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유산, 애플 파크

애플의 미치도록 훌륭한, 혹은 그냥 미친 신사옥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매끈한 곡선, 깎아낸 알루미늄, 끝없는 유리, 벽 속의 정원…. 애플의 신제품처럼 보인다.

2011년 6월 7일, 한 지역 사업가가 쿠퍼티노 시의회 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그의 참석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해 초, 남자는 시의 북쪽 경계에 자리 잡을 일련의 건물을 제안하고자 회의에 참석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건이 썩 좋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건강 때문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기 전 쿠퍼티노 시의원 크리스 왕은 창밖을 내다보다 건물로 들어서는 남자를 보았다. 그 전날 신제품을 세계에 발표할 때 입었던, 다시 말해 언제나 같은 그 옷차림이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남자는 강단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여기저기서 잡초처럼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연달아 성공작을 내놓는 직원들 덕분에 사세가 지난 십 년 동안 엄청나게 불었지만, 1백 채가 넘는 건물에 나눠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만2천 명의 직원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새 캠퍼스를 짓고, 그 가운데를 조경으로 채워 자연과 건물의 경계선이 모호한 업무 환경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새로운 사옥을 통해 쿠퍼티노시가 거둘 수 있는 이익에 대해 묻자 그는 캘리포니아의 이 소도시에 회사가 상주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을 판 뒤 사원들을 전부 데리고 마운틴 뷰 같은 인근 지역으로 이전할 거라 말했다. 그러고는 그가 짓고 싶은 건물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사무동을 지을 가능성 말이죠.” 아무도 그의 마지막 공식 석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날, 그가 말하지 않은 게 있다. 단지 회사의 새로운 캠퍼스를 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애플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강단에 섰던 그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의 사후에도 존재할 애플 말이다.

잡스가 떠난 지 5년도 더 지난 청명한 3월 어느 날, 나는 ‘애플 파크’를 견학했다. 애플 파크는 잡스가 2011년 쿠퍼티노 시의회에서 제안할 때 붙인 이름이다. 애플의 디자인 수장 조너선 아이브와 설비관리 수장이자 프로젝트의 실질적 매니저인 댄 위젠헌트가 동행했다. 빡빡한 마감 일정을 맞추느라 공사현장은 매우 분주했다. 내가 방문하고 30일 이내 첫 입주가 예정되어 있었고, 매주 5백 명씩 이곳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물론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블록버스터의 예고편 같은 건축물 ‘링’의 이미지를 본 적이 있다. 애플이 주 사무동이라 부르는 링의 디지털 이미지는 잡스의 쿠퍼티노 시의회 참석 직후 널리 퍼졌다. 건축이 시작되자 드론으로 항공 동영상을 찍어서는 뉴에이지풍의 배경 음악을 깔아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새 건물에 찬사만 쏟아진 건 아니었다. 애플은 건물의 규모와 면적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주주들은 50억 달러나 되는 돈을 사무실 시공 비용으로 쓸 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배당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한 유리 패널과 주문 제작한 문 손잡이, 9천3백 제곱미터의 체육관 및 복지 센터를 두고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었다. 게다가 엄청난 이익에도 불구하고 잡스 사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한 시기와 맞물렸다. 애플 임원진은 새로운 캠퍼스가 얼마나 근사한지 설명해야 했다. 우리를 건설 현장으로 초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1997년부터 조너선 아이브는 새 본사를 포함한 모든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1997년부터 조너선 아이브는 새 본사를 포함한 모든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최근 완공한 고급 화장실처럼 2백30미터 터널에 붙은 흰 타일이 어슴푸레 빛났다. 빛을 따라 나아가자 태양빛을 유리로 반사하던 링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에서 튀어나와 각 층에 흰 지느러미처럼 달린 캐노피는 1950년대의 펄프 공상 과학 소설의 삽화처럼 이국적이면서도 복고풍이었다. 링 안쪽 가장자리에는 1천2백 미터의 건물 둘레를 막힘 없이 걸을 수 있는 보도를 만들었다. 애플의 개방성과 자유로움의 상징이자 링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였다.

우리는 지하를 거쳐 다시 건물 내부로 향하는 입구로 차를 몰았다. 환형 건물이라 메인 로비가 없는 대신 아홉 곳의 출입구가 있었다. 아이브는 네 개 층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거대한 아트리움 같은 카페로 나를 이끌었다. 널찍한 1층과 발코니의 식당을 포함해 최대 4천 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다. 카페에는 날씨가 좋으면 창을 열어놓고 야외에서 정찬을 즐길 수 있는 창이 외벽을 따라 달려 있었다. 나는 4층 높이의 유리문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아이브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글쎄요, 필요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애플의 제품은 완벽한 디테일을 위해 기울인 역량, 적당한 재료를 찾기 위해 지구를 뒤진 노력 등의 비용을 제품 몇백만 개를 팔아 상환한다. 하지만 링은 1만2천 명을 위해 지은 26만 제곱미터의 한 동짜리 건물이다. 이러한 시도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도 물었다. “이 건물을 설명하는 수치가 엄청나기는 하지만, 유리로 이런 규모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시도입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이 건물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서로 연결되고, 걷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건물에 투입하는 게 가치가 아니라, 건물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게 가치라는 말이었다.

사실 링은 잡스가 새로운 캠퍼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 염두에 둔 형태는 아니었다. 아이브는 잡스가 새로운 본사 건물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꺼낸 시기가 2004년이라고 회상한다. “하이드 파크로 기억합니다. 런던에 함께 갈 때마다 공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곤 했죠. 우리는 공원 같은 형태의 캠퍼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곳이죠. 심지어 건물과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느낌이 나고요.”

새로운 사무동에 대한 토론은 전 회사 차원으로 퍼졌지만, 본격적인 착수는 2009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애플은 본사가 있는 인피티니 루프에서 1.5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의 땅 30만 제곱미터를 매입했다. 잡스는 프로젝트를 소화할 건축가로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베를린 의사당, 홍콩 국제 공항, 런던의 악명 높은 ‘꼬마 오이’ 등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를 염두에 두었다. 포스터의 기억에 따르면 잡스는 2009년 6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애플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펠러 모양에서 원까지, 건물 형태의 진화를 보여주는 노먼 포스터의 스케치.
프로펠러 모양에서 원까지, 건물 형태의 진화를 보여주는 노먼 포스터의 스케치.

두 달 뒤 쿠퍼티노를 찾은 포스터는 잡스와 종일 함께 보냈다. 잡스가 새 사옥을 위해 필요한 유리, 철, 석재, 나무 등 재료에 대해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포스터는 그의 말을 맹렬하게 그림으로 옮겼다. “그의 기준은 스탠퍼드의 사각형 중정이었습니다.” 낮은 건물이 수풀이 우거진 공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내외부 공간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구조다. 포스터는 런던에 있는 그의 회사 포스터앤파트너스에서 추가 인력을 데려와 팀을 꾸렸다. 애플이 매입한 부지는 대부분이 아스팔트로 덮인 산업 부지였지만, 잡스는 보행로가 이리저리 연결되는 구릉을 그렸다. 전파 망원경이 있는 스탠퍼드 캠퍼스 외곽의 하이킹 코스를 재차 예로 들었다.

회의는 종종 대여섯 시간씩 계속되었다. 잡스의 마지막 2년 가운데 상당한 시간을 차지했다. 포스터의 파트너 스테판 베링은 잡스가 세부 사항을 요구할 때 종종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가 정확하게 원하는 목재가 있었는데요, 그건 ‘떡갈나무가 좋습니다’ 혹은 ‘단풍나무가 좋습니다’의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4분 절삭된 목재여야만 했고, 겨울, 특히 수액이나 당 함유량이 가장 적은 1월에 벌목한 걸 원했어요. 우리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건축가들이 ‘젠장!’이라고 내뱉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애플의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형태는 기능을 반영했다. 사람끼리는 물론 자연에도 개방된 사무 공간, 즉 팟이라고 일컫는 구역이 핵심이었다. 필립 글래스의 곡을 자동 연주하는 피아노처럼 사무를 위한 팟, 팀워크를 위한 팟, 어울림을 위한 팟 등 단위 공간의 반복이 잡스의 발상이었다. 최고 경영자도 독실이나 특별한 편의를 누리지 않는다. 잡스는 또한 공용 공간을 통해 발상을 더 자유롭게 나누는 느슨한 구조를 제안했다. 물론 모든 공간이 완전히 열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브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불투명 유리로 둘러싸일 것이다.

“처음에는 스티브가 말하는 팟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전부 준비해서 보여줬어요.”
스테판 베링, 프로젝트 건축가

“처음에는 스티브가 말하는 팟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부 준비해서 보여주었지요. 집중해서 자기 일을 하다가도 바로 다른 무리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공간 말이죠.” 베링이 설명했다. “레스토랑 수도 제안했습니다. 모두 함께 밥을 먹는 거대한 레스토랑이요.” 그의 발상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또 다른 회사였던 픽사의 본사 디자인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었다. 가령 화장실에 가기 위해 더 많이 걸어야 하지만, 그러면서 다른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처럼. 잡스는 애플 사옥 프로젝트를 통해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엄청난 집중력과 혁신을 이끌어내려 했다.

건물은 팟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크게 부풀린 클로버 모양으로 설계했다. 세 날개가 센터코어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는 형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잡스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2010년 이른 봄, 그는 건축가들에게 “위기입니다”라고 말했다. “내부는 너무 좁고 외부는 너무 넓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1백 명으로 이루어진 포스터의 건축팀은 몇 주 동안 야근을 하며 해법을 제시해야 했다. (건축팀은 결국 2백50명까지 덩치를 불렸다.) 포스터는 스케치를 하며 “원형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썼다.

애플 파크의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 포스터는 팀원을 2백50명까지 늘리며 덩치를 불렸다.
애플 파크의 건축가 가운데 한 명인 포스터는 팀원을 2백50명까지 늘리며 덩치를 불렸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에 따르면 설계를 바꾸는 데 다른 요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잡스가 클로버 모양의 도면을 십 대 소년이었던 아들 리드에게 보여주자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이 남성의 성기 모양일 거라고 했다는 것이다. 건물은 결국 원형으로 탈바꿈했다. 어느 한 사람이 고안한 형태가 아니었다. 모두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가을로 접어들었을 때 위젠헌트는 쿠퍼티노의 전 휴렛팩커드 부지가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애플이 염두에 둔 부지 바로 북쪽의 40만 제곱미터짜리 땅이었다. 게다가 그 부지에는 잡스의 추억이 얽혀 있었다. 십 대 시절, 잡스는 그의 영웅이었던 HP의 창립자들이 컴퓨터 시스템 사업부를 위한 사무 단지를 계획할 당시 그들과 함께 일했다. 이제 HP는 외주 위주로 기업을 운영해 더 이상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위젠헌트는 곧바로 부지 매입에 착수했고, 애플의 프로젝트는 갑자기 1백75에이커 규모로 커졌다.

잡스는 언제나 부지 대부분이 나무로 덮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회사의 숲을 책임질 나무 전문가까지 고용하려 했다. 턱수염을 기르고 레보스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데이비드 머플리가 후보였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잡스의 전화를 받았을 때 머플리는 멘로 파크의 의뢰인 집 뒷마당에 있었다. 그는 애플 최고 경영자의 취향과 지식에 깊이 감동했다. “잡스는 대부분의 수목 재배가보다 더 나은 감각을 가졌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어떤 나무가 나은지 구분할 수 있었죠.” 머플리가 말했다. 잡스는 새로운 캠퍼스에 토착 품종을 심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자란 어린 시절, 과수원에서 접했던 나무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애플은 거의 9천 그루에 이르는 나무를 심었다. 머플리는 미래에도 조경 관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후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뭄에 강한 품종을 골라야 한다고 들었다. (애플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붕의 태양열 전지를 통해 얻은 친환경 에너지로 모든 건물을 운영한다고 주장한다.)

잡스는 단지 아름다움만 좇은 게 아니다. 자연 속을 누빌 때 영감을 얻는 자신처럼, 애플 사원들도 그럴 수 있는 환경을 그렸다.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기분을 상상해보셨습니까?” 2011년 잡스를 이어 애플의 최고 경영자가 된 팀 쿡이 말했다. “어려운 문제가 생겨 생각이 필요할 때, 저는 자연으로 향합니다. 여기서는 모두가 그럴 수 있어요! 새로 들어서는 애플 사옥은 실리콘밸리의 삭막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될 것입니다.”

차광 유리 링의 층마다 튀어나온 유리 차광막 ‘지느러미’는 빛을 막아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아래로 살짝 기울였다. 또한 아이브가 ‘끝없는 유리벽’이라 일컬은 벽은 빗물이 새어드는 것을 막는다.
차광 유리 링의 층마다 튀어나온 유리 차광막 ‘지느러미’는 빛을 막아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아래로 살짝 기울였다. 또한 아이브가 ‘끝없는 유리벽’이라 일컬은 벽은 빗물이 새어드는 것을 막는다.

쿡은 잡스와 캠퍼스에 대해 마지막으로 토론한 2011년 가을을 기억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금요일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영화 <리멤버 타이탄>을 보고 있었죠. 당시 사옥의 부지에 대해 그에게 말한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잡스는 활기를 찾았어요. 저는 난제를 놓고 우려하는 사이에 가장 중요한 과제를 놓치고 있다는 농담을 했어요.” 그게 무엇이었을까? “링에 입주할 사원을 선별하는 일 말입니다.” 그 외의 사원은 링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 건물에 입주해야만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잡스는 크게 웃었습니다.”

이제 시공만 남았다. 이사회는 2012년 설계를 승인했다. 애플의 모든 제품이 그렇듯, 새 본사 또한 모형 제작을 통해 설계 및 시공할 예정이었다. 애플 파크에 지을 카페의 규모를 줄여 인피티니 루프 근처에 똑같이 시공했다. 물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였다. “우리는 시공이나 제조 과정이 똑같다고 봤기 때문에 최대한 부지 외부에서 공정을 이행하고 싶었습니다. 그 뒤에 레고처럼 한데 조립하는 거죠.” 효율적인 부품 수급 전문가로 유명한 쿡의 말이다.

여느 협력 업체에 그러하듯, 애플은 시공 업체에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따위였다. 그것도 곡면으로 말이다. “잡스는 거대한 유리를 사랑했어요”라고 베링이 말했다. 애플 스토어를 설계하며 애플은 독일의 질 그룹과 협업 관계를 쌓았다. 뉴욕 5번가의 거대한 유리 상자가 그 정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링의 유리 구조물에 비하면 환전소의 보안 유리 크기에 지나지 않을 만큼 턱없이 작았다.

링의 ‘벽’은 45피트짜리 안전 유리였다. 질은 그런 유리를 주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유일한 업체였지만, 그래봐야 한 번에 한 장밖에 생산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 장을 만드는 데 14시간이나 필요했다. 링에는 총 8백 장의 유리가 필요했기에 기존 설비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한꺼번에 다섯 장을 구울 수 있는 압력 설비를 개발했다. 질의 경영 디렉터 넬리 딜러는 “기존 설비도 유리 업계에서 가장 컸습니다. 그러니 새롭게 만든 것은 얼마나 거대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도 유리 생산은 쉬운 일에 속했다. 질은 링에 미래의 우주 시대 분위기를 낼 캐노피와 차광 유리인 ‘지느러미’ 제조도 맡았다. 지금은 건물의 개성을 돋우는 요소가 되었지만, 사실 잡스가 원래 원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나중에야 마음을 돌렸다. “스티브 내면의 완벽한 세상에서 캐노피 같은 건 존재하지 않겠죠”라고 베링은 말했다. “맞습니다. 전체가 유리로 덮인 건물을 설계했지만 실리콘밸리의 기후를 생각한다면 차양이 필요했죠. 사람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야구 모자를 써야 하는 것처럼요.” 포스터의 팀과 아이브의 팀이 캐노피를 디자인했고, 질은 제조 공정을 책임졌다. 최대한 하얀색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무 배달 “잡스에게 나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고 건축가 스테판 베링이 말했다. “스티브는 ‘아무리 부자라도 오래되고 아름다운 나무는 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나무가 멋집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나무 배달 “잡스에게 나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고 건축가 스테판 베링이 말했다. “스티브는 ‘아무리 부자라도 오래되고 아름다운 나무는 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나무가 멋집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캐노피도 유리로 만들어야 하는데, 모래 속의 철분(엄밀히 말하면 유리의 성분) 탓에 탁한 녹색이 돌았다. 베링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유리를 사더라도 여전히 녹색이 돕니다. 골치 아픈 문제였죠”라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브도 흰색을 탐닉하는 사람이었다. 초기 아이팟의 백경과 같은 순수함을 기억하는가? 아이브의 디자인팀은 유리의 뒷면에 흰색을 칠해 녹색을 덜어내고, 한쪽에 흰 실리콘을 입힌 타공 금속판에 유리를 고정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베링은 흰 색소에 약간의 분홍색도 첨가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녹색이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캐노피가 빛나는 반사이익마저 얻었다.

하지만 비가 캐노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몇 킬로미터짜리 유리 건물을 만들고도 캐노피 디자인 탓에 물이 샐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브가 조금 심각하게 말했다. 물방울이 고이지 않고 흘러 떨어지도록 애플과 포스터와 그의 팀 디자이너들은 미네소타 주립 대학교의 1994년 디자인 연구를 참조했다. ‘찻주전자 효과: 굴절, 습윤, 이력 현상을 통한 금속 박막 위 수분의 흐름’이라는 제목의, 빗물을 반사할 수 있는 캐노피의 곡면 연구였다.

질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카페의 거대한 유리 미닫이문 구축이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르니 총 4층 높이여야 했다. 문 한 장이 높이 26미터, 폭 16미터였다. “비행기 격납고에나 그런 문이 쓰일 것입니다”라고 딜러가 말했다. 각 문짝을 위한 강철 뼈대는 165톤이나 나갔다. 보강재만 해도 8톤에 이르렀다. 문 한 짝에 열 장씩 필요한 유리도 장당 3톤이나 나갔다. 그래서 2백 톤이나 나가는 문짝 두 장으로 미닫이문을 구성해야 했다. 식당을 위한 문이라서 열거나 닫을 때 소음도 없어야 했다. 결국 엄청난 무게의 문을 움직일 장치는 지하에 설치했다.

프로젝트는 잡스의 비전대로 초기 견적에 맞춰 완성되었다. 2012년 비용이 초과될 것 같아 보였지만, ‘예산 다이어트’ 는 성공했다. 돈이 많이 드는 지하 주차장 규모를 지상 주차장과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애플은 50억 달러라는 총비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취재하는 동안 수치를 언급해도 쿡은 정정하려 들지 않았다.)

“큰 그림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스티브가 환생한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본 도면의 건물이 들어섰다고 납득할 것입니다. 그가 생전에 계획하지 않은 세부 사항도 몇몇 있지만, 그 또한 승인할 거라 믿습니다.” 잡스 사후에 생긴 세부 사항은 대부분 포스터앤파트너스와 아이브의 디자인팀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세면대와 수도꼭지 등 실내 인테리어 요소를 새로 디자인했다.

캠퍼스를 돌아보며 지상 주차장을 지나칠 때, 아이브는 콘크리트 기둥의 매끄러운 가장자리나 사각형 건물 구석에 조심스레 찍어낸 곡면 등을 가리키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마치 완벽하게 둥글린 아이폰 채팅창의 귀퉁이 같았다. 더군다나 배수관이나 전선관 같은 설비가 콘크리트 기둥 안에 숨어 있어 지하층 같은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았다. “비싼 콘크리트를 쓰지도 않았답니다.” 아이브는 이 주차장의 혁신적인 특징을 이야기하며 덧붙였다. “주의를 기울이며 디자인을 개발하고, 굳은 결심으로 이뤄냈어요. 아니, 우리는 그저 고생을 조금 덜어낸답시고 표준화된 거푸집을 쓸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링 내부에서 아이브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 주변을 맴돌았다. 완벽에 가깝도록 하얗고 얇으면서 가벼운 콘크리트로 만들어낸 계단 말이다. 벽과 함께 한 번에 조각한 듯한 일체감이 돋보였다.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서 나사로 조여 고정시킬 수도 있죠”라고 그는 말했다. 겨우 그 수준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이들이나 쓸 수단 말이다. “하지만 디자인 단계에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나는 화재를 고려해 계단을 설계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일반적으로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계단이 되려면 불의 확산을 막는 무거운 문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트의 화재 대피 계단에서 영감을 얻은 잡스는 큰 불이 날 경우 계단을 감싼 유리에 고압 스프링클러로 짙은 안개를 뿜어 적시는 방안을 제안했다. 산타클라라 카운티 소방부는 잡스의 제안을 수긍한 것 같았다.

근처의 완공된 팟을 살펴보며 나는 평범한 프로그래머의 사무 공간을 그릴 수 있었다. 애플과 포스터앤파트너스가 공동으로 디자인한 문 손잡이가 출발점이었다. 미닫이나 여닫이 문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몇 번이나 수정 과정을 거쳤다. 나중에 초기 디자인의 일부를 볼 수 있었는데, 몇몇은 길고 거의 튀어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것은 잡는 방식에 따라 더 뻑뻑하거나 덜 여유로웠다. 모두 맥북 프로의 재질과 같은 알루미늄으로 깎아낸 듯 보였다. 물론 최종안은 문틀과 통합한 디자인이 선정됐다. 애플 본사에서 나사로 부속을 조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무실 벽의 패널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건축가들로 하여금 ‘젠장’을 연발하게 한 잡스의 제안과 굉장히 흡사했다. 하지만 잡스가 원한 1월에 벤 나무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애플은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 목재로 주문 제작 베니어판을 만들어냈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은 벽에 고정하는 브라켓의 설정을 몇 번이나 고쳤다. 인터넷을 위한 광섬유뿐만 아니라 전선 또한 내장한다. (전선이 튀어나오는 꼴을 도저히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책상을 올리고 내리기 위해 밑에 두 개의 버튼을 설치했다. 올리는 건 볼록하고 내리는 건 오목해 사용자는 감촉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잡스는 인공적인 공기 순환을 싫어했고 특히 환풍기를 증오했다. 하지만 사원들이 창문을 여는 것도 원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환기 시스템을 주장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인간이 그렇듯 숨 쉬는 건물 말이다. “덮개와 개방 메커니즘은 모두 센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며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지요.” 베링이 설명했다. 온도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폐쇄된 건물과 달리 링은 외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바닥과 천장의 콘크리트에 수관이 삽입되어 건물의 온도를 20~25도로 통제한다. (이론상으로 사원들이 팟 내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고작 몇 도 범위다.)

특허 받은 피자 포장 상자 카페의 피자를 팟으로 포장해갈 사원들을 위해 애플은 공기와 수분이 빠져나가 크러스트가 눅눅해지지 않는 용기를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았다.
특허 받은 피자 포장 상자 카페의 피자를 팟으로 포장해갈 사원들을 위해 애플은 공기와 수분이 빠져나가 크러스트가 눅눅해지지 않는 용기를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았다.

애플의 환경 책임자인 리사 잭슨과 사무실 환경에 대해 논의할 때, 그녀는 애플 사원들에게 링의 공기 순환 시스템을 설계한 의도를 이해해주길 바랐다. “직장에서 사원들이 불편을 겪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외부와 연결되어 환경의 온도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근무 중에도 시간대라든지 외부의 온도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그게 잡스의 원래 의도였습니다.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자는 생각이지요. 건물 밖의 세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이죠.”

이 모든 것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의 활자나 화장실 좌변기에 숨겨진 배관에 대해 언젠가 물어보시라. 애플 파크는 잡스가 그의 공식적인 작별 선물로 남긴 낭만에 찬 이상향인가, 아니면 강박적으로 꼼꼼하다 못해 미쳐버린 그가 내놓은 도취의 산물인가?

애플은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해놓았다. 사무 공간의 완벽함이 인력에도 영향을 미쳐 그에 걸맞은 제품을 고안해낼 거라는 주장이다. 환경 그 자체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심지어 카페 운영자마저 더 높은 수준의 품질과 혁신을 꿈꿀 수 있도록 북돋워준다는 것이다. (카페의 마에스트로 프란체스코 롱고니는 피자가 눅눅해지는 걸 막아주는 포장 상자의 특허를 취득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투자 금액을 상환합니다”라고 아이브가 말했다. “사원의 수를 기준으로 삼지 않아요. 미래가 기준이죠. 우리 자신을 반영하는 경험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집이이면서 미래에 만들어낼 모든 것의 출발점이에요.”

애플 파크의 완공이 가까워지자 디지털 이미지를 보고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건축 비평가는 링을 ‘복고풍 고치’로 표현했다.) 문화계의 비판도 뒤를이었다. 애플 캠퍼스는 고립된 속물이자 구시대의 산물로, 본사 건물을 도시 안에 세우는 유행에 반한다는 주장이었다. (아마존, 트위터, 에어비앤비는 연료나 허비하는 자동차, 무신경한 와이파이 장비가 장착된 버스의 장거리 통근에 반발해 도시에 입주했다.) 링의 공간 배치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구글이 계획한 마운틴 뷰 센터(구글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따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블록을 닮은 경량 구조”라 묘사한)와 달리 애플 파크는 일하는 장소 변경 등 잠재적인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탁아 시설의 부재도 나쁜 인상을 주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루이즈 모징고 교수는 “미래의 근무 환경에 대비하지 않은 한물간 유형”이라고 혹평했다. “디자인의 정석을 따른 아름다운 건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의 본사 건물로는 적합하지 않다.”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의 기업 본사를 설계한, 저명한 글로벌 기업 NBBJ의 건축가 스콧 와이엇의 평가다.

포스터는 이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질문을 기다리지도 않고 애플 파크의 디자인을 방어했다. “이 건물은 스티브의 열정 속에서 솟아 올랐습니다. 고급스러운 조경 위에 내려앉은 아름다운 물체에서 1만2천 명의 사원이 일할 것입니다. 유토피아적 시각을 반영한 산물이죠. 부정적인 비판에 대해 ‘그렇게 말하시다니 미쳤군요’라고 대답하는 것도 저의 일입니다.”

애플 파크는 건축사에 남을 역작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스터는 건물 자체보다 건물이 갖는 핵심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설립한 회사를 위해 영속적인 사무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던 사람이자, 죽어가던 사람의 소망 깨닫기다. 맞다, 애플은 인공 언덕에 모하비 사막의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에서 가져온 소나무를 점점이 심음으로써 사원들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플은 그 유명한 애플 II 컴퓨터를 침실에서, 선풍적이었던 매킨토시를 저층 사무 단지 건물에서 개발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캠퍼스에서 일할 사원들은 아이폰을 발명할 만큼 독창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준 건물을 떠나야 한다.

거칠게 가공한 석재 체육관과 복지 센터의 마감 석재는 캔자스의 채석장에서 가져와 청바지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잡스가 유독 좋아한 요세미티의 호텔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도록 가공했다.
거칠게 가공한 석재 체육관과 복지 센터의 마감 석재는 캔자스의 채석장에서 가져와 청바지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잡스가 유독 좋아한 요세미티의 호텔과 최대한 비슷해 보이도록 가공했다.

“자연에서 일하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보셨나요? 여기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새로운 애플 사옥은 실리콘밸리의 삭막한 분위기와는 다를 거예요.”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

애플 파크는 그림을 그린 남자의 건축적 분신이라고 말하는 게 아마 적절할 것이다. 그의 열정과 명확함의 부재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삶과 가치를 구현한 본사 건물을 남겼다. 애플의 핵심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티브의 선물’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들었다.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떠오른 발상을 바탕으로 잡스는 다음 세기까지도 사원들에게 혜택을 안길 사무실을 창조하는 데 엄청난 기력을 쏟았다. 쿡은 “애플 파크는 1백 년짜리 결정입니다. 그리고 스티브는 매우 힘들었던 말년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여기저기 타협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쿡은 나에게 수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애플이 아니겠지요. 그리고 사원들에게 애플에서는 꼼꼼함과 세심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던지지 않았을 겁니다.” 잡스는 바로 그런 점을 원했다. 그리고 애플의 현재 지도층은 잡스의 최대이자 마지막이 될 제품 발표에서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그를 존경합니다. 애플 파크는 분명히 그의 시각이자 콘셉트예요. 애플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죠.”

지난 12월 쿡과 아이브, 애플의 홍보 책임자 스티브 다울링은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를 만났다. 아직 캠퍼스에 이름을 붙이지 않은 상태였다. 스티브의 이름을 캠퍼스 전체에 붙이자는 안이 나왔지만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그보다 캠퍼스의 남동쪽 모퉁이에 자리 잡을 1천 석 규모의 극장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 편이 거창하지 않아 좋았다. 잡스는 극장의 생김새에 신경을 썼을 뿐만 아니라, 그를 유명하게 만든 제품의 발표 행사를 위한 무대로 쓸 생각이었다. 쿡이 말했다. “부지의 최고점인 언덕 위에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스티브 자신처럼.”

극장 외에도 애플 파크에서는 떠난 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링의 곡선 위 반짝이는 빛에서, 나무의 흔들림에서, 그리고 우리가 보고, 또 볼 수 없는 수천 가지 디테일에서 말이다.

링은 우주선처럼 생겼다. 하지만 링의 극적인 요소 뒤에는 애플 경영진의 마스터플랜이 숨어 있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지진과 가뭄 등의 자연 재해를 견디며 이 모든 것을 꿈꾼 남자의 선견지명을 실현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내진 설계 이 건물은 어떤 방향으로 흔들려도 주요 시설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1.4미터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철골 기초 격리 장치 위에 시공한다. 아이브는 “단지 생존을 위한 시도가 아닙니다. 링은 지진으로 충격을 입어도 기능을 잃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1. 스티브 잡스 극장

2. 지정 주차 공간 2012년, 애플 경영진은 프로젝트의 예산 초과를 우려했다. “말하자면 미리 꼬리를 내린 형국이랄까요”라고 쿡이 말했다. 건축팀은 ‘예산 다이어트’라 일컫는 과정을 거쳤다. 그 일환으로 예산이 더 많이 드는 지하 주차장(6천 대 수용)과 지상 주차장(3천 대 수용)의 규모를 뒤바꾸어
설계 및 시공했다.

3. 울프 로드 터널

4. 체육관과 복지 센터

5. 태영열 시스템 26만 제곱미터 면적의 링은 친환경 에너지에만 의존해 운영된다. 대부분은 캠퍼스 전역에 설치된 7만5천 제곱미터 면적의 태양전지에서 얻는다.

6. 활짝 열리는 문 카페 외부를 따라 설치한 미닫이문은 4층 전체에 걸쳐 뻗어 있다. 한 짝에 2백 톤이나 나가기 때문에 지하에 숨겨진 기계를 통해 문을 여닫도록 설계했다.

7. 황금빛 낙원 잡스는 나무로 우거진 사내 전경을 상상했다. 잡스가 꿈꾼 이상적인 공간은 직원들에게 애플의 미래를 개척할 영감을 줄지도 모른다. 애플의 미니 숲은 열매도 맺고, 가뭄에 강해 기후 위기에도 살아남을 나무 9천여 그루로 조성된다.

숨 쉬는 건물

잡스의 바람 중 하나는 숨 쉬는 건물이었다. 이를 실현하고자, 설비팀은 포뮬러 원 레이스카의 공기역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링은 캐노피 아래 안쪽에 마련한 장치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다른 곳에서는 환기구가 굴뚝처럼 뜨거운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낸다.

팟 내부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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