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너무 심한 취미 생활

아무리 좋은 취미도 적당히 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7명의 여자들이 옛 남자친구의 너무 심한 취미 생활을 폭로했다.

1. 컴퓨터 게임으로 밤을 새는 남자 남자친구와 함께 살 때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서 전화를 하고, 컴퓨터 앞에서 잠을 잤다. 일도 하지 않으면서 새로 출시된 슈팅 게임을 하기 위해서 최고 사양의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기존의 의자는 장시간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아프다며 새 걸로 바꿨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컴퓨터 게임으로 밤을 새고 아침에 잠을 잤다. 내가 출근한 뒤 곤히 자기 위해 커튼을 암막 커튼으로 바꿀 정도였다.

2. 무조건 요리를 해서 먹는 남자 요리가 취미인 남자친구는 절대 외식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자고 했다. 남자친구의 요리 솜씨가 뛰어났기에 아주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요리를 할 때마다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해주길 바랐다. 나는 맛 칼럼니스트도 아니고, 요리 연구가도 아니다. 기왕 먹는 음식이라면 편하게 먹고 싶은데 5분마다 “어때?”, “어떤 점이 좋은데?”, “왜? 별로야?”라고 묻는 남자친구 때문에 체할 지경이었다.

 

3. 낚시 가서 세월만 낚는 남자 남자친구가 바다 낚시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근사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주말에 설레는 기분으로 남자친구의 낚시를 따라 나섰다. 그러나 그는 반나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낚싯대에 미끼를 꿰어 던지는 일만 반복했다. 날씨는 덥고, 벌레가 꼬였지만 남자친구는 그저 낚싯대만 바라봤다. 해가 저물었지만 밥을 먹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나마 새끼 물고기 두 마리를 잡았다 놓아준 것 빼고는 성과도 없었다. 그 이후로는 낚시가 취미인 남자는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

4.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데이트 하려는 남자 남자친구는 오토바이 광이었다. 심지어 데이트를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하자고 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오토바이 튜닝에 돈을 쓸 궁리를 했다. 내가 치마를 입은 날에도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려고 했기에, 그를 만나는 날에는 무조건 긴 바지를 입어야 했다. 남자친구는 입만 열면 오토바이 이야기뿐이었다. 우리의 대화에는 공감대가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그의 오토바이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5. 데이트 할 때 축구 유니폼 입는 남자 남자친구는 일주일에 축구를 세 번이나 나갔다. 조기 축구, 정오 축구, 야간 축구까지 했다. 모처럼 둘 다 시간이 허락하는 토요일 밤에는 프리미어 리그를 시청하기 위해 일찍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서울 근교의 아울렛을 순례하면서 축구팀 유니폼과 축구 용품을 사 모았다. 데이트를 할 때조차 해외 축구팀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왔다. 그는 그게 가장 쿨하고 멋진 옷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축구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내 눈에는 그저 촌스러운 운동복일 뿐이었다.

6. 건담 프라모델 만드느라 집에만 있는 남자 남자친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심슨 피규어를 모으고, 레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키덜트였다. 처음에는 귀여운 취미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명 건프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더니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건담을 조립하고 도색을 하느라 주말조차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 연휴에 남자친구가 새 건담 시리즈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살다 보니 건담에게 남자를 뺏긴다며 눈물을 훔쳤다.

7. 노래방 가서 임재범 노래만 부르는 남자 남자친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동전 노래방에 나를 데리고 갔다. 엘리베이터처럼 좁은 공간에 나를 앉혀 놓고 임재범, 박완규, SG 워너비로 이어지는 소몰이 창법의 원조 가수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주말 아침부터 동전 노래방에 가자고 했을 때는 끔찍하게 싫었다. 그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3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임재범 노래가 나오면 바로 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