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요즘 클래식, 드레이크스

2017.10.27윤웅희

드레이크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클 힐과 나눈 10문 10답.

어떻게 드레이크스를 이끌게 됐나? 아버지가 런던에서 텍스타일 공장을 운영했다. 마이클 드레이크와는 오랜 친구고, 거기서 드레이크스 타이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그가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는 혹시 내가 관심이 있는지 물으셨다. 새빌로에서 일하고 있을 땐데, 텍스타일 디자인에도 관심이 있어서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드레이크스에서 일을 시작했고, 2010년 마이클이 은퇴하고 난 뒤 마크 조와 함께 회사를 인수했다.

패브릭을 까다롭게 고르는 걸로 유명하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나? 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원단을 쓴다. 타이에는 매클스필드에서 손으로 날염한 실크, 트위드는 해리스 트위드, 니트는 아일랜드에서 만든 걸 고집한다. 우린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소재에 집착한다. 오랜 전통, 정통성, 대를 이어 기술을 연마해온 사람들이 만드는 것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있다.

타이와 스카프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셔츠와 니트, 재킷까지 만든다. 이런 구성을 갖추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2012년쯤이다. 메이페어에 가게를 열고 소매업을 시작할 때부터 새로운 아이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단순히 가짓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공장을 해버대셔 스트리트로 옮기고 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피탈필즈와 서머싯에도 공장이 있다고 들었다. 맞다. 규모는 비슷하다. 각각의 공장에서 3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스피탈필즈에선 넥타이를, 서머싯에선 셔츠를 만든다.

타이 MTO 서비스도 있다는 걸 알고 좀 놀랐다. 일반적으로 타이는 깃과 꼬리가 허리선에 오도록 맨다. 그런데 사람마다 키, 바지를 입는 방식, 타이를 매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MTO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길이와 폭은 물론 소재, 색깔, 패턴까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시즌마다 20여 가지 원단을 준비하는데 좀 더 특별한 걸 원하면 아카이브에서 권한다.

타이를 고르는 당신만의 안목이나 비법이 있나? 개인적으론 강렬한 색감이나 패턴 대비를 즐긴다. 소재의 질감 차이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하지만 이런 질문엔 정답도 없고, 왕도도 없다. 많은 시도를 해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수밖에.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이 진짜 즐거운 거다.

당신의 옷장에서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뭔가?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셔츠와 아버지가 만든 타이. 내가 산 것들 중에선 특히 좋아하는 트위드 재킷이 두 벌 있다. 둘 다 셔틀랜드에서 수동 베틀로 직조한 건데, 이 원단은 더 이상 안 나와서 더 애착이 간다.

런던 어디에 살고 있나? 공장 위층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들은 영국 남서부 데본에 사는데, 집에 가려면 4시간이 넘게 걸려서 주중엔 공장에서 잔다.

이스트 엔드나 쇼디치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줄 수 있나? 음식은 컬럼비아 로드에 있는 브라운이 잘하고 펍은 패링던 로드의 이글이 최고다. 런던 최초의 개스트로 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초창기 멤버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주방에서 일한다. 갤러리를 좋아한다면 헤일즈와 케이트 맥개리 갤러리를 추천한다.

드레이크스는 클래식 브랜드인가? 클래식이라는 말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한계를 정해놓고 그 테두리 밖으로 나서지 않는 건 위험하다. 드레이크스는 분명 클래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도 입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다. 클래식의 지점에서 질문을 던지지만, 눈과 귀는 지금의 패션과 연결되어야만 한다. 그런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싶다.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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