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99년생과 일문일답 – 박서연, 강희수, 김준서

2018.01.03GQ

20세기의 마지막 해, 1999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됐다. 세기말의 아이들은 지난 세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꽁꽁 언 겨울의 한가운데,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를 듣는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그들은 자란다.

박서연 ㅣ 학생, 숙명여자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숙명사료관’. 빨간 벽돌로 지은 학교 도서관이다. 원래는 종로에 학교가 있었는데, 그곳의 벽돌을 가져다 그대로 지었다고 한다. 방대한 양의 도서가 구비되어 있다. 고등학교 내내 여기서 책을 읽고 공부했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오전에는 현우진 선생님의 수학 조교로 일하고, 저녁에는 친척들을 보러 가는 기차 여행을 할 것 같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노트북. 대학생이 되면 쓸 일이 많을 테니.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축구를 볼 수 있는 영국 리버풀. ‘You’ll Never Walk Alone’, 조던 헨더슨 최고!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팬텀 싱어>. 인생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수능날 아침 차에서 내릴 때, 여태 공부한 게 한 번에 끝난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대부분 사소하다. 성공의 계기가 된 실패들.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큰 실패는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팝페라 가수, 듀에토의 유슬기.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알베르토에게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다! <팬텀 싱어>를 보면서 크로스오버 오페라에 빠졌는데, 대부분이 이탈리아어 가사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친한 척, 아는 척, 그리고 거짓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교육과 불평등. 지금처럼 실효성 없는 제도를 타파하는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초심.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아이폰이 좋아서 사용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한국 사회는 나이와 수입이 어른을 판단하는 기준인 것 같다. 아직 배울 게 정말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완전히 책임질 수 있을 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강희수 ㅣ 학생, 수원외국어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직업처럼 산책을 한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쉴 때 자주 걷던 매여울 근린공원. 가끔 친구를 불러서 떠들기도 하고 원천리천 이곳저곳에서 친구 사진을 찍고, 나도 찍혔던 곳. 조용하고 한적하고 크게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이 천을 따라 걷고 물에 손도 담그고 하다가 서울 가면 이런 곳 찾기 쉽지 않겠지 했다. 그래도 서울에 살고 싶지만.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다 지친 몸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통화하고 축하 받고 박수하고 하다가 스르륵 잠들 것 같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P&S(자동 필름 카메라).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이태원, 연희동, 뉴욕, 발렌시아.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80~90년대 힙합(Nas의 < Illmatic >, A Tribe Called Quest의 앨범들), 한국의 X 세대, 영화 <오발탄>, <백투더 퓨처> 시리즈, 밴드 YMO,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아이폰, <해리포터>, 켄드릭 라마, 인스타그램, 트위터, <미쓰 홍당무>, 2017년의 구찌, 남궁선 감독의 <세상의 끝>.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열세 살에 처음으로 초록 신발에 초록 가방 메고 혼자서 빨간 버스 타고 강남역 간 날. 내리자마자 펼쳐진 인파와 강남역에서 보았던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오늘은 강남역이지만 앞으로 어디든 더 많이 가봐야지 하고, 반드시 그럴 것이고, 나는 좀 더 넓은 세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대외적으로는 수능? 수능보다 큰 실패도 많았을 텐데 어쨌든.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오혁? (도 우리 세대겠지?)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아이폰.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정말 어른인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어도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하는, 어른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모순적으로 어른이 된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나도 이제 어른일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어른과 어른에 대해 대화해보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걸 알겠다. 어쨌든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 사람을 어른이게 만든다.

 

김준서 ㅣ 카레이서, 피노레이싱팀

지금 촬영한 이곳은? 운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게임장. 일반 자동차 게임과는 달리 서스펜션 튜닝과 타이어 등 실제 경기와 비슷한 환경으로 설정해 연습할 수 있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언제나처럼 가족, 반려 고양이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2018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신형 저지. 1년에 반 정도는 경기장에 있다 보니 트레이닝복을 많이 입는다.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아직 독립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고른다면 도쿄.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만화 <이니셜 D>에 나오는 토요타 AE86, 스틸 하트의 ‘She’s Gone’,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이선희의 ‘인연’. 경기 전 들으면 긴장이 풀린다. 폭스바겐 시로코 R. 아버지가 세심하게 튜닝하고 관리해 내게 물려주신 차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2018 KIC컵 2라운드 경기. 예선을 1위로 끝냈는데, 결승전에서 출발 실수로 8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 대 한 대 추월해 결국 우승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특기생 입시에 떨어졌다. 기능 특기생이었는데 차만 잘 타서 될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유재석의 처세술. 데뷔 후 지금까지 큰 구설수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지 않나? 유재석에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 언젠가는 분명 가족처럼 대했을 텐데, 가족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반려 동물 유기 문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유기견을 돌보는 봉사 활동을 했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선수 생활을 하려면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건강.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첫 스마트폰이 아이폰이어서 지금도 친숙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나이와 상관 없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정우영, 이예지, 이재현
    포토그래퍼
    강민구, 이강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