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스피드,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아스팔트를 녹이는 건 7월의 뜨거운 태양이 아닌, 페라리의 붉은 812 슈퍼패스트였다.

FERRARI 812 SUPERFAST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라는 사람이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 앞에 섰다. 언젠가 골리앗이라는 거인을 쓰러뜨리고 왕이 되었다는 남자를 조각하려고 생각했다. 물론 전에도 그 남자를 조각한 사람은 많았지만, 미켈란젤로의 머릿속에는 다른 그림이 떠올랐다. 아무리 양치기가 직업이라고는 하나, 가냘프게 깎아낸 몸은 싫었다. 강인하되 과장되지 않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측량해도 아름다운 비율의 피조물을 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승리한 자의 안도가 아니라, 승리하려는 자의 투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약 5백 년이 지났다. 피렌체로부터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마라넬로에서 붉은 조각이 탄생했다.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그 조각의 혼을 빌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주저없이 골리앗을 노려보며 뛰쳐나갈 것 같았다. 현대의 창조자는 자동차 르네상스의 개척가 엔초 페라리의 철학을 계승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그들은 6개씩 두 쌍을 이룬 피스톤이 65도로 벌어진 엔진을 보닛 아래 심었다. 그리고 붙인 이름은 812 슈퍼패스트. 달리는 게 운명이라서. 새롭게 만든 엔진의 배기량은 전 작품 F12 베를리네타보다 0.3리터 높인 6.5리터. 태코미터 바늘이 8500rpm을 가리키면 최고출력 800마력, 7000rpm을 가리키면 최대토크 73.3kg·m가 베수비오 화산처럼 터진다. 멈춰 있다가 스로틀을 활짝 열고 아스팔트를 2.9초만 밀어내면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한다. 7단 듀얼 클러치는 무게 배분을 고려해 차체 뒤쪽에 배치했다. 변속 속도는 전보다 30퍼센트 빨라 패들시프트를 이랬다저랬다 당겨도 망설이지 않는다. 판단보다 빠른 행동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그 남자처럼.

하지만 제아무리 강한 육체라 해도 물리학을 거스르진 못한다. 코너에서는 몸을 잔뜩 누를 줄 알아야 하고, 전방을 향해 돌진하려면 털끝 하나 세우지 않아야 한다.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덩어리에서 온전한 조각을 꺼냈듯, 리어윙처럼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더하지 않고 치밀한 공기역학적 구조를 통째로 설계했다. 가령 헤드램프 옆 에어 덕트로 들어온 공기는 프런트 휠 하우스에 가득 찬 난류를 평정하고 옆으로 빠져나가며 차체를 누른다. 이렇게 얻은 전체 다운포스는 F12 베를리네타보다 30퍼센트 높은 수치. 반면 시속 180킬로미터 이상에선 디퓨저 아래 붙은 플랩이 17도 내려와 디퓨저로 올라가는 공기를 줄인다. 최고속도 340킬로미터에 도달하려 저항값을 낮추는 의식 같은 움직임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812 슈퍼패스트가 달릴 줄만 아는 맹수는 아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제동 성능은 5.8퍼센트 늘었다. 미쉐린의 신형 타이어 PS4S는 같은 회사의 파일럿 슈퍼스포츠 컵 2가 아니더라도 812 슈퍼패스트의 급한 성미를 끈덕지게 견딘다. 오로지 직진만 할 줄 아는 경주마도 아니다. 후륜 조향 시스템이 급격한 코너에서도 우아한 궤적을 그릴 수 있게 유도한다. 센서가 요잉을 감지하면 성능 보완을 마친 ‘사이드 슬립 컨트롤’ 시스템이 작동해 전자식 디퍼렌셜로 재빠르게 대응한다.

812 슈퍼패스트는 아름다운 육체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영리한 지능을 결합해 만든 자동차다. 누구는 이 시대에 12기통 엔진이 필요한지 물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엔초 페라리가 회사를 세운 지 70년이 된 해를 기념해 만든 이 차에 앉아봐야 한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시동을 거는 순간, 저 앞에 거인 골리앗이 보일 것이다. 이제 적진으로 굳세게 달려나가 미간에 돌을 꽂는 일만 남았다.

크기― L4657 × W1971 × H1276mm
휠베이스 ― 2720mm
무게 ― 1630kg
엔진형식 ― V12 자연흡기 가솔린
배기량 ― 6496cc

변속기 ― 7단 자동(DCT)
서스펜션 ― (앞)더블위시본, (뒤)멀티링크
타이어 ― (앞)275/35 ZR 20, (뒤)315/35 ZR 20
구동방식 ― FR
0→100km/h ― 2.9초

최고출력 ― 800마력
최대토크 ― 73.3kg·m
복합연비 ― 6.7km/l
CO2 배출량 ― 340g/km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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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자동차와 미술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