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을 꺼이꺼이 울게 만든 영화

남자는 가슴으로만 운다고? 남자들의 눈물샘과 콧물샘을 폭발시킨 1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 <토이스토리3> 유년의 내가 가지고 있던 동심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 어딘가에 꾹꾹 눌러서 담아두었던 게 아닐까? 이 영화가 그 동심을 일깨워줬다. 나는 그 감정을 오랫동안 그리워한 것 같다. 남자는 모두 애라고 하지 않던가? 바로 이 장면. 주인공 앤디가 대학교 기숙사 입사를 앞두고 다른 아이에게 자신의 장난감 박스를 건네다 멈칫하는 장면.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랑 영화를 보고 있을 내 미래의 여자친구. – 장승호(36세)

 

2. <내일의 기억> 어릴 적, 나의 아버지는 강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줬다. 영화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사에키(와타나베 켄) 역시 병을 앓기 전까진 한 가정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했다. 그리고 이제는 몸도 마음도 나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이 장면. 기억을 잃은 사에키는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에게 청혼했던 장소로 간다. 그곳에서 둘이 재회하지만 사에키는 에미코를 알아보지 못한다. 함께 기차역으로 걸어가던 중 에미코가 오열하는 장면이 정말 슬펐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너무 슬펐기에 다시 보고 싶지 않다. 다만,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원택(36세)

 

3. <동주> 영화 속의 윤동주는 학창 시절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청년이다. 그는 시를 사랑하고, 또래 여학생에게 애정을 느끼고, 가족을 그리워한다. 일제의 강점 아래 사그라진 그의 청춘이 너무 안타까웠다. 나 또한 대학생 때는 시를 좋아했고, 비슷한 학창 시절을 경험했다. 감정이입이 너무 심했는지 관객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소리 내어 울었다. 영화관에서 술 마시러 가는 길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동주>가 재개봉 하면 또 보러 가자고 한다. 영화 말고 나를 구경하러. 바로 이 장면. 영화가 모두 끝나고 강하늘이 부른 ‘자화상’이 영화관에 울려 퍼지는 장면.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대학교 동창들. – 이재위(32세)

 

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시한부 판정, 치매는 스크린에서 많이 본 듯한 영화적인 설정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수록 ‘현실’은 그 무엇보다 무서운 세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사회 복지사인 어머니는 병든 노인들을 간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리자 묵혀둔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바로 이 장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로 분연한 배종옥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짓누른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온 가족들에게 제지당한다. 사건이 진정된 뒤, 화장실에서 배종옥이 시어머니의 발을 씻기며 사과한다. 그 장면을 보며 펑펑 울었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배우 배종옥. – 곽용인(30세)

 

5. <어바웃 타임> 아버지는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마주앉았을 땐 아버지와 아들만큼 어색한 사이도 없다. 나 역시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체했다.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운 적이 없었기에, 영화가 끝나갈 무렵 흐느끼고 있는 내 자신이 스스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몇 마디 못하고 끊었다. 바로 이 장면.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은 아버지와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둘은 마지막으로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지금의 네 살배기 딸이 사랑을 이해하는 나이가 됐을 때. – 김관수(36세)

 

6. <인사이드 아웃> 우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어린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상상친구를 만들어 함께 논다고 한다. 아마 나에게도 영화 속 ‘빙봉’처럼 상상친구가 있었을 거다. 그와 헤어질 때 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슬펐을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았을까?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빙봉이 헤어질 때만큼은 나도 펑펑 울었다. 바로 이 장면. 상상친구인 빙봉이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을 위해 죽는 장면.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어릴 적 나의 상상친구. – 주동일(26세)

 

7. <클래식> 이 영화는 입대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던 시기에 봤다. 조승우가 베트남으로 파병 가는 기차에 올라탈 때는 마치 내가 전쟁터에 나서는 착잡한 마음이었다. 그 당시에 모태솔로였는데, 조승우와 손예진이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뭘 안다고 울었는지 모르겠다. 바로 이 장면. 손예진이 “살아 돌아와야 해!”라고 소리 치면서 조승우가 탄 파병 기차를 따라온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이제는 생긴 여자친구. – 이해성(32세)

 

8. <뉴욕에서 온 남자 , 파리에서 온 여자> 영화를 보는 내내 비상식적일 정도로 개방적인 마리온(줄리 델피)의 연애관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 “결국 우린 2년 동안 서로를 몰랐던 거다”로 시작되는 마리온의 독백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그녀가 ‘사랑은 위대한 것’이라고 믿고 있던 나의 뒤통수를 세게 때린 느낌이었다. 10번도 넘게 이 장면을 반복해서 봤다. 그때마다 울컥하곤 한다. 물론, 수 년이 지난 지금은 마리온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 바로 이 장면. 잭(애덤 골드버그)과 마리온이 크게 싸운 뒤, 마리온의 아파트에서 다시 만나 숨겨뒀던 속내를 나누는 장면.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미래의 여자친구. – 장수일(31세)

 

9.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3번 보고 3번 다 울었다.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 나왔다. 남자들의 우정이 뭉클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나에게도 태호(김상호) 같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눈물이 났다. 근데 그 친구에게는 이 영화를 보라고 말 못하겠다. 신파 영화를 진짜 싫어하는 친구라. 바로 이 장면. 수현(김윤석)이 폐암으로 죽은 이후, 친구 태호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수현의 알약을 먹고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수현(변요한)의 담배를 부러뜨리면서 “담배 이것 좀 끊으라!”고 소리친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꺼이꺼이 울게 된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이 영화만큼은 혼자 보고 싶다. – 김연제(35세)

 

10. <스파이더맨 홈커밍> 슬픈 게 아니라, 너무 기뻐서 울었다. 바로 이 장면. 사람들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반으로 쪼개지고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조차 끊어지려는 찰나, 아이언맨이 나타나서 도와준다. 그때 정말 기뻐서 눈물이 났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 윤성중(3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