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와 싸운 남자들

2017.12.14이재위

연인들은 왜 특별한 날일수록 더 싸우게 될까?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와 싸운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소한 이들이 싸운 이유만큼은 피하도록 하자.

1.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서 싸웠다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와 명동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여자친구는 차가 막히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했지만, 내가 너무 추워서 결국 택시를 탔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저녁의 도로는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전날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워진 길도 차가 굼벵이가 되는 데 한 몫을 했다. 평소에는 30분이면 닿는 거리가 이날은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여자친구는 택시를 선택한 나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택시 안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웠고, 택시 문이 열리자마자 여자친구는 혼자 떠나버렸다. – 이승렬 (요리사)

2.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싸웠다 여자친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낼 겸 오랜만에 놀이기구가 타고 싶다며 롯데월드에 가자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롯데월드에는 사람이 개미떼처럼 많았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대부분 야외에 있었는데, 줄을 서려면 1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여자친구는 사람이 너무 많고 춥다며 짜증을 냈다. 본인이 오자고 해놓고 너무 쉽게 짜증을 내는 여자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아 나도 한 소리를 했다. 놀이기구 앞에서 큰소리로 싸우다가 결국 그녀는 혼자서 집에 가버렸다. – 김정태 (마케터)

3. 종교가 달라서 싸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천주교 신자였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아왔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성당을 가든지 교회를 가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두 곳 모두 갈 수도 있겠지만, 쌀쌀한 날씨에 이곳 저곳 옮겨 다니기가 번거로웠다. 성당과 교회 모두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자리라는 건 다를 바 없는데 두 번이나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상대의 종교를 비하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결국 그 여자친구와 4년을 만나는 동안, 두 번의 크리스마스는 각자 보냈다. – 박수민 (중학교 선생님)

4. 봉사활동 때문에 싸웠다 크리스마스는 연인들만을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알아봤다. 연탄 배달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신청이 이미 마감된 상태여서 가까운 보육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 당일 반나절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다. 여자친구도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과자도 10만 원어치나 구입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여자친구에게 이 계획을 이야기했다가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는 이유로 면박만 들었다. 결국 보육원에 다시 전화해 일정을 취소하고, 과자는 우체국 택배로 보냈다. – 신기호 (에디터)

5. 업무가 늦게 끝나서 싸웠다 여자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서 전야제를 함께 즐기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연휴를 앞두고 회사 업무가 너무 많았다. 약속 시간이 다가왔지만 광고주의 검토를 기다려야 했다.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은 밤 10시로 미뤄졌다. 교통체증 때문에 그마저도 늦었다. 가는 길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냉담한 목소리로 그냥 크리스마스 오후에 만나자고 했다. 결국 우리는 그때부터 싸우기 시작해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만나지 않았다. – 김지윤 (카피라이터)

6. 식당 분위기가 별로라고 싸웠다 크리스마스에는 어디를 가도 붐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사는 동네의 조그만 일본식 주점을 찾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진 않아도, 사람들과 자동차로 발 디딜 틈 없는 번화가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무런 말도 없고, 표정도 없었다. 데이트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결국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섰다. – 손인혁 (회사원)

7. 먼저 잠드는 바람에 싸웠다 여자친구와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스키장으로 놀러 갔다.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속에서 스키를 즐겼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따뜻한 저녁 식사를 하고 술까지 마셨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술이 무척 약한 편이다. 낮에 스키까지 타서 온몸이 나른해졌다. 결국 의자에 앉은 채로 일찌감치 잠이 들어버렸고, 깨고 나니 숙소 밖으로 해가 뜨고 있었다. 밤새 혼자서 술을 마신 여자친구는 화가 나서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나기 위해 짐까지 챙겨 놓은 상태였다. – 윤성중 (회사원)

    에디터
    이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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