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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존재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2017.08.02이재현

존재감으로 따지자면 적수가 없다. 8월의 차는 이름이 곧 장르가 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다.

 

미국차는 이렇다 저렇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콕 집어 보이면 그만이다. 낙낙하다 못해 거대하기까지 한 크기, 터보차저 같은 건 도통 모르겠다는 듯 사수한 8기통 자연흡기 엔진, 그리고 오밀조밀하기보단 시원하게 구성한 인테리어까지. 에스컬레이드보다 고가의 차가 많다고는 해도, ‘풍요’라는 단어가 이토록 어울리는 차는 없다.

그럼 에스컬레이드의 경쟁 모델은 뭘까? 다소 김빠지는 이야기지만,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슷한 덩치의 차가 몇몇 있기는 하다. 하지만 1999년 1세대 출시 이후 럭셔리 풀사이즈 SUV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다진 에스컬레이드의 명성에 비할 차는 없다. 커다란 무제한급 유도 선수는 많아도, 금메달을 목에 걸 선수는 단 한 명인 것처럼.

독보적인 존재라는 자신감은 익스테리어부터 넘친다. 차체를 감아 돌며 구석구석에 휘몰아치는 어지러운 곡선은 어딜 봐도 없고 전면부에서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선이 홀로 또렷하다. 대신 평면에 가까운 면이 너르게 에스컬레이드를 둘러싼다. 다리미로 구김을 모두 지운 것처럼 단정한 매무새는 셔츠 단추를 목까지 채워 입은 건장한 남자의 모습 같다. 22인치의 7-스포크 휠은 형태가 단순하면서 육중하고 묵직하다. 상체에 쏠린 시선을 하체로 분산시키지 않으면서 상하 균형을 맞추는 중재자. 세로로 길게 배치한 LED 헤드램프는 껑충 솟은 보닛 높이를 양옆에서 강조하면서도 ‘눈물 흘리는’ 캐딜락의 최근 패밀리 룩을 성실하게 따른다.

에스컬레이드는 운전자의 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다. 트럭을 제외하면 웬만한 차의 정수리를 훤히 살필 수 있는 차체는 그야말로 ‘높은 데서 호산나’. 게다가 천연 가죽과 원목, 카본으로 촘촘하게 구성한 인테리어에 둘러싸여 있자면 이 차가 무작정 덩치로만 승부하는 차는 아니란 걸 절로 알게 된다. 동승자를 위한 매너도 철저해 1열은 물론 2열까지 히팅과 쿨링 시트를 설치했다. 2열 위 루프에 달린 9인치 스크린을 미디어 기기와 연동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 커다란 짐을 싣겠다며 부산스럽게 3열을 접는 수동 레버를 찾을 필요도 없다. 트렁크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3열 시트를 자동으로 접거나 펼 수 있다. 2열 시트까지 접으면 430리터였던 트렁크 용량은 1461리터까지 부푼다.

캐딜락에서 가장 큰 이 차의 무게는 2천6백50킬로그램. 무거워서 굼뜨지는 않을까 갸웃하는 찰나, 62.2kg·m의 푸짐한 최대토크가 거구를 움직인다. 가속이 붙으면 5600rpm에서 최고출력 426마력을 쏟아내며 전진하고 또 전진한다. ‘기름 먹는 차’라는 꼬리표가 싫었는지, 정속으로 주행하면 8개 중 4개의 실린더를 슬며시 잠재워 연료 효율을 높인다. 고속으로 접어들면 엔진룸 내부의 셔터를 내려 ‘바람 잘 날 없는’ 공간의 대문을 닫는다. 각진 차체의 멋을 유지하면서도 공기 저항을 줄이는 야무진 방법을 찾은 것이다.

브랜드나 모델명이 상품의 대명사가 된 예는 숱하다. 시장을 독점했거나, 사람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거나. 전자의 예인지 후자의 예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에스컬레이드를 그 사례에 추가해도 될 것 같다. SUV라고 표현하긴 해도, 다른 모델과 같은 범주로 묶기엔 그 존재감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에스컬레이드는 에스컬레이드다.

크기 ― L5180 × W2045 × H1900mm
휠베이스 ― 2946mm
무게 ― 2650kg
엔진형식 ― V8 가솔린
배기량 ― 6162cc
변속기 ― 8단 자동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5링크
타이어 ― 모두 285/45 R 22
구동방식 ― AWD
최고출력 ― 426마력
최대토크 ― 62.2kg·m
복합연비 ― 6.9km/l
CO2 배출량 ― 259g/km
가격 ― 1억 2천7백80만원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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