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움직이는 성

타인의 삶까지 생각해야 하는 성인이 되었다만, 그렇다고 스타일을 포기할 수 없다. 마음뿐 아니라 삶도 넉넉해지는 7인승 SUV가 여기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수입 대형 SUV가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 지난해에만 4223대. 웬만한 수입차 브랜드의 1년 판매량을 한 가지 모델만으로 압도해 버렸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7인승 수입 SUV 시장을 연 개척자다. 비결은 ‘가성비’. 5천만원대에 살 수 있는 수입 7인승 SUV는 도무지 흔치 않다. 특히 터보를 단 2.3리터 모델은 비교적 부담 없는 배기량 덕분에 정무문 지키던 이소룡 못지않은 일당백의 활약을 펼쳤다. 버튼 하나로 3열 시트를 평면으로 눕히고, 2열 시트도 통째로 앞으로 젖히도록 만들어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섬세하다. 국내에서 투엑스라지 사이즈의 차를 좋아하는 고정 팬층은 두껍기 때문에 익스플로러의 인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갈 것이다.

볼보 XC90 3점식 안전벨트를 처음 발명한 회사이자, ‘강박성 안전 집착증’을 앓고 있는 브랜드다웠다. 2002년 양산을 시작한 1세대 XC90은 믿음직한 안전성과 패밀리카로 알맞은 실용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밖에 뚜렷한 개성이 적은 것이 XC90의 약점. 특히 무던한 디자인은 젊은 층에게 매력적일 리가 없었다. 반면 2016년 국내에 들여온 2세대 XC90은 볼보 브랜드 이미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었다. 무엇이든 때려잡을 것 같은 ‘토르 망치’ 주간주행등,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로 거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볼보의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양산차 중에서 최고 수준. 커다란 차체 내에 울리는 음악은 3열에 앉은 사람의 고막까지 포위해, XC90을 달리는 오페라 하우스로 만든다.

 

혼다 파일럿 체급을 독점하다시피 한 익스플로러에게 ‘도장 깨기’ 승부를 청한 차가 있다. 혼다 파일럿이다. 사실 파일럿은 7인승 이상 SUV를 선호하는 미국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혼다 미국 법인이 주도적으로 설계한 ‘일본계 미국차’다. 생산도 앨라배마에 있는 혼다 미국 공장에서 한다. 처음부터 국내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판매를 시작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 해 판매량이 두 자릿수에 머문건 참 아픈 역사였다. 그러나 2016년, 3세대 모델이 등장하자 판매량은 801대로 껑충 뛰었다. 8인승으로 허가 받았고, 가격은 익스플로러와 비슷한 5천만원대. V6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모델만 있다. 2.3리터 익스플로러보다 큰 배기량이 부담스럽긴 해도, 타코야키 위에 오른 가쓰오부시처럼 팔랑대지 않는 주행 성능은 분명 한 수 위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메르세데스-벤츠가 ‘돌림자’를 사용해 조금 복잡한 모델명을 정리 정돈했다. SUV 라인업에는 ‘GL’로 시작해 차의 등급을 나타내는 알파벳이 붙었다. GLA가 출시되면서 SUV 형제 중 주니어가 되었고, GLK는 GLC가, ML은 GLE가 되었다. 모델명이 ‘GL’인 차도 있었다. 국내에서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7인승 플래그십 SUV의 이름이 GL이었다. 이 차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를 찾았다. S클래스처럼 플래그십 모델을 상징하는 알파벳 S가 붙어 GLS라는 근사한 이름을 달고서. V6 3.5리터 디젤 엔진의 GLS 350d와 V8 4.7리터 가솔린 엔진의 GLS 500이 있다. 특히 GLS 500은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5kg∙m의 힘을 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5.3초면 충분한 달리는 저팔계다.

 

인피니티 QX60 “모든 것은 하나의 선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퇴임했지만, 오랫동안 인피니티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시로 나카무라가 한 말이다. 인간의 근육을 비롯해 자연에서 찾은 곡선을 이식한 인피니티는 그래서 ‘선의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세단뿐만 아니라 SUV도 마찬가지. 덤벨을 움켜쥔 팔뚝에 솟은 힘줄처럼 생물학적인 선이 팽팽하다. 물론 인피니티엔 커다란 차체를 6인승으로 설계해 시종일관 거만한 자세로 앉을 수 있는 QX80이 있다. 하지만 1억이 넘는 가격과 위압적인 덩치에 주저된다면 7인승 QX60을 고려할 만 하다. V6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34.3kg∙m의 힘으로 네 바퀴를 굴려 일상을 벗어나는 호쾌한 주행에도 부족함이 없고, 7명이 탑승해도 실내 공간에 여백이 많아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선배 세대가 이룬 업적 때문일까.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출시된 수입 SUV 중에서 가장 떠들썩했던 차는 랜드로버의 5세대 디스커버리였다. 8년 만에 풀체인지를 마친 디스커버리는 디자인부터 트러블 메이커였다. 엔진 달린 냉장고 같이 각이 생명이었던 차가 거친 풍파에 한풀 꺾인 어부처럼 유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게 보면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고약하게 보면 거세 당한 수컷의 초상이라고 할까.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는 건 금물. 프레임 보디 대신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로 설계해 480킬로그램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매끈한 디자인 덕에 공기 저항 계수는 역대 랜드로버 중 가장 낮은 0.33cd다. 전보다 넉넉한 3열 공간과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새로운 디스커버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냥한 매력이다.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선배 세대가 이룬 업적 때문일까.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출시된 수입 SUV 중에서 가장 떠들썩했던 차는 랜드로버의 5세대 디스커버리였다. 8년 만에 풀체인지를 마친 디스커버리는 디자인부터 트러블 메이커였다. 엔진 달린 냉장고 같이 각이 생명이었던 차가 거친 풍파에 한풀 꺾인 어부처럼 유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게 보면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고약하게 보면 거세 당한 수컷의 초상이라고 할까. 하지만 섣불리 판단하는 건 금물. 프레임 보디 대신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로 설계해 480킬로그램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매끈한 디자인 덕에 공기 저항 계수는 역대 랜드로버 중 가장 낮은 0.33cd다. 전보다 넉넉한 3열 공간과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새로운 디스커버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냥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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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자동차와 미술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