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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전기 자전거

2017.07.17이재현

이탈젯이 E바이크 애스코트 시리즈에 멋과 실용성을 가득 담았다.

사실 전기 모터가 이륜차로 파고들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배기가스 없이 전기로만 가는 스쿠터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닐 정도니까. 자전거도 예외는 아니다. 바록 엔진은 없지만 자동차로 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정도에 비유할 수 있겠다. 발로 페달을 밟다가도 모터를 깨우면 전기에너지로 바퀴를 굴린다. 전망은 제법 밝은 모양이다. 자전거, 모터사이클, 심지어 자동차 브랜드까지 앞다퉈 E바이크를 생산한다. 덕분에 배터리와 모터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품질은 전보다 상향 평준화되었다. 즉, 이제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E바이크 선택의 조건이 되었다.

이탈리아 스쿠터 브랜드 이탈젯의 애스코트 시리즈는 그래서 유달리 주목할 만하다. 보통 친환경 운송수단은 미래 지향적으로(가끔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게) 디자인하기 마련인데, 여기저기 뜯어보지 않는 이상 E바이크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 ‘내 자전거는 E바이크’라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한 생김새다. 또한 취향 따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앤티크한 클래식, 젊고 활기찬 원, 굵직한 선을 강조한 스포츠까지, 총세 가지 스타일로 밀도 있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앞바퀴에 달린 2백50와트 모터는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최고시속 25킬로미터까지 낼 줄 안다. 자전거에서 떼어내 귀중품 담는 데 쓰고 싶은 가죽케이스(스포츠 모델은 메탈 케이스) 안에는 36볼트, 17.6암페어 리튬 이온 배터리가 숨었다. 충전 방법은 퍽 간단하다. 케이스에서 배터리만 꺼내 집으로 들고와 충전기에 연결하면, 약 5시간 후 발 한번 구르지 않고 80킬로미터까지 달릴 준비가 끝난다.

핸들바 가운데 스마트폰만 한 디스플레이는 속도와 주행 거리, 배터리 잔량을 표시한다. 그 아래에는 바늘 시계가 달렸다. 럭셔리카의 센터페시아 한구석은 여지없이 바늘 시계가 꿰차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안장은 영국 가죽 액세서리 제작 업체 브룩스 플라이어의 제품을 얹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길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안장보다 편안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평가다.

이탈젯은 한 해 1천5백여 대의 E바이크만 생산한다.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부품과 소재를 허투루 선택하는 법이 없어서 내구성도 빼어나다. 빈틈없는 성능과 클래식 디자인이 두 바퀴 위에서 참 근사하게도 만났다.

 

전조등보다는 등불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 배터리 전력를 이용하지만 자전거 전체 콘셉트와 어울리는 복고풍이다. LED가 강세라고 해도 이런 디자인이라면 수술실 조명처럼 차가운 하얀 빛보다는 따뜻한 색감의 할로겐 램프가 어울린다.

 

애스코트 시리즈의 안장을 만져보면 당황할 수 있다. 다른 자전거의 그것과는 달리 푹신함이라고는 전혀 없다. 하지만 브룩스 플라이어의 가죽 만지는 솜씨는 믿어도 좋다. 약 2백킬로미터 이상 타면 안장이 점점 길들면서 엉덩이와 허리가 편안해진다.

 

가죽 케이스 안에 배터리가 쏙 들어간다. 도난당할 걱정도 없다. 케이스를 열려면 열쇠가 있어야 한다. 전력이 바닥나면 배터리와 충전기를 연결해 가정용 콘센트에 꽂으면 된다. 충전 중에는 빨간불, 충전을 완료하면 녹색불이 충전기에 표시된다.

 

운전 중에도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핸들바 중앙에 시계를 설치했다. 요란하게 만들었다면 자전거 디자인 콘셉트를 해쳤을 텐데, 테두리에 금색을 두르고 녹색 핸즈가 시간을 표시해 정중하다. 골동품 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회중시계 같은 맛이 있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사진
    COURTESY OF ITALJ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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