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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크루그의 뮤직 페어링?

2017.08.29손기은

샴페인 하우스 크루그는 ‘뮤직 페어링’을 오랫동안 시도해왔다. 크루그 가문 6대손인 올리비에 크루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크루그는 간단한 제품 설명과 사진부터 남다르다. 시 한 편처럼, 작품 한 조각처럼 느껴진다. 크루그의 소통 방식 덕이다. 크루그는 늘 감정의 언어로 이야기하려 한다. 기술적인 정보로는 크루그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크루그를 마셨을 때의 감정을 쉽게 잘 표현하면, 굳이 정보를 붙이며 애쓰지 않아도 된다. 비발디나 스트라빈스키가 봄을 표현할 때, 말이 필요할까?

테이스팅 노트를 쓰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크루그는 대체 뭐가 특별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한 모금 마셔보면 알 테다. 심포니를 듣는 것처럼 모든 악기가 그 안에서 폭발한다고 설명한다. 복숭아 향이 나고 사과 향이 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뮤직 페어링, 푸드 페어링에 공들이는 이유를 알겠다. 음악과 샴페인을 페어링하는 건 크루그만의 활동이다. 같은 크루그 한 잔을 풍성한 오페라, 음이 높은 베토벤 교향곡, 재즈와 각각 페어링해서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꽉 차게, 두 번째는 좀 더 예리하게, 마지막은 가볍게 느껴진다. 기분 탓이라기보단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부분이다. 음악은 뇌를 자극해 미각 연상을 바꿀 수 있다.

새로 단장한 크루그 패밀리 하우스에서도 음악은 중요한 요소인가? 크루그 하우스 어디에서도 좋은 품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좋은 설비는 테이스팅 룸 안에 있다. IRCAM(파리에 있는 현대 음향/음악 연구소)과 함께 만들었는데 마치 음악으로 샤워를 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당신의 이력을 보면 2년간 일본에서 크루그를 부흥시킨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은 완성도에 대한 놀라운 집착이 있는 시장이다. 크루그와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교토에서 칼을 만드는 장인과 친구를 맺었는데, 그는 늘 긴 말을 하지 않는 편인데,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칼을 만드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이 칼로 고기를 썰면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설명한다. 소비자들의 혜택과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크루그도 마찬가지다.

“크루그 정말 좋지. 근데 좀 새로운 샴페인 없을까?”라고 말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뭐라 말해주고 싶나? 이미 크루그를 안다면 바꾸고 싶어 하지 않을 텐데? 미안하지만 정말로. 같은 크루그 그랑 퀴베라도 에디션마다 맛이 다르다. 늘 새롭다. ‘크루그 러버’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이유다.

크루그 러버들은 크루그를 하이엔드 브랜드와 비교하는 걸 즐기는 것 같던데, 당신도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나? 수공예품이라는 점, 소비자들의 기대와 신뢰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벨루티?

가장 기억에 남는 크루그 한잔이 있나? 내가 제일 처음 맛본 크루그! 사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태어나자마자 입술 위로 몇 방울 떨어진 크루그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송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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