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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조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바치는 선물

2017.09.20GQ

십대의 나는 컨버스 척 테일러를 제일 좋아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안정적인 직업이 생긴 후 좋아하는 스니커가 완전히 바뀌었다. 도대체 어떤 심경 변화가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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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 기사를 읽을 무렵, 나는 이미 다른 조던 한 켤레를 사느라 돈을 써버렸을 수도 있다. 혹은 버질 아블로 오프 화이트 X 나이키의 에어 조던 1을 샀을 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가을 옷차림에 안성맞춤인 에어 조던 5 카모를 구입했을 수도 있다. 모두 에어 조던이다. 하지만 에어 조던을 사는 이유가 단지 자랑을 위한, 허세의 목적은 아니다. 그럼 왜 샀냐고? 하필 왜 에어 조던이냐고? 그 대답을 지금 시작하려 한다. 나는 다른 모든 것들에 점차 시들해질 나이 즈음에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서른다섯 살이고, 최근 뉴욕 차이나타운의 유명한 스니커 편집숍인 스타디움 굿즈에서 스니커 한 켤레를 구입했다. 충동구매는 아니었다. 지난 1년 사이 씀씀이가 바뀔 정도로 살림살이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물다섯 살 무렵이나 지금이나 신발을 구매할 때의 심경은 같다.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매장에 들어선다. 구입한 스니커는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컨버스 척 테일러가 아닌 에어 조던이었다. 물론 척 테일러 역시 좋아했던 스니커이긴 하지만 그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약간의 미사여구가 필요하다. “컨버스 척 테일러는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유일한 스니커잖아!”같은 부연 설명 말이다. 척 테일러가 너무 구하기 쉬운 신발이기 때문에 생긴 변명이다. 사실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먹을 돈이 없어 요리를 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요리하는 남자라고 자랑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당시 나는 직업적으로 안정세에 접어든 상태였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니커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뜸 에어 조던 시리즈를 지르는 걸로 스니커 수집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경제적인 여유는 있었지만, 아직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달까? 대신 키스와 나이키가 협업해 만든 에어 포스 원 플라이니트와 올리브 그린 컬러의 아디다스 울트라 부스트 언케이지드, 뉴발란스 009, 그리고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와 같은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스니커들을 주로 사들였다. 구매한 스니커들은 스니커에 관심 없는 누구라도 예쁘다고 칭찬할 만한 스니커들이다. 모두 직접 신고 다니기 위해 샀다.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이 이름만 유명한, 한정판 스니커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에어 조던시리즈 만큼은 달랐다. 에어 조던 구매를 위해 스니커 매장에 발을 디딘 순간, 모든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성인인 나에게 있어 풍요로움을 대변하는 세 가지는 좋은 집과 좋은 자동차, 그리고 에어 조던 스니커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에게 좋은 집과 자동차를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에어 조던을 제공한 적은 없었다. 좋은 성적표를 바쳐도, 아무리 훌륭한 일을 했어도 에어 조던만큼은 받은 적이 없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에어 조던 대신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들에 조던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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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에 대한 환상은 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0년대에 더욱 커졌다. 그는 가장 높이 뛰고,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챔피언 반지를 딴 농구 영웅이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필름 <히즈 에어니스His Airness>는 마이클 조던에 대한 열기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점프맨 로고는 이제 세상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었다. 어렸던 나는 그의 로고가 그려진 제품이 곧 그의 일부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이클 조던이 코트에서 신었던 농구화보다 나은 스니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에어 조던은 어린 시절에는 절대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심지어 조던을 사기 전에는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성인도 존재한다. “부모님께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꾸준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MSNBC의 리포터 트라이메인 리가 말했다. 그도 막 30대 중반이 되었고 잠재된 욕구를 조던 스니커에 쏟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조던을 살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정말 사도 될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35세가 되어서야 그는 마침내 더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가 산 첫 에어 조던은 1988년에 최초 출시되었고 2011년에 재발매된 레드와 화이트, 시멘트 컬러의 에어 조던 3였다. “길거리나 잡지에서 에어 조던 3를 볼 때마다 가슴 속 어딘가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솟구쳤어요. 마침내 손에 넣었고, 그 당시의 감정은 늘 상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죠.”

채널 바이스랜드의 토크쇼 진행자 디저스가 신은 스니커는 1999년에 나온 후 2015년에 재발매된 에어 조던 오레오 IV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였죠. 아니,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스니커예요.” 그는 에어 조던 오레오 IV를 아주 즉흥적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정말 우연히 구매 가능한 사이트를 보게 됐죠.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듯 그자리에서 바로 주문했어요.” 택배 박스가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의 감격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마치 크리스마스 같았죠. 조던을 보고, 냄새를 맡고 어떤 옷에 맞춰 신을지 하루 종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에어 조던은 한 켤레로 충분하지 않다. 한 켤레의 조던으로 이미 충분할 거라는 기분. 위에 언급한 트라이메인 리와 디저스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한다. 리는 여섯 켤레의 에어 조던을 소유하게 된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에어 조던을 인생의 지표로 보는 대학교 신입생들이 여전히 있어요. 물론 학습 교재나 면접에 필요한 좋은 수트가 더 현실적인 도움을 주겠죠. 하지만 거기에 어떤 성취감이 있을까요?” 한 켤레의 에어 조던이 대변하는 건 소박한 자유라고 그는 말한다. 디저스도 오레오 페어를 시작으로 조던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에어 조던 시리즈를  무려 1백 켤레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가 모으는 스니커 컬렉션 중 단연 으뜸이다. “수집한 에어 조던 시리즈는 나의 성공을 대변하는 어떤 바로미터같아요. 그걸 보면서 내가 이만큼 잘 살고 있구나를 느끼죠. 어린 시절 나의 결핍에 보상하는 기분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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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니커 매장으로 돌아가보자.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스니커 숍을 가득 메운 수많은 에어 조던 앞에서는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직장을 바꾸고 연봉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3백 50달러가 넘는 스니커를 덜컥 살 형편이 됐다는 건 아니다. 수많은 에어 조던 시리즈 중 신중하게 하나의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신중했지만 고르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내가 고른 건 토론토에서 개최된 2015년 올스타전 스페셜 에디션이다. 이름은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올스타즈. 가격은 2백 50달러로, 3백 달러 예산 내에 있었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모델이다. 내 바로 옆의 어떤 남자는 4백 달러짜리 에어 조던 1 쉐터드 백보드를 구입했다. “와 정말 비싸다!” 순간 머릿속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소리치는 듯했다. 하지만 2백 50달러짜리 스니커를 산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만약 부모님이 옆에 계셨더라면, 돈을 물 쓰듯 쓰는 나를 분명 크게 질책했을 것이다.

마지막 고민을 하기 위해 잠시 스니커를 내려 놓는 순간, 아주 날렵한 인상의 스니커 숍 점원이 나를 보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 그에게 스니커 박스를 건넸고, 하자가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점원은 “흠, 아주 좋군요.”라고 말했다. 박스를 다시 받은 나는 늘 에어 조던을 원했지만 한 번도 소유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린 나에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제 너는 에어 조던을 가질 수 있어.”

    에디터
    조젠 커밍스(Jozen Cummings)
    사진
    nik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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