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드라마 : <비밀의 숲>

<비밀의 숲>은 다관왕이었다. 올해의 대본, 올해의 대사, 올해의 연출, 올해의 남우주연, 올해의 여우주연, 올해의 조연, 올해의 캐릭터, 올해의 엔딩…. 그 모든 명예를 ‘작품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드라마’로 대신하면서, 뛰어난 면만큼이나 불편한 면이 없었다는 점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현대의 인간을 정직하게 다루려는 노력이었다. 이 드라마의 검사, 형사, 선배, 후배, 동창,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은 거의 강박적으로 그 역할에 봉사하지 않았다.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한 명 한 명의 사정을 짚고 넘어가려는, 사건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까지 비추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커다란 음모를 밝혀나가는 이 드라마의 큰 축 속에서 어느 누구도 희생되지 않았다. 각각의 인물들은 단독자로서 갈등 상황 이외의 밥을 먹고 일을 하는 일상적인 장면이 쓸데없을 정도로 자주 나오고,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과 애틋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다른 여자를 질투하지 않는다. <비밀의 숲>은 훌륭한 스릴러, 범죄물이자 동시대 정치 감각이라고는 없는 한국 드라마들 사이에서 비범하게 돌출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