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의 아이돌은?

스맙의 해체와 AKB 멤버의 결혼 발표, 베비메탈의 흥행과 하시모토 칸나의 위력, 지금 일본 아이돌 신의 다섯 가지 이슈.

스맙 해체 스맙이 해체했다. 반년이 지난 뉴스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와 기무라 타쿠야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 이나가키 고로, 카토리 싱고는 9월에 소속사인 쟈니스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스맙이 해체했다는 것은 또한 일본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 SMAP×SMAP >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주일에 한 번 스맙 다섯 멤버가 모두 모여 초대 손님을 위한 요리 대결을 하고 온몸을 던져 콩트를 하며 유명 뮤지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스맙은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모든 것을 새로이 개척한 그룹이었다. 하나의 팬덤을 넘어 일본 전체가 사랑하고, 쟈니스라는 굴지의 레이블의 기반을 다진, 과연 현대적 의미에서 아이돌이라는 정의를 새로 써내려간 이름이었다. 그런 스맙이 해체했다. 다른 많은 것이 끝났거나 사라질 예정이라는 뜻이다.

 

AKB 멤버 결혼 발표 멤버와의 계약 조건에 ‘연애 금지’ 조항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여자 아이돌 AKB. 지금까지의 인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이벤트인 ‘총선거’에서 올해 20위를 차지한 스토 리리카가 소감을 말하던 중 독단으로 결혼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저 NMB48 스토 리리카는 결혼합니다.” 방송이 나가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고, 한동안 트위터 트렌드가 결혼 발표 관련 키워드로 뒤덮였다. 최초로 총선 1위 3연패를 기록한 사시하라 리노의 얘기, 졸업을 발표한 와타나베 미유의 일은 금세 덮여버렸으니, 다른 멤버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의견에, 연애를 금지시키니 아예 결혼을 발표하냐는 비아냥까지, 조금씩 하락세를 타고 있던 AKB 인기였지만, 대놓고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강압에 가까운 연애 금지 조항을 내세워 대놓고 유사 연애를 팔던 기획에 종말을 예고했다.

 

‘천년돌’ 하시모토 칸나 처음엔 반짝 이슈 같았다. 하시모토 칸나가 후쿠오카에서 로컬 아이돌 멤버로 활동하던 2013년 당시 한 팬의 ‘직찍’ 사진 한 장이 화제를 일으킬 때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하시모토 칸나는 ‘천년돌’(천 년에 한 번 나오는 미모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외모에, 특유의 ‘아이돌력’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거머쥐고 꾸준히 이어나가더니 어느새 안정된 커리어로 만들어냈다. 스무 개 이상의 상업 광고를 찍으며 실질적 인기를 증명했고, 80년대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네 번이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서브 컬처 팬들에게 사랑받은 <세일러복과 기관총>의 2016년판 영화 주연을 맡으며 존재감을 각인했다. 올해에는 대작 실사화 영화 <은혼>과 공중파 드라마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단 한 번의 미소만으로 잠시라도 세상의 걱정을 휘발시키는 아이돌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여자 솔로 아이돌은 가히 오랜만인데, AKB가 완전히 점령해버린 듯한 일본 아이돌계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다. 이름을 일일이 외우기도 힘든 수 많은 멤버 속에서 ‘최애’의 얼굴을 잠시라도 더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공격적인 이벤트에 지친 많은 대중도 아마 같은 생각으로 하시모토 칸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메탈의 부활과 미래 메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지만 그 주인공이 10대 일본 3인조 여자 아이돌 밴드라니, 혹시 라이트 노벨 내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11년 인디 데뷔 후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던 팀 베비메탈은 아이돌과 메탈의 조합이라는 일종의 ‘갭모에’를 앞세워 주목을 받더니 2016년엔 일본인 최초로 영국 웸블리 아레나에서 대형 콘서트를 열었다. 첫 싱글은 일본인으로서는 40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39위, 영국 앨범 차트 15위를 기록했다. 1월에 있었던 서울에서 열린 메탈리카의 내한공연에는 메탈리카가 직접 추천해 오프닝 밴드로 무대에 올랐으며 올해는 드디어 서머소닉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에서 세컨드 헤드라이너로 공연한다. 이 정도 이력을 보고도 아직 석연찮은 마음을 가진다면, 이들의 공연을 직접 보고 실력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귀여운 소녀들이 ‘고스 로리(고딕 롤리타)’ 룩을 하고 절도 있는 춤을 추는 귀엽도록 기괴한 무대를 보면 압도당하며 곧바로 ‘입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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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레코드와 아이돌 일본 아이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메이저와 인디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식으로 전혀 교류가 없던 분야끼리 만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레코드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오직 오프라인으로 행사용 한정판만을 판매하는 그야말로 레코드 마니아층에게 최적화된 행사인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서 아이돌 레코드를 판매한다는 것이 좋은 예다. 까다로운 취향으로 음악을 듣는 리스너에게 판매되는 아이돌 음악이란 무엇일까. 참고로 올해 한정반을 냈던 아이돌 3776(みななろ 미나나로)는 후지산 출신 아이돌 그룹의 멤버 이데 치요노의 솔로 앨범이다. 21분짜리 뉴웨이브 펑크 장르의 곡이 실려 있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달면 가수 본인이 특정 장르에 깊은 조예가 없다 해도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줄 수 있다는 아이돌계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메탈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소녀들의 연주에 맞춰 모두가 춤추는 장면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에 대한 생각과 말과 행위에는 여전히 예민한 촉수가 도사리고 있다. 단순한 팩트일 뿐이라 해도, 가벼운 취향의 갈래라 해도, 거기엔 늘 개인적 입장과 맥락을 벗어난 것들이 고려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친일파’나 ‘한일전’ 같은 말이 여기에 조성해온 분위기 속에서 일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칫 덫을 피하느라 중심을 잃는 경우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두루 경계하며, 우리는 여행, 아이돌, 쌀, 자동차, 맛집, 로봇, 애니메이션 등 요동치는 단서를 두고 일본의 지금을 불쑥 들여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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