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로 가는 길

산펠레그리노가 주최하는 ‘영셰프 경연대회’의 동북아시아 지역 결선이 이달 6일 대만에서 열린다. 열린다. 수천 명의 지원자들 중 총 10명이 선발되어 올라갔는데, 그 중 무려 5명이 한국 셰프다. 여기서 선발된 셰프는 내년 6월 밀라노에서 열리는 최종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다. 열심히 칼을 갈고 있을 유망주 셰프들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왼쪽부터 ㅣ 최진원, 배종훈, 김봉수, 박종윤, 강민성

 

강민성(‘밍글스’ 셰프 드 파티)

출품한 시그니처 요리 – 우설 찜과 당근 제철 뿌리채소 한남동 수마린에서 다이닝 레스토랑의 주방을 처음으로 경험했는데, 그때 육류의 주요 부위가 아닌 내장, 방광 등의 부산물까지 활용한 메뉴를 만드는 걸 보고 감명 받았다. 일상적이진 않아도 특색있는 부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다.

1.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칭찬은?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1년 동안은 매일 혼나기만 했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 어느날 내 바로 위 사수 세프가 “이제야 좀 불을 다룰 줄 아네”라고 툭 내뱉었다. 하루의 반을 함께 붙어있는 사람에게 들은 말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2. 주방 안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은? 설거지 하는 곳. 레스토랑마다 구조가 다르지만, 밍글스는 설거지 공간이 제일 앞에 나와 있어 각 섹션을 모두 볼 수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어서 좋다.

3. 한번쯤 생각해본 미래의 나의 레스토랑 이름은? ‘La modestie’. ‘겸손하자’라는 뜻이다.

4. 내가 생각하는 채소 중의 채소는? 양파. 생 양파는 매운 맛이 나지만 고온에서 얼마나 잘 볶느냐에 따라 단맛도 나지고, 거기서 또 더 잘 볶으면 양파 자체의 신맛도 나온다. 변화무쌍한 채소라 제일 좋아한다.

5. 만약 ‘포핸즈 디너’를 개최한다면, 함께 손발을 맞춰보고 싶은 셰프는? 프랑스 리옹 ‘Le passé temps’의 이영훈 셰프. 한달 정도 견습을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요리를 하고 있는 셰프이기도 하다.

6. 내 요리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간, 산미, 편안함. 특히 음식의 산미는 요리의 균형을 잡아준다.

 

김봉수(‘한국 술집 21세기 서울’ 셰프)

출품한 시그니처 요리 – 소 염통 쌈 구의와 쌈. 이 두 가지로 한국 음식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소 염통에 장을 발라가며 굽고 구운 나무 향을 더하고 비트로 김치를 만들었다.

1.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칭찬은? 제철 식재료로 메뉴 짜기가 힘들었던 어느 해 가을, 우연히 손님으로 방문한 스웨덴인 부부가 코스 메뉴 식사를 끝내고 이렇게 말해줘서 희열을 느꼈다. “지금 이 계절의 맛을 정확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 계절의 요리도 궁금해지네요.”

2. 주방 안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은? 워크인 냉장실과 화장실. 화장실은 항상 서서 일하는 요리사들에게 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서, 워크인 냉장실은 땀도 닦고 잠깐 들어가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라서다. 시원한 냉장실에서의 휴식은 느껴본 사람만 안다.

3. 내가 생각하는 채소 중의 채소는? 인삼. 한국 그 자체.

4. 주방도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미니 스패츌러. 어느 때엔 칼처럼 재료를 자를 수도 있으면서 맛도 테스트 할 수 있고 뒤집개로 쓸 수도 있으면서 끌개까지 된다. 작은 도구지만 손에 감기는 맛이 있다.

5. 동네 철물점에서 요리를 위한 기물을 하나 고르다면? 삽과 화분. 자연적인 음식을 담아내고 싶다.

6. 만약 ‘포핸즈 디너’를 개최한다면, 함께 손발을 맞춰보고 싶은 셰프는? 요즘 음식의 사이클과 생태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제3의 식탁>을 접한 뒤부터 댄 바버 셰프를 꼭 만나보고 싶어졌다.

 

박종윤(‘다이닝노을’ 수셰프)

출품한 시그니처 요리 – 갈비찜 세계대회인만큼 내가 그동안 먹고 자란 음식으로 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비찜을 주제로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했다.

1.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칭찬은? 프랑스 주방 문화나 시스템도 모른 채 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할 때다. 주방 텃세에 꽤 힘든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셰프님이 지나가면서 흘린 “You Good” 이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2. 내가 생각하는 채소 중의 채소는? 토마토. 다채롭다.

3. 주방도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 어디를 가나 꼭 들고 다니는 도구라서 함께 고생한 전우 같은 느낌이 든다.

4. 동네 철물점에서 요리를 위한 기물을 하나 고르다면? 가구 손잡이. 생각보다 다양한 문양과 모양을 가진 것 같아서 플레이팅 아이디어를 이걸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 만약 ‘포핸즈 디너’를 개최한다면, 함께 손발을 맞춰보고 싶은 셰프는? 앤 소피 셰프. 음식이 굉장히 섬세하고 색감이 아름답다. 프랑스와 한국의 식재료를 모두 사용해 함께 요리해보고 싶다.

6. 내 요리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발전. 창의. 아름다움.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마음, 일상 속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소양, 이 결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음식.

 

배종훈(‘에스트레야’ 셰프 드 파티)

출품한 시그니처 요리 – 토란미소 게살샐러드 그리고 사과 다시 발효를 주제로 풀어보고 싶어서 일본식 된장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단순한 재료도 발효를 하게되면 깊은 맛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칭찬은? 유난히 바빴던 주말, 실수없이 일을 모두 끝낸 뒤 수셰프가 워크인 냉장실 안에서 “오늘 인상깊은 서비스 했다. 잘했어”라고 했었을 때.

2. 한번쯤 생각해본 미래의 나의 레스토랑 이름은? 정재실이. 심마니들의 은어로 부엌이라는 뜻이다. 원래 은어가 그 계층과 집단에서만 쓰는 한정적인 말인데, 오히려 나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

3. 내가 생각하는 채소 중의 채소는? 당근. 채소가 주는 단맛을 즐기는데, 당근이 내 요리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4. 동네 철물점에서 요리를 위한 기물을 하나 고르다면? 쇠도장을 사서 달군 뒤 고기 종류의 음식에 찍어내고 싶다.

5. 만약 ‘포핸즈 디너’를 개최한다면, 함께 손발을 맞춰보고 싶은 셰프는? 스와니예 이준 셰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디어와 조합들이 나에겐 생소한 충격이었고, 꼭 배워보고 싶다.

6. 내 요리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영어 세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 떠오른다. ‘Simple but Delicious’

 

최진원(‘밍글스’ 코미 셰프)

출품한 시그니처 요리 – 약밥과 장아찌를 곁들인 맥적 내가 평소 좋아하는 요리인 맥적에서 영감을 받은 갈비구이다. 된장을 활용해 새로운 스타일로 요리하고자 했다.

1.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칭찬은? 일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셰프님께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원아 이거 해봐라. 준비됐지?” 하시곤 메뉴가 나갈 때 “좋아”라고 작게 한마디 하셨는데 그때 보람과 쾌감이 쏟아졌다.

2. 주방 안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은? 콜드 파트. 이 파트에서 가장 오래 일해서 그런 것 같다.

3. 한번쯤 생각해본 미래의 나의 레스토랑 이름은? 이름인 ‘진원’으로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항상 참되고 모든 것에 근원이 되라는 뜻인데 나의 요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뜻인 것 같아서다.

4. 내가 생각하는 채소 중의 채소는? 버섯. 재료 자체의 맛도 훌륭하고 감칠 맛도 좋다. 다른 채소와 달리 식감도 차별적이다.

5. 동네 철물점에서 요리를 위한 기물을 하나 고르다면? 핸드블렌더. 재료를 갈거나 섞고 폼을 올리는 데 두루 활용할 수 있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좋아한다.

6. 내 요리를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기본, 계절, 본능. 항상 기본에 충실한 요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 나라의 특색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계절감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다. 마지막 단어로 꼽은 ‘본능’은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졌던 꿈과 연관이 있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먹는 한 접시가 아니라,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리가 나의 목표다. 본능을 충족시키는 요리를 만들자, 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