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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 식전주? 아페리티보?

2017.11.08손기은

요즘 가장 갈채 받는 술은 ‘쓴맛’ 나는 술이다. 그것도 밥 먹기 전에 마시는.

아페리티보의 시작 아페리티보 혹은 아페리티프는 흔히 ‘식전주’라고 해석한다. 입맛을 살리기 위해 마시는 가벼운 술이라는 뜻이지만, 그렇게만 해석하면 요즘 바bar에서 부르는 ‘아페리티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페리티보는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시작돼 최근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씁쓸한 맛의 리큐어인 ‘비터’류와 버무스 같은 가향 와인을 통칭하는 단어다. 허브, 스파이스, 뿌리류를 넣고 함께 양조해 독특한 향이 있는데, 이런 술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단어 자체를 이탈리아 문화에서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주로 탄산수나 와인과 섞는 방식이 일반적인 음용법이다.

아페리티보의 맛 주로 씁쓸하며 약간의 단맛이 돈다. 아페리티보의 맛은 뒤이어 즐기는 식사에 영향을 미칠 만큼 진하고 묵직한 맛이 아닌, 쌉싸래한 나물 같은 맛이다. 그래도 뭔지 모르겠다 싶으면 언젠가 유럽에서 마셔봤던 오렌지빛 ‘아페롤 스프리츠’를 떠올리면 혀가 좀 살아날까? 홍초같이 선명한 색을 내는 캄파리의 날카로운 쓴맛은? 약초의 향이나 아니스 향이 팍 튀어 오르는 강렬한 리큐르 종류도 아페리티보의 울타리에 들어온다. 마티니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버무스의 맛도 아페리티보의 그 맛이다. 그러나 쓰기만 하다고 식욕이 증진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아페리티보를 마실 땐 탄산수나 스파클링 와인이 보조 역할로 중요하게 등장한다.

1— 친자노 프로세코 이탈리아 친자노사는 아페리티보 시대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버무스는 물론이고 아페리티보 칵테일을 만들 때 빠뜨릴 수 없는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도 만든다.

2 — 카르파노 안티카 포뮬라 버무스 브랜드로는 원조 중의 원조로 꼽히는 카르파노 사에서 만든 특별한 레드 버무스다. 1786년의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다. 이 술로 만든 맨해튼 한 잔은 끝없이 깊다.

3 — 캄파리 1860년에 탄생한 술. 아마도 바텐더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페리티보가 아닐까? 힘 있는 쓴맛 덕에 캄파리가 중심을 잡는 칵테일 레시피가 주렁주렁하다.

4 — 핌스 영국의 대표적인 아페리티보 브랜드다. 특히 영국 남부 지역에서 많이 마시며 여름에 자주 찾는 술이다. 진을 베이스로 하며 과실 향이 어우러진다.

5 — 친자노 버무스 블랑코 1757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이탈리아 버무스 브랜드다. 아직까지도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 각종 허브를 사용해 처음으로 레드 버무스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6 — 노일리 프랏 프랑스를 대표하는 버무스 브랜드. 단맛이 강하지 않고 맛의 균형이 좋아서 칵테일 제조에 많이 쓰인다. 이제 마티니 칵테일 하면 노일리 프랏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7 — 페르넷 블랑카 1845년 밀라노에서 시작된 비터 브랜드. 식후주인 아마로 계열로 분류되는데 다른 아마로에 비해 단맛이 덜해 아페리티보로 음용하기도 나쁘지 않다.

8 — 릴렛 블랑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베이스로 하는 식전주 브랜드다. 약으로 기능하다가 식전주로 통용됐다.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한 향을 더해 칵테일에도 많이 쓰인다.

9 — 파스티스 아티스트들이 사랑한 프랑스의 대표 식전주. 술과 물의 비율을 1:5 정도로 섞으면 삽시간에 연둣빛이
돌며 뿌옇게 변한다. 웜우드와 각종 허브류가 주원료다.

10— 아페롤 아페리티보와 스프리츠(아페리티보에 탄산과 술을 더한 칵테일)의 열풍을 이끈 주인공이다. 특히 아페롤 스프리츠의 인기는 유럽을 지나 미국까지 퍼졌다. 매출이 방방 뛰는 중이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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