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소통으로 지는 오버워치, 불통으로 뜨는 배틀그라운드

2017.08.23GQ

<오버워치>가 주춤하는 틈을 타 <배틀그라운드>는 새로운 ‘갓겜’ 타이틀을 획득했다. 도대체 무엇이 <오버워치>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정말로 그들의 새로운 둥지가 <배틀그라운드>인 걸까. PC방 점유율 변화를 통해 유저 이동의 실체를 파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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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는 정말 <오버워치>의 파이를 빼앗았나?” 

<오버워치>는 지난해 5월 출시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PC방 점유율 30%를 기록하면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끌어내렸다. 40% 안팎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은 <오버워치> 출시 2달 후인 7월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23%까지 떨어졌다. 15%였던 <서든어택>은 5%대로 추락했다. <사이퍼즈>의 점유율 1%도 <오버워치>로 빠져나갔다. <오버워치>는 위 세 게임으로부터 약 27%의 점유율을 가져간 셈이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오버워치>의 점유율은 8월 셋 째 주 기준으로 약 16%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하면 정확히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그 많던 오버워치 유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서든어택>과 <사이퍼즈>는 본래의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30%까지 끌어올려 1위를 탈환했다. 나머지 점유율은 ‘갓겜’의 타이틀을 물려받은 <배틀그라운드>의 몫이 됐다.

<배틀그라운드>는 정식 출시 전의 ‘얼리 억세스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8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PC방 이용자수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7월 초부터 기록된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점유율을 살펴보면 2%에서 시작해 8월 말에는 9%를 넘겼다. <서든어택>에 이어 부동의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 3>마저 제친 것이다.

PC방 점유율 이동만 놓고 보면 <오버워치>의 이용자 중 절반은 <리그 오브 레전드>로 돌아갔고, 그 나머지는 <배틀그라운드>로 몰린 셈이다. 결국 <배틀그라운드>는 <오버워치>의 파이를 먹고 큰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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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주는 스트레스, 불통이 주는 위안”

<오버워치>를 접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넘치는 핵 프로그램, 고의 트롤링, 욕설에 지쳤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은 멘탈을 녹이는 욕설이 아닐까.

<오버워치>는 실시간 소통이 중요한 게임이다. 때문에 다양한 소통 방식이 존재한다. 화면 내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클릭으로 간단한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있고, 다른 게임들처럼 채팅이나 음성 대화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다양한 소통 방법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과도한 욕설 때문이다. 플레이를 못해서, 상대가 원하는 영웅을 고르지 않아서, 그냥 맘에 안 들어서. 욕먹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키보드로만 싸웠는데, <오버워치>에서는 헤드셋을 끼고 육성으로 싸우게 됐다.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통해 ‘부모님 안부’를 접할 때면 ‘도대체 내가 이 게임을 왜 하고 있나’ 회의감부터 든다.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불통의 게임이다. <오버워치> 정서가 팀에 있다면, <배틀그라운드>의 정서는 개인에 있다. 맵에 위치를 찍는 행위를 제외하면 무작위로 매칭된 팀원과 소통할 수 없다. 마이크가 없어도 눈치만으로 진행이 가능한 게임이다. 심지어 게임은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오버워치>처럼 스킬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튜토리얼조차 없다. 그저 거듭된 죽음으로 체득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통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상대보다 못해서 죽어도 조롱당할 일이 없고, 모르는 사람과 한 팀이 돼 싸울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 “이걸”로 시작하는 ‘정치질’을 떠나 오로지 게임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다. 지금의 유저 이동 현상 그 근본에는 이토록 상반된 두 게임의 정서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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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의 추락은 운영의 문제?”

<오버워치>가 주는 불편함에는 욕설로 인한 스트레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신고한 비매너 유저가 제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생기는 불만도 크다. 블리자드는 주기적으로 제재 명단을 발표하지만 내게 피해를 줬던 유저가 제재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온갖 욕설과 ‘패드립’이 넘쳐나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오랜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오버워치>에 많은 유저를 뺏기고 난 뒤 신고 결과를 고지하기 시작했다. 제재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유저들은 ‘경쟁의 효과’라며 반겼다.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리플레이 기능까지 추가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 회복에는 이같은 후속 조치가 한 몫 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블리자드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까? 최근에는 팀의 조합보다 개인의 능력이 강조된 ‘팀 데스매치 모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팀 데스매치 모드는 <오버워치>의 개발자 제프 카플란이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오버워치>의 위기를 더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매너 유저의 제재 방식 개선에 대해선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젠 <오버워치>가 외양간을 고칠 차례다.

    에디터
    글 / 이시우(<데일리 e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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