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은 왜? 어떻게 할까?

털은 운명처럼 당신에게 있다. 운명은 떨쳐낼 수 없는 것이지만, 털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은 여럿이다.

속눈썹도 털일까? 털은 소탈한 사람을 일컫는 털털하다, 라는 형용사와 관계없다. 외모로 드러나는 영역과 드러나지 않는 영역, 미용의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성적인 영역과 그밖의 영역이 나뉘고, 사회적 관습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한 번 더 나뉜다. 길고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여자의 속눈썹처럼 대체로 모두 ‘예쁘다’고 표현하는 털이 있는가 하면 남자의 가슴털처럼 베개, 개미굴, 구둣솔 등등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제각각의 감상이 교환되는 털도 있다. 하여튼 문명은 굳세게 나아가 털을 가꾸고 형태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어떤 털만큼은 제자리걸음이다. 털인데 털이라 하기 미안한 속눈썹이 그 아름다움을 논하는 단계라면 사타구니의 털은 빨간불, 파란불의 신호등 수준이다.

은밀한 부위였기에 은근하게 얘기되어온 역사가 있다. 다만 포르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왁싱’은 포르노 배우들의 몫이었다. 수년 전에 인터뷰한 일본의 AV 배우 호조 마키에 따르면, 여자배우의 경우 보통 옴니버스를 포함한 3~4편의 작품을 단 하루 만에 찍는다. 영상 촬영에 투입되는 인력과 물량, ‘데이 페이’ 시스템을 안다면 터무니없게 들리진 않을 것이다. 왁싱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노 모자이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위생 측면에서도 중요하리라는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최근에 주변의 여자 대부분이 왁싱을 해봤거나 한 상태라는 걸 우연히 술자리에서 듣고 무척 놀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생을 언급했으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A도 ‘왁싱한 포르노 배우’의 맥락을 모르지 않았다. “10년 전에 처음 해봤는데, 비키니 라인만 아주 살짝이었어. 근데 그 정도로도 겁먹었다니까. 이제 왁싱에 대한 시각이 좀 바뀌었잖아? 특별히 모험을 한다는 의식도 없고 깨끗해서 안 할 이유가 없어.” 풍문과 다르게 복잡하고 유난스러운 과정이 아니다. 먼저 데운 왁스를 펴 바르고 테이프를 붙여서 떼어낸 다음 잔털들은 족집게로 하나씩 뽑아낸다. 바버숍에서 남자들의 수염을 정리할 때도 쓰는 흔한 방법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아프지 않으며, 1회에 4만~6만원으로 저렴하다고 전한다.

B는 왁싱이 오럴을 질펀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목, 어깨, 등처럼 혀의 자극이 강하게 느껴지고, 남자가 그곳에서 안 좋은 냄새를 맡거나 불편하게 느낄 구석이 줄어서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섹스할 때의 밀착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옷 입고 여자 안는 게 좋아? 옷 벗고 여자 안는 게 좋아? 거 봐.” B는 3개월 전 처음으로 왁싱을 받았고 앞으로도 계속 받을 예정이다. 아직 왁싱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자는 못 만나봤지만 나중에라도 만난다면 이렇게 얘기할 거라고, 그래서 그의 반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너도 받았으면 좋겠어.”

여자에게 털은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털이 잘 나지 않는 체질도 예외 없다. C는 이십 대 후반의 여자다. “겨드랑이 털이 처음 난 게 중학교 3학년이었나. 여성용 면도기로 밀다가 점점 면도기보다는 족집게를 썼어. 팔을 올리고 거울 앞에 서서 하나하나 뽑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면도기로 자르면 모근이 남고, 털이 없어도 거뭇하게 보이잖아.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살았다니까.” 대개 남성의 털이 더 굵고 많지만 모근까지 관리하는 남자는 못 봤다. 무신경이 미덕이 되는 경우는 그가 반드시 강자일 때다. 강자에겐 사회적 관습보단 개인적 취향을 고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C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레이저 제모를 받았다. 지금은 저렴해졌지만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5회 시술이 20만원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가닥씩 털이 자라 5회 시술권을 다시 구매했다. 곧 세 번째 레이저 제모 5회 시술권을 끊을 예정이다.

D는 뉴욕에서 수 년간 일하다 작년에 귀국했다. “더 길어 보여서 민다더라고.” 미국에서는 왁싱한 남자가 그렇게 희귀하지 않다고 했고, 1센티미터라도 더 길어 보이려는 노력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해준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이 어딘가 낯설었다. “예전 남자친구는 내가 왁싱한 거 보고 왁싱한 적이 있어. ‘너도 밀었네?’ 하고 말아서 나 따라 밀었는지는 몰라. 근데 난 이해해. 나도 ‘민’자인 남자 만나고 그게 예의 같아서 왁싱한 적이 있거든.” 털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방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