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임영민을 지지했나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끝났다. 9명의 필자들이 각자 응원했던 소년에 대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아홉 번째는 임영민이다.

‘알파카’ 닮은 꼴로 눈도장을 찍고, 토마토를 연상케 하는 빨간 파마머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냥 소년 같은 미소에 ‘181cm의 듬직한 키’란 반전 매력은 덤이다. 무엇보다, 선하다.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해사하게 웃으며 몇 번이고 인사를 거듭하던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임영민에게 받은 첫인상이다. 그리고 임영민은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임영민은 묵묵히 ‘숨은 리더’를 자처했다. 그룹 평가였던 ‘내꺼하자’ 무대, 혼자 안무를 따고, 물병으로 안무 대형을 짜고, 뒤처지는 팀원들을 지도하는 ‘1인 3역’을 맡았다.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 안무를 다 알고 있음에도 ‘센터’ 자리에 욕심을 낸 것도 아니었다. 그룹 평가에서 우승했지만 자신의 포지션에서 얻은 표는 33표뿐. 그럼에도 “현장에서 많은 표를 얻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게 목표였다”며 오히려 다른 팀원들을 치켜세웠다.

그의 진가가 또 한 번 발휘된 것은 포지션 평가인 ‘Boys And Girls’ 무대다. 랩을 처음 한다는 김동빈 연습생을 기초부터 가르치고 다독이는데 연습 시간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결국 자신의 파트에선 가사를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다. 1등을 하고도 “전 1등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등을 한 게 더 미안하고 속상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듬직했고, 또 겸손했다.

때론 영악할 정도로 자신의 몫을 챙겨야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임영민은 언제나 ‘나’보단 ‘팀’을 앞세웠다. ‘내가 무대에서 튀는 일’보다 ‘같이 잘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우리 안 울기로 했다 아이가”같은 속사포 부산 사투리로 다른 연습생을 달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입덕’하지 않았을까. 20위 중반에 머물던 임영민은 그렇게 조금씩 상승세를 탔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프로그램 중간에 ‘럽스타그램’ 논란에 휘말렸다. 진원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랑의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하지만 이미 삭제된 SNS 계정 주소가 유포됐고 과거의 게시물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흐릿하게 남은 흔적들조차 팬들은 놓치지 않았다. 5위, 임영민의 상승세는 거기서 멈췄다. 논란이 발생한 뒤 그는 무려 12계단을 내려왔다.

어쩌면 ‘측은지심’도 더해진 것 아닌가 모르겠다. 졸린 눈을 비비며 마지막 생방송을 지켜본 날까지 꿋꿋이 임영민에게 한 표를 던진 건 말이다. 좋은 무대를 위해 흘린 땀과는 무관하게 논란으로 뚝 떨어진 표가 안타까워, 그럼에도 변함없이 활짝 웃으며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모습이 대견해서, ’17번’을 적은 문자를 보냈다.

때론 방송 분량이 원망스러웠지만 나는 기억한다.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하고도 “내 좀 취했다”고 능청스럽게 노래를 이어가던 모습을. 떨고 있는 팀원에게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나도 부담감 쩔거든”하며 토닥거리던 모습을. 메인 포지션은 ‘래퍼’지만 의외로 시원시원한 보컬을 지녔던 모습을. 그리고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그가 최종 ‘11위’안에 들지 못하고 서럽게 울던 모습을.

“영민이 형은 멋있는 게 아니라 그냥 눈부셔”라던 이우진 연습생의 말처럼, 그가 무대에서 빛나는 날이 얼른 오길 바란다. ‘덴티큐’를 연상케 하는 그의 시그니처 포즈를 다시 보고 싶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