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만으로 구성한 전시회

패션지 <보그>가 창간 이래 수집한 아카이브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여점의 작품을 꼽았다.

패션 화보는 예술 작품일까, 상업적 작업물일까. 창간 125주년을 맞은 보그가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선보인 패션 사진들 중, 명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100여 점을 전시하는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을 감상하고 나면, 답을 찾기가 조금 수월해질지도 모르겠다. 어빙 펜,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등 패션 사진가들의 작품을 미술사의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초상화 섹션에서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오마주한 어윈 블루멘펠트의 작품을, 정물화 섹션에서는 카라바조의 ‘정물’, 고흐의 ‘협죽도와 책’ 등을 재해석한 그랜트 코넷의 작품을 비롯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풍경화 섹션에서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새롭게 재현한 머트와 마커스 피고트의 관능적인 오필리아,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레이디 오브 샬롯’을 연상케 하는 팀 워커의 매혹적인 작품을 통해 초상과 정물, 풍경화를 패션 사진으로 표현한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시대별 예술사를 즐겨 볼 수 있는 섹션도 마련돼 있다.

화려한 로코코 양식을 재현한 패션 사진들을 선보이는 ‘로코코 섹션’에서 루이 15세 시대 궁정화가 장 마르크 나티에의 ‘마담 조세프’에서 모티브를 얻은 어빙 펜의 ‘이브 생 로랑 블라우스’와 프레드릭 빌헬름 리히터의 ‘푸른 드레스’를 닮은 팀 워커의 ‘나선형 계단 위의 릴리 콜’은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섹션은 각각 에드워드 호퍼와 타마라 렘피카에게 영감을 받은 카밀라 아크란스와 호르스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보그 코리아 스페셜 섹션’에는 구본창, 홍장현 등이 송혜교, 틸다 스윈튼 등과 함께 작업한 보그 코리아만의 색이 담긴 작품들이 마련돼 있다. 125년의 역사를 훑고 나면 근대부터 현재까지 패션 사진의 계보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www.voguelike.com/V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