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여자 VS. 남자들의 여자

“아니 이 여자를 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는 좀 다르다. 왜 다를까?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과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여자들의 여자]

김민희 모델 시절의 김민희는 ‘마르고, 옷 잘 입고, 말하는 게 독특한 사람’ 정도의 인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건 그저 관심뿐이었다. 그녀가 여자로서의 어떤 롤 모델로 보이기 시작한 건 아마도 잇따른 공개 연애를 할 즈음. 연애를 하면서 찍힌 그녀의 사진에는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사랑 받는 여자의 표정, 그리고 한결 같은 패션 감각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은 늘 ‘나도 저렇게 닮고 싶다’는 판타지를 자극했다.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연기력마저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김민희는 모든 여자들의 ‘워너비’ 자리에 올랐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예쁘게) 살 수 있을까?’ 김민희를 보며 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최근 보여준 논란의 행보도 남들의 수군거림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여자의 모습이라 당당하고 멋있게 보였다. 김지은(스타일리스트)

 

배두나 여자들이 좋아하는 중성적인 여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시크한 쪽과 씩씩한 쪽. 배두나는 후자에 속한다. 학창시절에 팬 레터를 받던 바로 그 ‘선배 언니’의 이미지. 어떤 남자보다 더 다정하게 고민을 들어줄 것 같고, 어떤 문제든 부탁만 하면 척척 다 해결해줄 것만 같다. 드라마 <비밀의 숲> 속 정의롭고 인간적인 한여진 캐릭터는 배두나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루이 비통의 모델까지 거머쥔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와 헐리우드 여배우라는 커리어까지. 늘 밝고 건강한데, 능력까지 좋다. 서효원(포토그래퍼)

 

크리스탈 크리스탈의 인스타그램을 좋아한다. 크리스탈은 많은 인터뷰나 태도로 ‘취향’을 강조하곤 했는데, 그의 인스타그램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예술적 과시와 지나친 감성, 촌스러운 나르시시즘이 없다. 많은 연예인 인스타그램은 위와 같은 예로 거르고 싶어진다. 뜻 모를 사진을 올리고는 알쏭달쏭한 문구를 붙여놓는 대신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말한다. 좋은 음악, 좋은 꽃을 한가득,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그대로 보인다. 예쁜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스탈은 예쁘다. 관심을 끌기 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바로 이런 점이 그녀의 ‘쿨한’ 매력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여자들이 크리스탈에 반하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박의령(<유어서울> 편집장)

 

김도연 아이돌 멤버의 성향을 나누는 기준 중에는 ‘비글미’의 유무가 있다. 이 ‘비글스러움’이 있느냐 없느냐는 곧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김도연의 기사 헤드라인 중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이 ‘비글미’다. 김도연은 늘 발랄하고 씩씩하며 숨길 줄을 모른다. 이 소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교복 치마 밑에 체육복을 겹쳐 입고 교실을 운동장 삼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나도 ‘소녀’였던 그 시절로. 솔직하고 당당한 소녀에게서 또 다른 소녀를 본다. 늘씬한 체격에 털털한 성격, 웃지 않으면 ‘냉미녀’로 돌변하는 반전 매력까지. 어쩌면 김도연은 여자들의 어떤 소녀로서의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황보선(<싱글즈> 피처 에디터)

 

서예지 여자들은 중성적인 매력에 쉽게 매료된다. 서예지의 매력은 남성과 여성의 매력이 절묘하게 뒤섞인 데 있다. 사슴 같은 눈과 차분하고 까만 머리카락에서 여성적인 매력을 느끼다가도, 짙은 눈썹과 허스키한 목소리에 남성적인 매력을 엿본다. 이런 중성적인 면모는 외모뿐만이 아닌 성격에서도 드러난다. <아는 형님>에서 선보인 욕 연기와 입담에서는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여자 대 여자로서 만나고 싶고 친구로 곁에 두고 사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보영(카피라이터)

 

정연

정연 ‘걸크러시’를 담당한다고 말하는 걸그룹 멤버는 무수히 많이 봐왔지만, 하나같이 짙은 스모키와 허스키한 목소리로 남자의 이미지를 연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연은 부러 연기하지 않는다. 그저 “짧은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머리를 짧게 잘랐고, “진짜 내숭이 없어서” 털털하게 보일 뿐이라고 정연은 말한다. 어떤 성 역할에 구애 받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서 정연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걸크러시’의 지점을 만들어냈다. 이를 의식하건, 아니건 많은 여자들은 정연의 바로 그런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진새롬(비디오그래퍼)

 

[남자들의 여자]

모모

모모 나는 원래 걸그룹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트와이스도 오며 가며 노래만 들었을 뿐, 누가 누군지조차 몰랐다. 그런 내가 모모에 빠지게 된 건 <주간 아이돌>의 한 영상 때문이었다. 어눌한 한국말로 세일러문 흉내를 내는 모모의 영상을 보고서는 처음 여자 아이돌의 매력이란 것에 빠져들었다. 한편, ‘일본 여자의 애교란 이런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돌려 봤다. 다시 트와이스의 무대를 다시 봤을 때는 더 깊게 빠져들었다. ‘이게 아까 그 여자였다고?’ 어눌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는 파워풀한 퍼포먼스.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몸매의 건강한 매력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모모의 매력은 이런 ‘반전’에 있는 건 아닐까? 귀여운데 섹시하기까지 한 여자는 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모모는 그 대표적인 예다. 강이현(의류 브랜드 매니저)

 

설현설현 사실 설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뻔하다. 청순한 이목구비에 반하는 육감적인 몸매. 설현이 모델인 이동통신사 입간판 도난 사건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설현에 열광하지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주변의 많은 여자들은 설현이 입을 열면 깬다고 헐뜯지만 그게 대수일까? 오히려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떤 순수함을 느낀다. 최형식(직업 군인)

 

조이

조이 조이에게 반한 건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고 난 이후부터다. 연애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어떤 역할과 타이밍이 있다면, 조이는 훌륭한 미드필더처럼 적재적소에서 정확하게 ‘행동’한다. 이를테면 남자가 다가와야 할 순간에 맞춰 한 걸음 물러서거나, 남자가 주춤거릴 때에는 불쑥 다가서는 식이다. 그걸 소위 말하는 ‘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이가 더 매력적인 건 가상의 연애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그 끼가, 행동이 결코 계산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다. 나른한 표정과 천진한 행동에서는 없던 보호본능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 부쩍 더 예뻐졌다. 김형준(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사랑

김사랑 김사랑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도 있을까? 귀여운 얼굴에 큰 키, 온화한 표정과 나긋나긋한 목소리 그리고 40대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몸매. 수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김사랑은 오랫동안 ‘여신’ 취급을 받아왔다. 10년이 넘도록 식지 않고 이어지는 인기. 꾸준함의 비결은 물론 그녀의 한결같은 외모에 있지만, ‘톱’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도 한 몫 한다. 10명의 팬들과 오붓하게 찍은 오래전 팬미팅 사진에서, <나 혼자 산다>의 털털한 모습에서 남자들은 어떤 친밀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여자들은 실력이 없어서 뜨지 못한다고, 행동이 가식적이라고 욕할 지 모르겠다만, 남자들이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는 데 있어 실력이나 가식 같은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지용(회사원)

 

유라 걸스데이를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유라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민아로 걸스데이에 입문했고, 다시 혜리에게 빠졌다가, 어느 순간 유라에게 정착했다. 주변에 한 두 명쯤은 있을 듯한 친근한 인상과 털털한 입담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그녀의 빈틈없는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많은 남자 친구들도 비슷한 경로로 유라에게 빠졌다고 고백한다. ‘나도 대시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여자 사람 친구’ 같은 인상,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몸매. 유라의 매력은 어떤 ‘기대감’과 ‘단호함’ 사이에 있다. 박현준(대학생)

 

아이유

아이유 티비 속 아이유를 보고 있으면 늘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남자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표정과 태도.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홀리는 건, 이같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예능과 인터뷰 속의 아이유는 늘 상대방의 말을 천천히 듣고, 정확하게 말한다.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지만, 그래서 되려 편해지는 마음. 많은 여자들이 아이유를 여우 같다고 말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일까? 과연 ‘여우짓’이 그런 거라면 열 번이라도 넘어가고 싶다. 장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