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악의 술 주정은?

송년회, 신년회, 동창회, 야유회, 종강 파티, 엠티 등으로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기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 주정러들이 생애 최악의 술 주정을 고백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술 조합도 공개했으니, 아무리 따라줘도 이 술과 저 술만큼은 피하도록 하자.

1. 호텔에서 소화기를 난사했다 지방 출장이 있던 날이다. 바쁜 일정이 끝난 뒤 직장 동료들과 호텔로 돌아와서 술자리를 가졌다. 잠시 기억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온몸에 흰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간밤에 9층 복도에서 소화기를 난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9층에 묵고 있던 투숙객들은 11층으로 방을 옮겨야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가 나를 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텔 직원이 경찰과 함께 내 방 문을 두드렸을 때 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달았다. 죽음의 술 조합. 소주와 고량주.

2. 여자 부장님께 어머니라고 불렀다 직장 동료들과 송년회를 하고, 식당 앞에서 헤어지는 찰나였다. 나는 취한 와중에도 여자 부장님의 택시를 잡아드렸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차 문을 닫으면서 그녀에게 “어머니, 들어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은 40대 골드 미스였다. 죽음의 술 조합. 맥주와 막걸리.

3. 버스 뒷좌석이 화장실인 줄 알았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일요일 아침까지 술을 마신 뒤 헤어졌다. 그 당시,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나는 시외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깨어보니 버스 기사님이 나에게 심한 욕을 퍼부으면서 신문지로 좌석 시트를 닦아내고 계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잠결에 뒷좌석을 화장실로 착각해 소변을 본 상황이었다. 나는 바지가 젖은 채로 버스에서 쫓겨났다. 죽음의 술 조합. 소주와 막걸리.

4. 아버지의 뺨을 때렸다 일요일 아침마다 함께 축구를 하는 친구들과 한 잔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날 역시 아침에 축구를 하고, 목욕탕에서 땀을 씻어낸 뒤 일찌감치 술집으로 향했다. 공복에 운동까지 한 뒤라서 그런지, 낮술인데도 술이 술술 들어갔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쑤셨다. 불길한 마음에 곧장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아버지가 술집에서 뻗은 나를 데리고 가기 위해 직접 오셨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안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아버지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온 형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를 무자비하게 때렸다는 게 사건의 전말이다. 낮술 마시면 부모님도 못 알아본다는 설은 진짜였다. 죽음의 술 조합. 1대 1 비율의 소맥.

5. 동상에 올라가 군가를 불렀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 잔디밭 중앙에는 대학교를 상징하는 소 동상이 설치돼 있다. 성인 남자의 키보다 훨씬 큰 대형 동상이다. 한낮에 그 동상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친구의 기숙사였다. 친구 말로는 내가 칠전팔기 끝에 소 등에 올라타고는 30분이 넘도록 군가를 불렀다고 했다. 교정을 오가는 모든 학생들이 그 장면을 봤을 터였다. 그때 진심으로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했다. 죽음의 술 조합. 소주와 막걸리.

6. 친구의 신혼 첫날 밤을 망쳐놨다 20년지기 친구가 결혼을 하던 날이다. 피로연에서 술에 취한 나는 친구의 신혼 집에서 한 잔 더 하겠다고 떼를 썼다. 난처해하던 친구 부부가 나를 부축해 본인의 집으로 간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러나 다음 날, 신혼 여행을 가야 한다고 친구가 나를 깨웠을 때 쥐구멍에라도 숨어들고 싶었다. 심지어 나는 마루에서 속옷만 입은 채 뻗어 있었다. 죽음의 술 조합. 소주와 위스키.

7. 전 여자친구에게 50번 넘게 전화했다 친구와 순댓국에 소주를 마신 날이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평범한 술자리였다. 그런데 친구가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낸 게 화근이었다. 다음 날 휴대폰 통화 목록을 확인해보니 전 여자친구의 전화번호가 50번도 넘게 찍혀 있었다. 심지어 그 중에는 5~10분 가량 실제로 통화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휴대폰을 벽에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죽음의 술 조합. 소주와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