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대신 잡은 스마트폰

매주 신작이 나올 만큼 모바일 자동차 게임의 종류는 다양하다. 떠돌아다니며 아이템을 모으는 어드벤처 스타일부터 누가 많은 좀비를 들이받는지 겨루는 게임까지. 심지어 ‘터닝 메카드’에 등장하는 자동차로 달리는 게임도 있다.(당연히 터닝 메카드 카드를 먹으면 변신한다.) 장르와 스타일이 다양해 매주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레이싱 게임 순위는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다. 한 달간 출퇴근길에는 물론 짬짬이 함께할 게임은 과속과 파괴를 일삼으며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을 공급한다는 <아스팔트8: 에어본>, 그리고 주차라는 성가신 과정을 재미있게 게임화했다는 <주차의 달인>이다.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와 시속 10킬로미터 언저리에서 즐기는 극과 극의 조합이다.

아스팔트면 아스팔트지 왜 에어본이라는 말이 붙는지 의아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차 ‘닷지 다트 GT’를 타고 첫 번째 스테이지를 마치자마자 이내 이유를 알았다. 곳곳에 있는 점프대를 지나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게이지가 차오른다. 차곡차곡 모은 게이지를 사용하면 니트로 부스터가 터지면서 엄청난 가속을 한다. 그래도 이 게임의 백미는 드리프트다.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면 역시 니트로 게이지가 충전되고, 멋지게 부스터를 사용해 코너를 탈출하면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 드라이버라도 된것처럼 자신감도 충전된다. 전륜구동차가 후륜 구동처럼 드리프트하고, 흔히 “카운터 잡는다”라고 표현하는 카운터 스티어링의 방향이 현실과는 반대여서 놀랐지만.

<아스팔트 8>은 출시된 지 한참 지났어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다양한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산차와 클래식카, 콘셉트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가 등장한다. 성적에 따라 차 등 지급하는 게임 머니를 벌어 마음에 드는 차를 살 수 있다. 자동차는 D, C, B, A, S 클래스 순으로 나뉜다. S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좋고,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보유 차종 등급에 따라 도전할 수 있는 스테이지도 다르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평소 좋아하던 차에 눈이 멀어 돈 벌기 무섭게 차를 사댔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의 차를 튜닝해가며 판을 깼어야 했는데. “본 적도 없는 쿤타치, 게임에서라도 타보자”라며 묵직한 배기음으로 고막을 지지고 기뻐하던 초보 시절의 실수였다.

초반엔 주차 게임을 할 때도 온 감각을 집중했다. 혹시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을까, 경직된 자세로 화면만 들여다봤다. <주차의 달인>은 실제 자동차 모델이 등장하지는 않아 시각적 즐거움은 덜하지만, 차를 대는 과정을 꽤나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거의 직진만 하는 아스팔트 8과는 달리 전진, 후진 기어를 바꿔가며 주차 공간을 공략해야 한다. 다른 차와 각종 장애물을 피해 공간을 파고드는 맛이 제법이다.

이왕이면 운전석에 앉은 시점으로 모든 판을 깨려 했지만, 고주망태가 된 음주운전자처럼 여기저기 부딪쳐 이내 포기했다. 자동차의 길이와 폭을 2차원 화면으로 느껴가며 운전한다는 것은 사실 애당초 무리. 아웃사이드미러와 룸미러도 사각지대 투성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결국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점을 택했다. 도대체 끝판은 언제 나오나 싶던 즈음 어느덧 스테이지 50을 넘기고 있었다. 난이도가 높아지자 습자지 한 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할 법한 코스의 연속이었다. ‘콰광’하며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순간마다 외마디 비명을 내뱉기를 약 보름. 대망의 스테이지 80을 깨고 ‘사이버 주차 마스터’가 되었다. 그날 현실에서의 주차도 유난히 매끄러웠는데, 게임을 통해 주차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았다면 기분 탓일지.

모든 판을 깨자 다른 유저의 실력이 궁금했다. 누가 빨리 차를 댈 수 있는지 1:1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국기로 표시한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라서 한국인이 대다수지만 가끔 외국인과 붙으면 ‘지옥의 주차난’에서 습득한 능력이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양, 재빠르면서도 우아하게 주차를 끝냈다. 그것도 승모근까지 힘이 잔뜩 들어갔던 예전과 달리 여유로운 자세로.

짧은 시간에 끝장을 본 주차 게임과는 달리 <아스팔트 8>은 ‘올해 안에 모든 스테이지를 깰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 만큼 끝이 없었다.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특별 미션을 수행하면 주는 ‘별’을 모으면 시즌 1부터 차례차례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다. 다른 차 많이 파괴하기, 드리프트만으로 달리기, <배틀로얄>처럼 꼴등은 실시간으로 탈락하는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기 등 시즌별로 다양한 스테이지와 맵이 끝도 없이 쏟아졌다. 드리프트 하면서 점프대를 올라 얼음판을 주름잡던 김연아 못지않은 트리플 러츠까지 구사하는 실력이 되었지만, 돈 벌기는 현실이나 게임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 초반부터 수집욕에 사로잡혀 과소비를 한 과오도 있고, 티끌 모아 티끌인 게임 시스템에 무릎을 꿇고 카드 결제를 하고 말았다.

저렴한 차로 시작해 돈을 모아 모델을 바꿔가는 게 이 게임의 정석이라고 한다. 그래도 돈의 맛은 달콤했다. 한 방에 쉐보레 콜벳 C7을 구입해 핸들링, 부스터 등 능력치를 끌어올려 주체하지 못할 방향 전환과 속도에 감탄했다. 내친김에 가장 고성능 클래스의 파가니 와이라까지 사고 싶었으나 비싼 가격 앞에서 대번 의지가 꺾였다. 역시 게임은 느긋하게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지막 단계인 시즌 9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모든 판을 깨도 쉽게 게임을 지울 것 같지는 않았다. 맵을 암기하고 순위가 무의미해지면, 시간 기록을 단축하려는 집착이 생길 테니까.

두 게임은 단순히 시간 때우는 용도 이상의 쓸모가 있다. <아스팔트 8>은 현실에서 절대 불가능한(해서는 안 되는) 주행을 모바일 환경을 통해서라도 느낄 수 있게 한 프로그래밍이 돋보인다. 덕분에 잠이 덜 깬 출근길에 한 달 동안 모닝커피 이상의 각성제 역할을 했다. 느릿느릿 움직이지만, 섬세한 핸들링으로 테트리스처럼 빈 공간에 차를 끼워 맞춰야 하는 주차의 달인은 운전면허 기능 시험을 앞뒀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다. 모의 주차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각도와 변속, 스티어링을 연습하기 좋다. 게임에 빠진 지 한 달째, 여분 배터리를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저 광고 뭘까 하면 모바일 게임 광고다. 휴대전화를 가로로 들었다 하면 여지없이 모바일 게임이다. 에디터가 하루의 한 뭉텅이를 잘라내 한 달간 모바일 게임에 몰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