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을 차릴 수 있는 유일한 ‘반바지’

Bermuda Shorts 20세기 초반, 영국 해군의 북대서양 본부 기지 역할을 한 버뮤다에서 너대니얼 콕슨이라는 남자가 찻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덥고 찌는 날씨, 가게 안을 가득 채운 군인들, 하루 종일 김을 뿜으며 달그락거리는 주전자. 찻집은 거대한 찜통 같았다. 당연히 블레이저와 카키 팬츠를 입은 종업원의 불만도 한여름 수은주처럼 높아졌다. 이에 콕슨은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바를 무릎 위에서 댕강 잘라내는 것이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반바지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치노 팬츠 느낌도 났다. 이걸 본 해군 소장 메이슨 베리지는 군복에도 이런 디자인을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1920년대엔 버뮤다 은행의 부사장 잭 라이트번도 회색 플란넬 반바지와 울로 만든 긴 양말을 업무용 복장으로 규정했다. 그때부터 여름이면 버뮤다 섬에서 이 바지를 입은 남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950년대엔 버뮤다에서 바캉스를 보낸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이 바지를 갖고 돌아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버뮤다 쇼츠라고 불렀다.

버뮤다 쇼츠 60만원, 몽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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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뮤다 쇼츠는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도 입을 수 있는 유일한 반바지였다. 그래서 블레이저, 레지멘털 타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과 함께 입는 것이 규칙이었다. 칼 같은 주름이 잡혀 있어야 했고, 길이도 너무 짧으면 안 됐다.

2. 버뮤다 팬츠는 카프리 팬츠나 카고 팬츠와는 엄연히 다르다. 카프리 팬츠는 무릎을 덮는 7부 또는 8부 길이의 바지고, 카고 팬츠는 버뮤다 쇼츠보다 헐렁하고 주머니가 달린 것이다. 다시 말해 길이가 너무 짧거나 긴 것, 주머니가 있는 것은 버뮤다 팬츠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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