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생과 일문일답 – 김승희, 서윤준, 최지은, 강정서, 김태인

20세기의 마지막 해, 1999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됐다. 세기말의 아이들은 지난 세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꽁꽁 언 겨울의 한가운데,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를 듣는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그들은 자란다.

김승희 ㅣ 모델, 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지금 촬영한 이곳은? 일산 호수. 자전거를 처음 타본 곳이자 여름밤 부모님과 산책하던 곳. 19년 인생 동안의 소중한 순간들을 줄곧 함께한 장소.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이마에 주민등록증을 붙이고 맥주 사러 갈 준비를 할 거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반지. 좋아하는 문구를 각인해서 엄지손가락에 끼고 다니고 싶다.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도쿄. 바쁘지만 여유롭고 다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좋다. 느낌이 좋은 도시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얼마 전 찾은 아빠의 30년 된 필름 카메라.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다. 맥가이버 같은 기술자라는데 제발….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최근에 본 영화 < If Only >.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나도 눈물을 쏟으면서 봤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중학교 1학년 때 태풍 오던 날, 친구들과 우산이 없어 그냥 비 맞으면서 집까지 걸어갔다. 그땐 ‘아 이게 바로 청춘이구나’ 하는 생각에 재미있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수학능력시험에서 윤리와 사상. 끔찍.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동방신기.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엄마의 인내심.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자격 없는 사람의 허세, 인성 덜된 사람과 담배 냄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노인 복지와 유기견.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패기와 피부.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아이폰. 대신 추위 안 타는 아이폰이었음 좋겠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현재 대통령. 사람이 먼저라는 말에서 존경심을 느꼈다. 자신이 어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스스로 판단할 수 없어서 나는 어른이 아니다.

 

서윤준 ㅣ 학생, 서울국제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집.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 이사 왔고, 기숙사에서 살아서 잘 모르는 동네지만, 여튼 사는 곳이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같이 10대를 보낸 친구들한테 전화 한 통씩 돌려서 안부를 묻겠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깡다구.’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이화 벽화마을. 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지는 걸 좋아하는데, 이 마을의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생각을 한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김민기의 ‘상록수.’ 민중가요로서 의미도 좋지만, 가사가 와 닿아서 길을 걸을 때 자주 듣는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친 들판에 솔잎되리라.”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만화 <나루토>. 주관 있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나루토가 좋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친구들과 처음 해외여행으로 간 대만에서 먹은 망고빙수.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시 오자고 글도 남겼는데, 갈 수 있겠지?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첫 연애. 내 10대에서 가장 큰 실패이자 성공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이승우 선수. 그의 자신감과 열정이 정말 좋다.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법. 내 기준에 맞춰 생각하다 보니 너무 많은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 내 입장과 견해만으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하면 안 될 텐데. 내 마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간지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사람들 간의 평등.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쓸데없을지라도, 정의감.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스스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자기가 뱉은 말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아직 어른은 아닌 것 같다.

 

왼쪽부터 최지은, 강정서, 김태인

최지은 ㅣ 학생, 동작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너무 오래돼서 리모델링이 필요한 학교.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3년 내내 야간자율학습을 같이한 친구들이랑 교복 벗고 안경 벗고, 밤새 치킨과 맥주로 달릴 거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20가지의 다른 머리색. 회색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벌써 보라색이다.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부암동. 엄청 조용해서 사진 찍으러 자주 간다. 혹은 알프스 언덕에서 고기랑 우유만 먹으면서 혼자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살아보고 싶다. 단 몇 달 만이라도.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1999년에 태어난 나.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아이폰으로 모든 사진을 찍는다. 친구들이 나더러 아이폰을 200퍼센트 활용한다고 말할 정도다. 전화만 잘되면 화질 좋은 게 최고 아닌가? 애플 만세!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입시 준비 중 부모님과 불화가 있었다. 한여름 새벽 두 시에 겨울 후드 집업을 입고 뛰쳐나왔는데, 더운 여름인데도 마음이 차가워서 그 옷이 하나도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적막 속에서 실소가 나왔는데, 그때 느낀 감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나를 알고 싶었는데, 알게 된 것만 같았달까.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1년을 날려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 1년이 너무 아깝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지금 짝사랑하는 사람. 구름이라고 부른다. (나 혼자 생각하는 애칭이다.) 첫눈에 반했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요즘 걔 생각만 종일 한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 가출하겠다고 나온 적이 있는데 칫솔이랑 향수, 화장품, 속옷, 양말, 물티슈, 심지어 수건까지 갖고 나왔다. 고작 하루 만에 돌아가버렸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지속 가능한 패션.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다. 친환경 패션 산업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택하는 용기. 맞다고 생각하면 누가 반대해도 밀고 나간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라고 합당한 결정을 하는진 모르겠다.) 삶의 진로,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 가치관, 정치적 입장을 스스로 정하고 책임질 때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친구에게 묻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기 스스로 정할 수 있을 때. 그러니 나는 어른이 맞다.

강정서 ㅣ 학생, 동작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다른 고등학교들에 비해 딱히 특별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평범한 나의 모교.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낮에는 가족들과 술을 마시고 밤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패션 센스. 옷을 못 입어서 별명이 ‘패고(패션 고자)’다. 아직 내게 무슨 색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얼른 알고 싶다.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제주도. 귤을 엄청 좋아해서 한 박스 사면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운다. 서울에서와 달리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김건모의 ‘스피드’, 임상아의 ‘뮤지컬’. 부를 때 흥이 나는 건 다 옛날 노래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2017년 대유행 중인 롱패딩. 혁신적인 따뜻함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입는 옷은 웬만하면 안 입으려고 하는데 이 옷만큼은 도저히 입지 않을 수가 없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다이어트.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황인찬 시인에게 시를 배우고 싶다. 그의 시를 보면 마음이 묘해진다. 나도 그런 감정이 들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도저히 먹지 않을 수 없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청소년 폭력. 최근 화제가 된 강릉, 부산 등의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주변에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있었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눈치 보지 않는 주관.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자신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어른이 된 거다.

김태인 ㅣ 학생, 동작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수능이 끝나고 텅 비어 있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 항상 이 시간쯤이면 점심시간이라 정신없던 곳인데, 시험 하나 끝났다고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한 게 신기하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라고 아빠는 주장하시지만, 모르지, 1월 1일 10분 전에 술집 앞에서 대기 타고 있을지?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5백만원과 향수와 남자친구.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우리 집 지하 원룸. 독립은 하고 싶은데, 집밥은 포기 못하겠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디즈니의 옛 작품들. 지금의 화려한 그래픽과 다른 사랑스러움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해리포터>의 ‘덕후’다. 대본집까지 전권 소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봐서 함께 자란 느낌이랄까. 마법 세계로 현실 도피하고 싶은 게 본심일지도. 아 나 왜 머글(<해리포터>에서 마법을 못 쓰는 사람들의 총칭)?!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새벽에 집에서 몰래 나와 연습실에 갈 만큼 춤에 목매던 시간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해 기획사에 들어가 댄서와 연습생 생활을 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열일곱 살에 안무가를 꿈꾸며 춤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심한 반대로 그만두게 됐을 때. 공부한 것도 없고, 좋아하는 일도 못 하고, 가족들과도 싸우고, 학교 생활까지 심하게 꼬여 있었을 때 내 인생이 실패작처럼 느껴졌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배우 김소현. 내가 아는 99년생 중 제일 예쁘다. 아역 시절부터 보다 보니 같이 크는 게 보여서 신기하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북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북한은 예술을 당의 체제 유지 수단으로 사용한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들도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마음.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 화면도 더 크고, 키패드 조작도 더 편하다. ‘셀카’ 안 찍는 입장에선 아이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자신을 어른이라고 지칭하지 않는 어른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어른이 말하는데 들어야지, 라든가 나는 너보다 어른이니 내가 더 잘 알아, 라든가.) 나도 날 어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니 아직 어른은 못 됐나 보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오전에는 현우진 선생님의 수학 조교로 일하고, 저녁에는 친척들을 보러 가는 기차 여행을 할 것 같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노트북. 대학생이 되면 쓸 일이 많을 테니.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축구를 볼 수 있는 영국 리버풀. ‘You’ll Never Walk Alone’, 조던 헨더슨 최고!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팬텀 싱어>. 인생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수능날 아침 차에서 내릴 때, 여태 공부한 게 한 번에 끝난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대부분 사소하다. 성공의 계기가 된 실패들.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큰 실패는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팝페라 가수, 듀에토의 유슬기.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알베르토에게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다! <팬텀 싱어>를 보면서 크로스오버 오페라에 빠졌는데, 대부분이 이탈리아어 가사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친한 척, 아는 척, 그리고 거짓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교육과 불평등. 지금처럼 실효성 없는 제도를 타파하는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초심.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아이폰이 좋아서 사용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한국 사회는 나이와 수입이 어른을 판단하는 기준인 것 같다. 아직 배울 게 정말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완전히 책임질 수 있을 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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