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99년생과 일문일답 – 장주연, 의현, 이지오, 박경아

2018.01.08GQ

20세기의 마지막 해, 1999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됐다. 세기말의 아이들은 지난 세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꽁꽁 언 겨울의 한가운데, 검정치마의 ‘안티프리즈’를 듣는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그들은 자란다.

장주연 ㅣ 카페 아르바이트,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지금 촬영한 이곳은? 지금 근무 중인 카페 ‘자리’의 어린이대공원점.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이미 샀다. 88색 아이섀도 팔레트, 아이 브러시 세트, 비싸서 참았던 립스틱 5색 세트…. 올 한 해 고생 많았고 대단히 활약했으니까, 왕창 받고 싶었다.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이미 독립했다!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면, 노르웨이!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라는 1953년작 뮤지컬 영화. 마릴린 먼로를 정말 좋아한 때가 있었다. 이 영화 안에 나오는 노래들을 다 외울 정도로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대부분의 신문물을 좋아하는데,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 중에서는 무리한 지출을 감수하면서 할부로 구입한 노트북! 예전부터 취미로 써온 소설을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큰 사건은 역시, 집을 나온 것. 새벽바람을 맞으며 뛰쳐나와 공공화장실에서 꾸벅꾸벅 졸던 때.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들? 다들 열혈 활동가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반말, 내 상황을 시혜적으로 보는 것, 여성 혐오, 청소년 혐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청소년 인권 활동가인 언니의 영향으로 중학교를 갓 졸업했을 때부터 청소년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 탈가정, 탈학교 이후, 아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모든 것이 청소년 인권과 엮여 있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은 청소년에게 너무 각박하다. 청소년이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역시 인권 감수성?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한국 사회에서의 어른은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어른 하라고 하면 좋겠다. 사회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난 어른 하기 싫어서 어른 안 할 거다. 향후 5년간 어른 계획 없다.

 

의현 ㅣ 배우,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실기실. 배우의 꿈을 키워나간 공간이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10대의 마지막 날’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 ‘20대의 첫 순간’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스무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 열심히 벌어서 살 거다. 이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니까.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부산에 있는 달맞이 고개. 어릴 적부터 가족과 자주 간 곳이라 고향처럼 느껴진다.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영화 <레옹>. 사랑엔 여러 형태가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사랑의 모습이 거기 있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영화 <라라랜드>. 꿈과 사랑이 담겨 있는 이런 영화, 정말 찍어보고 싶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영화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게 ‘틀렸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를 알려주시더라. 어떻게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오디션이 있을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정말 욕심낸 작품의 캐릭터가 있었다. 오디션 준비부터 정말 열심히 했는데, 감독님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다. 한 번만 더 봐 달라고, 감독님이 원하는 걸 꼭 찾아오겠다고 했더니 허락해주셨다. 그래서 또 오디션을 보러 갔지만 결국 떨어졌다. 다시는 내가 하고 싶은 배역을 놓치고 싶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가수 청하의 팬이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틀 안에 가두고 억압하는 것. ‘A는 B 해야 해’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뭔가를 하라고 하는 건 못 한다.

아이폰이 좋은가, 안드로이드폰이 좋은가? 스마트폰에선 전화, 문자, SNS, 카메라만 이용한다. 2G폰을 써도 되는 사람이라 둘의 차이를 잘 모른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통일. 자유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슬프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베스트 프렌드 3명.

 

이지오 ㅣ 학생, 잠실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학교 운동장의 골대. 축구를 못 하는 내가 골키퍼만 할 때 항상 곁을 지켜줬다.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밤 11시 59분에 신분증을 보여줄 준비.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배틀 그라운드> 게임 방송. <트위치>에서 1인 게임 방송을
할 예정이다. 스트리밍 방송을 보며 리액션 연구 중.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그리스의 흰 회벽이 가득한 골목길. 밥을 먹을 때나 길을 걸을 때 마다 영화 촬영지에 있는 느낌일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나. 20세기의 마지막 연도에 태어난 걸작. 그리고 맥도날드의 1955버거!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배틀 그라운드>. 상위 1퍼센트라고 자부한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전국 무에타이 대회에서 종로구청장 상을 받았는데, 상대를 눕혔을 때의 짜릿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마 그 친구에겐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실패로 남지 않았을까! 하하하.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이 어린 나이에 실수는 있어도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중학교 밴드부 활동을 할 때 드럼을 빨리 쳐서 공연을 잠깐 멈췄던 것이 가장 큰 실수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사이판 여행에서 일주일 동안 같이 논 러시아 친구 세르게이. 보디랭귀지로 열심히 소통했지만 엄청 즐거웠다. 그도 스무 살이 되겠지?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내가 배워야 하는 게 뭔지 배우고 싶다.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내뱉는 말들. 그리고 내 방의 남자 냄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여성과 남성의 평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어린 나이지만, 기성 어른들이 영화에 나올 법한(물론, 안 좋은 의미로) 대통령을 뽑았던 것은 알겠다. 난 그들보다는 어른인 것 같다.

 

박경아 ㅣ 학생, 이화여자고등학교

지금 촬영한 이곳은? 이화박물관. 학교의 역사관이자 2년 동안 공부한 자습실이 있는 곳.

10대의 마지막 날 뭘 하고 있을까? 새소년, 신해경, 아도이의 합동 콘서트에 갈 생각이었으나 알바 시간과 겹쳐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스무 살이 되는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지금 하고 있는 알바도 그걸 위해서다. 내 선물이니 내가 벌어서 줘야지.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티베트의 랑무스. 중학교 때 간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형형색색의 건물과 아름다운 산, 친절한 사람들이 잊히지 않는다. 그립네.

가장 좋아하는 20세기의 것. 옛날 뉴스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그때는 센세이션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별거 아닌 게 많다. 지금 뉴스에서 다루는 사건도 훗날 찾아보면 웃길 것이다. 새로 탄생한 문화와 풍조를 두고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느냐”는 식의 평가는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후대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21세기의 것. 유튜브. 정말 굉장하다.

10대 시절,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은? 수능 몇 주 전 친구들과 학교 뜰 앞에 타임캡슐을 묻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우리에게 땅을 파는 행위란 굉장히 낯선 것이었다. 땅 파기란 인류에게 보편적인 일이지만 현 세대에겐 또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곡괭이로 땅을 내리칠 때의 기분이 굉장히 오묘하고 신비했다.

10대 시절에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영화 <싱 스트리트>를 보고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하고 싶었다. 작곡하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 했지만, 고 3이라서…. 조용히 접었다.

가장 좋아하는 동세대의 인물 한 명이라면? 열일곱 살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활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누군가에게 딱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카레. 그것도 일본 카레 장인에게.

당신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멍청한 말. ‘빻은 말’을 내뱉는 사람들의 입, 혹은 나의 입.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사안은?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대한 걱정. 소수자가 웃음 또는 농담으로 너무 쉽게 소비되고, 그런 언어에 민감한 사람들을 유별나다고 여긴다. 민감해야 할 것에 둔감하고, 둔감해도 될 것에 예민하다.

지금 가진 것 중에서 10년 후 서른 살이 돼서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카레에 대한 사랑.

한국 사회에서 누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당신은 이제 어른인가? 한국 사회의 어른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도 있지 않나. 나이가 어른의 척도는 아닌 것 같다. 나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어야 어른이다. 책임질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끼는 나는 지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에디터
    정우영, 이예지, 이재현
    포토그래퍼
    강민구, 이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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