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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을 위한 쇼핑 리스트

2017.09.08손기은

본격적으로 집에서 ‘혼술’을 시작한 사람들을 위한 쇼핑 제안서.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시간은 소중하다. TV도 켜지 않고, 휴대전화도 보지 않고, 오로지 술만 마시면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 취기가 자박자박 올라올 정도로만 마시고 침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기분. 부모님에게 운동을 권하는 마음으로, 학생에게 책을 권하는 마음으로, 도시인에게 ‘혼술’을 권한다. 좋아하는 술이 맥주건 소주건 크게 상관없다. 사람과 음식에 부대껴 마시는 술이 아니라면 취향도 조금씩 선명해질 테다. 차츰 유리잔을 골라가며 마실 만큼 장비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좀 취했다 하면 어지럽게 덤벼드는 아스팔트 위에 돈이며 체력이며 흩뿌리는 것이 아까워질 정도로…. 참, 가을은 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다. 곁에 창문만 있으면 된다.

 

1 ― 술 갖추기 혼술이 혼수도 아니고, 한꺼번에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몇 가지 갖춰야 할 술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하나씩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갖춰나가는 게 훨씬 즐겁다. 집에서 혼자 술 좀 마셔볼까 하는 사람들에게 맥주와 위스키는 기본. 와인보단 증류주 위주로 구비해야 작지만 그럴싸한 ‘홈바’가 완성된다.

1 맥주 유행도 좋지만 편하고 익숙한 브랜드로 골라 채워둔다.

2 위스키 평소 입맛에 맞았던 위스키 하나를 구비한다. 시내 보틀 숍의 다양한 선택지를 즐긴다.

3 일본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진을 갖춰두면 트렌드의 최전선. 마티니를 좋아한다면 진을 꼭 챙긴다.

4 전통주 집에서 혼자 마시기 좋은 술이 의외로 전통주다. 약주가 아닌 증류주 위주로 골라두면 한식이나 간이 센 배달 음식을 먹을 때 유용하다.

5 데킬라 위스키와 진 다음은 데킬라와 럼. 머리가 깨질 것처럼 마시던 그때 그 데킬라 말고, 오랫동안 숙성해 향이 그윽한 데킬라로 준비한다.

6 보드카 본격적으로 술을 섞는 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쯤 술장에 보드카를 한 병 추가한다. 이왕이면 프리미엄 보드카로 고른다.

7 포트 와인 와인은 혼자 다 못 마시면 결국 변한다. 대안은 포트 와인. 냉장고에 두고 몇 달간 마실 수 있다.

 

2 ― 도구 갖추기

1 지거와 바 스푼 혼자선 ‘한 잔만’을 지키는 게 좋다. 지거가 있다면 한 잔 기준인 30밀리리터를 계량하기 쉽다. 바 스푼은 큰 얼음을 넣고 저어보면 왜 필요한지 알게된다.

2 작고 날카로운 칼 큰 얼음을 만들 때 유용하다. 김치통만 한 밀폐용기에 미지근한 물을 넣고 얼렸다가 칼로 쪼개면 네모난 얼음을 만들 수 있다. 바 Bar 부럽지 않다. 레몬이나 라임을 썰 때도 쓴다.

3 필러 레몬, 라임 껍질을 길게 벗긴 뒤 비틀어 간단한 칵테일에 향을 뿌릴 때, 이게 없으면 영 힘들다.

4 와인 오프너 견고하고 묵직한 와인 오프너는 하나 갖춰두자. 와인보다 맥주을 더 자주 따도 괜찮다. 이 오프너를 꺼낸다면 혼자라도 멋이 난다.

5 아이스볼 몰드 주먹만큼 커다란 아이스볼을 만드는 얼음틀. 최근엔 종류도, 크기도 다양해졌다. 천천히 녹고 잔에 넣으면 보기에도 예쁘다.

6 위스키 스톤 괜한 액세서리 같지만, 갖춰두면 뿌듯하다. 녹은 얼음 때문에 술이 싱거워지는 걸 방지한다. 냉동실에 넣어뒀다 쓴다.

 

3 ― 잔 갖추기 혼술’할 때 좋은 잔이 주는 재미는 반절 이상이다. 최소 다섯 종류 정도만 갖춰둬도 아쉬울 게 없다. 위스키를 조금씩 홀짝일 때 쓰는 샷 잔, 아이스볼을 넣고 술을 즐길 수 있는 온더록 잔, 맥주나 하이볼을 즐길 수 있는 긴 글라스, 마티니 같은 칵테일을 따라 마실 수 있는 쿠프 잔, 그리고 샴페인, 와인, 막걸리 사케 등 다양한 주류를 마실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화이트 와인 잔 하나를 챙겨둔다.

 

4 ― 리빙 숍 쇼핑 최근 서울에 대형 리빙 숍 세 군데가 우르르 론칭했다. 웨스트엘름, 포터리반, 윌리엄 소노마. 모두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찾으면 눈이 번쩍 뜨일 소품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이다. 웨스트엘름엔 술병을 얻어둘 트레이류가 다양하고, 포터리반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술잔과 디캔터를 고를 수 있다. 윌리엄 소노마는 칵테일 만들 때 쓸만 한 작은 주방 도구들이 많으며 특히 식품 코너엔 술과 섞어 마실 수 있는 독특한 믹서(사진 속 병)도 몇 종류 있어 간편하게 근사한 맛의 칵테일을 만들어볼 수 있다.

 

5 ― 냉장고 채우기 혼자 마실 때 냉장고에 꼭 갖춰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위스키나 진과 섞으면 간단한 칵테일이 되는 탄산수, 토닉워터, 진저에일 같은 믹서류가 그것이다. 크랜베리 주스, 토마토 주스도 좋다. 칵테일에 좀 더 재미가 붙으면 라임과 레몬도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둔다. 적절한 산도가 더해질 때 술이 더 맛있어 진다. 잘 보관할 자신이 있다면 민트, 바질, 로즈마리 같은 허브류도 챙겨둔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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