날이 무서운 거죠. TV로 경기를 보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스케이트 타본 사람은 알아요.

팔꿈치 빙판 위에서 자꾸 넘어지면 트라우마가 생겨요. 의심과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실패해요. 극복하는 방법은 반복 연습밖에 없죠. 전 늘 팔꿈치로 떨어져요 그 바람에 여기가 불룩해요. 피가 응고되면서 생긴 덩어리래요.

어깨 시퀀스를 굉장히 좋아하고 잘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에지가 정확해야 해요. 기본기죠. 하루에 한 시간씩 스케이트를 신고 에지를 연습하는데, 어깨와 코어의 힘으로만 완성해야 해요. 뒷짐 지고 연습하는 건 팔의 도움 없이 어깨의 힘만 쓰기 위해서예요.

허벅지 상체가 크면 회전이 느려질 수 있고 공중에서 축을 잡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상체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하체 운동에 집중합니다. 요즘은 다리가 날씬한 어린 선수들도 있지만, 국내 남자 피겨 선수들은 거의 하체 근육형인 것 같아요. 빙판 위에서 길게는 4분까지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다 소화해내려면 하체가 단단해야 해요.

다행히 발목은 좋아요. 스케이트에 쓸려서 여기저기 부어오른 것만 빼면요. 부상 없이 쿼드러플(4회전 점프)을 완성하고 싶어요. 한 번도 경기에서 성공한 적이 없어요. 최근 국제대회 1, 2, 3등 하는 선수들은 쿼드러플을 네 개씩 뛰니까요. 40~50점씩 차이 나기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요즘 열심히 돌고 있어요.

“목과 어깨, 등과 장단지, 팔을 펼쳤을 때의 길이와 존재감, 허리를 튕겼을 때의 반동, 박차는 점프, 무엇도 이길 수 없는 악력…. 그들은 어떻게 그몸을 만들었나.”

    에디터
    장우철, 손기은, 정우영, 이예지,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헤어 & 메이크업
    홍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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