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두막에서 살고 싶다

2017.12.05GQ

현실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로 모여라. 현대 도시인들의 로망, 오두막.

지금 왜 오두막에 열광할까?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덕분에 우린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눈 뜨자마자 머리맡의 핸드폰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삶, 그 속에서 누군가는 경쟁적으로 사생활을 노출하는 반면 누군가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은둔자가 된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삶, sns의 소비주의가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진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도 고립되고 싶은 욕망이 있을지 모른다. 고요한 은신처의 필요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부상과 동시에 미니멀 라이프와 작은 공간을 선호하는 삶이 대두됐고, 몇 년 전부터 캠핑 붐이 불고 있는 것도 시대의 흐름 중 하나다. 그리고 잠시 도시를 떠나있는 걸로는 성에 안 차는 사람들이 조용한 숲을 찾아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TV가 없는 거실, 소나무가 보이는 창문, 전기 없이 만들어 먹는 요리….킴 카다시안과 정반대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꿈꿀 수 있는 오두막은 현대인의 새로운 로망이 됐다.

오두막을 지은 남자 여기 오두막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다 실제로 오두막을 지은 남자가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비메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이자 교육 벤처기업의 CEO인 자크 클라인이다. 이 성공한 사업가는 2010년부터 외딴 곳에 오두막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블로그 ‘캐빈 폰(Cabin Porn)’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오두막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전통 통나무집을 짓는 법,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법, 퇴비를 이용해 화장실을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사이트엔 수백만 명이 방문했고 그 내용을 엮은 책은 국내에도 <캐빈 폰>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돼 있다. 그는 더 나아가 뉴욕주 50에이커의 숲을 사들여 친구들과 직접 오두막을 짓고, 새소리에 눈을 뜨며 자작나무를 베어 장작 때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집 ‘개인에게 영감을 주는 고요한 은신처이자 지인들을 환대하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을 실제로 실천하게 된 것. 그의 꿈을 싹트게 한 블로그 캐빈 폰에 들어가면 그가 오두막을 짓기 위해 수집해온 수많은 이미지와 메모를 볼 수 있다. cabinporn.com

 

1일 오두막지기가 되는 법

 

1. 호주 열대우림에서 하룻밤시드니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주 열대우림에 독특한 숙박 서비스가 생겼다. 이름은 언요크드(Unyoked). ‘굴레를 벗는다’는 뜻 그대로 도시와의 단절을 지향하는 곳이다. 손님들은 400년된 열대우림 깊은 곳에 자리한 작은 오두막을 빌릴 수 있으며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호텔처럼 호화롭진 않지만 태양열을 이용한 샤워 시설에선 따뜻한 물이 나오고 깨끗한 화장실이 마련돼 있고 가스식 버너와 냉장고, 침구, 수건, 장작 등이 갖춰져 있다. 남아도는 시간엔 오두막 가득 채워놓은 펭귄클래식 시리즈 책을 읽거나 주위의 폭포나 스위밍 홀을 찾아 탐험을 떠나면 된다. 정확한 위치는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숙박 이틀 전에 알려준다고 하니 부모님도 회사도 모르게 숨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시드니 근교에 네 곳의 오두막이 마련되어 있으며 올 가을 멜버른에 2곳을 추가로 오픈했는데 오픈 전부터 대기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unyoked.co

 

2. 스웨덴 숲 속에서 하룻밤 덴마크 생활용품 브랜드 빕(Vipp)도 스칸디나비아인의 장기를 살려 오두막 빕 쉘터(Vipp Shelter)를 마련했다. 스칸디나비아인들에게는 겨울이 되면 전기와 수도가 없는 깊은 숲 속 별장으로 들어가 스키를 타거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전통이 있다. 빕은 1939년 덴마크 금속 세공인인 홀거 닐슨이 창업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나무집 대신에 견고한 강철로 17평짜리 현대식 오두막을 지었다. 빕의 스테디셀러 가구와 뉴욕 현대미술관의 디자인 컬렉션에 등록된 페달 달린 쓰레기통 등 북유럽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를 채운 건 물론이다. 위치는 스웨덴 말뫼에서 127km 떨어진 임멜른(Immeln) 호숫가. 천장 통유리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을 자고 문을 열면 호숫가에 발 담글 수 있는 이 곳에서 24시간 객실 관리 서비스가 없는 불편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침구와 수건은 유기농 제품으로 마련해놓았으며, 욕실엔 이솝 제품, 미니바에는 물과 샴페인을 채워놓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vipp.com/no/hotel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인스타그램 @cabinporn, unyoked.co, vip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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