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만으로 취하는 호텔의 바 6

술맛 살리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는 호텔 다섯 곳에서 칵테일을 마셨다. 쏟아지는 풍광을 내려다 보면서.

라운지 & 바 ㅣ 웨스틴 조선 호텔 서울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자리 잡은 바&라운지로 시선이 확 쏠린다. 기존 ‘서클’ 라운지를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규모를 넓히면서 나인스게이트그릴의 환구단 경치를 뚝 떼서 이곳으로 옮겨놓았다. 환구단 앞 넓은 창과 그 앞의 도열한 술병이 동양적인 기운과 말쑥한 신사의 느낌을 동시에 풍긴다.

Cocktail 인근 다른 호텔로 향하던 칵테일 애호가들의 발길을 채오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텐더의 칵테일 리스트는 정중하고 깊이 있다. 시대별로 나눈 클래식 칵테일부터, ‘조선 하이볼(사진)’이라고 이름 붙인 일명 소맥 칵테일까지 고심의 흔적이 꾹꾹 찍혀 있다. 얼음을 저을 때 액화질소를 이용하는 ‘클래식 마티니’도 인기다.

Food 조선 호텔의 자랑인, 스시조, 홍연에서 만드는 우메시소 마키, 차슈바오로 트레이를 채우는 오리엔탈 애프터눈 티 세트가 단연 눈에 띈다. 칵테일 한잔에 폭신하고 두툼한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도 곁들이기 좋다.

Best Seat 라이브 공연이 있는 무대와 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바의 제일 왼쪽 좌석. 밤이 되면 이 자리가 더 무르익는다.

Editor’s Pick ‘서클’을 떠나 바 ‘스틸’을 책임지던 김대욱 바텐더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고심 끝에 직접 주문 제작한 이동식 바 트롤리. 런던의 한 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테이블에 있는 손님 앞에서도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데다, 바텐더가 이걸 끌고 다니는 모습이 클래식 그 자체다.

 

가든 테라스 ㅣ 포시즌스 호텔 서울 작은 공간이지만 음식, 술, 경치의 삼박자가 리드미컬하다.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 시원한 바람을맞으며 지인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찾기에도 좋다. 요즘은 저녁 8시에도 해가 떨어지지 않아, 책을 읽다 나가는 혼술족도 있다. 인왕산을 넘어가는 노을이 특히 멋지다.

Cocktail 포시즌스의 자랑인 로렌조 안티노리 헤드 바텐더가 디렉팅하는 두 가지 칵테일이 준비돼 있다. 주문하면 가든 테라스와 가까운 키오쿠 바에서 바로 만들어 제공되기 때문에 완성도도 좋다. 보스턴 사워(위 사진)는 묵직하게 새콤한 맛, 앞 페이지 칵테일은 가볍고 산뜻한 맛이다.

Food ‘버거 & 비어’를 주요 테마로 잡고 햄버거를 다채롭게 준비했다. 그중 ‘서울 버거’라고 이름 붙은 버거가 별미. 김치를 넣어 색을 낸 번에 김치와 삼겹살,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넣어 만들었다. 괴상한 조합처럼 들리지만 맛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Best Seat 경복궁이 보이는 방향 쪽, 한 단 더 높게 올린 단상에 마련된 테이블 자리 두 군데. 소파자리보단 의자 자리가 밥 먹기 더 좋다. 야외 키친에서 굽는 음식 연기도 오지 않고 전망도 트였다.

Next Course 포시즌스 호텔에 갔다면 가든 테라스에서 술을 멈추긴 좀 아깝다. 가든 테라스에서 1차를 즐겼다면 2차는 지하 1층 ‘찰스 H’에서 이어간다.

 

바81 ㅣ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 바다. 루프톱이나 테라스는 아니지만 놀이공원에 온 듯한 아찔한 높이에 등골부터 시원해진다. 바81은 프리미엄 샴페인 전문 바답게 샴페인 버블을 형상화한 조명등과 벽을 채운 석회암 장식이 눈에 띈다. 비오디나믹, 내추럴 샴페인 리스트도 충실하다. 미쉐린 3스타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는 ‘스테이’에서 만든 간단한 안주도 밤 12시 반까지 판매한다.

Don’t Miss 미세 먼지가 없는 맑은 날은 이곳의 야경만큼 멋진 곳이 잘 없다. 비오는 날도 상관없다.

Next Course 바81에서 가볍게 식전주를 마시고 바로 옆 레스토랑 ‘스테이(아래 사진)’에서 식사를 이어간다면 이보다 더 체계적이고 호사스런 저녁은 없을 테다. 식전주가 어색하다면 바81에서 식후주로 위스키를 한잔 마신다.

 

더 그리핀 바 ㅣ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동대문과 동대문 시장이 동시에 보이는 가장 한국적인 전망의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그리핀 바에 폭 안긴 듯한 테라스에선 내내 앉아 있지 말고 일어서서 칵테일을 즐겨본다. 그래야 활기찬 동대문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안쪽 바에서 레오 바텐더의 칵테일 추천도 받아본다.

Cocktail 호텔 바에는 칵테일 애호가는 물론이고, 관광객이나 칵테일 문화에 익숙지 않은 숙박객도 자주 들른다. 그래서 애호가의 수준과 대중의 수준을 아울러야 한다는 게 늘 숙제다. 최근 메뉴 리뉴얼을 한 그리핀 바에선 요리를 구분할 때처럼 모두에게 익숙한 카테고리를 만들고 칵테일을 분류했다. ‘Savory’, ‘Pastry’로 분류된 칵테일은 읽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으로 맛이 와 닿는다.

Food 한국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 칵테일과 안주를 ‘서울 셀렉션’으로 준비해두고 있다.

Must Try 여러 기능이 숨어 있는 시가 전용 서랍장을 마련해놓아 테라스에서 한껏 기분을 내며 맛볼 수 있다.

Editor’s Pick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서 소문이 파다한 이곳의 멤버십 제도인 ‘마스터 클럽’은 연간 1백50만원이라는 가격 대비 전혀 아쉽지 않은 구성으로 유명하다.

 

루프톱 바 ㅣ 호텔 카푸치노 논현동 카푸치노 호텔의 루프톱 바에선 빌딩의 3면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아기자기하다기보다는 통쾌하게 펼쳐져 있는 전망이다. 특히 이곳에선 원하는 진, 믹서, 가니시, 시럽을 따로 골라 나만의 진토닉을 주문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야말로 놓쳐서는 안 될 대표 메뉴다.

Best Seat 남산타워 전망부터 LG아트센터가 중심을 잡는 전망까지 자리에 따라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좋은 자리는 아무래도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강북 방향 자리. 술을 병으로 시켜야 앉을 수 있는 자리라 여럿이 가야 좋다.

Don’t Miss 테이블 자리는 아니지만, 가볍게 술 한잔 손에 들고 앉을 수 있는 계단석도 놓치긴 아쉽다. 특히 마주 앉는 것보다 나란히 앉는 게 더 편한 이들과 방문했을 때는 더욱더.

 

버티고 l 콘래드 서울 에어컨 바람도, 선풍기 바람도 아닌, 정말 더위를 날릴 거대한 바람이 필요하다면 이곳으로 간다. 빌딩 숲 사이로 굽이쳐 들어오는 바람과 푸짐한 바비큐 요리라면 여름밤도 크리스마스만큼이나 들뜬다. 홍콩 루프톱에서 보던 유리 벽면의 마천루를 좋아했다면, 이곳의 풍경이 체질에 잘 맞는다.

Cocktail 색깔이 선명하고 화려한 칵테일이 많다. 시원하고 달콤하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주를 이룬다. 사진 속 칵테일처럼 아이스크림을 거꾸로 꽂아둔 듯한 아이디어는 ‘인증샷’을 부른다.

Food 한쪽에서 굽는 바비큐 메뉴가 풍성하다. 자이언트 핫도그나, 어른 얼굴만 한 크기의 풀드 포크 버거 같은 화끈한 양의 음식이 인기다. 캠핑 온 것처럼 긴 막대에 꽂아 구워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요리도 있다.

Best Seat 바비큐를 굽는 야외 키친에서부터 세번 째 줄에 있는 소파 자리. 양쪽 빌딩이 모두 한 눈에 들어오면서 강한 바람도 피할 수 있는 자리.

Must Try 소시지 구이를 먹을 때나 돼지고기 목살 구이를 먹을 때, ‘구운 김치’를 추가해서 꼭 시켜보길 권한다. 김치 한 포기를 통째로 구워 다시 김장김치 말 듯이 내놓는 사이드 메뉴인데 땡볕 더위를 식히는 한 토막 그늘처럼 적절하다. 칵테일보단 맥주를 마실 때 더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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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