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 입맛에 맞는 부리토 ‘쿠차라’

2018.01.12손기은

서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열 군데를 골랐다. 햇살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앉아 점심을 먹고, 주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저녁을 먹었다.

쿠차라 고수가 섞인 향긋한 밥 위에 짭조름한 검정콩, 볶은 채소와 신선한 토마토 살사를 넉넉히 얹고 그릴에 구워 불 향을 살린 고기마저 꾹 눌러 담는다. 매콤한 살사와 부드러운 맛을 더해줄 과카몰레와 새콤한 사워크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싱싱한 초록빛이 매력적인 채소와 순진한 맛의 치즈를 양껏 더한다. 층층이 쌓아 올린 재료들을 한데 섞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맛의 스테디셀러, 멕시칸 스타일의 부리토 볼이 된다. 매콤하면서 짭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향신료의 오묘한 맛의 조화란…. 이제부턴 그 맛이 생각날 때 더 이상 비행기 표를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몸을 일으켜 강남역으로 가면 된다. 지난 8월, 강남역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에 똬리를 튼 쿠차라에서는 내 취향에 한 치의 거스름도 없이, 내 입맛에 맞는 멕시칸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미국의 유명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처럼 멕시칸 부리토를 밀 토르티야에 싸는 대신 그릇에 담아 먹을 수 있다. 이곳 손님들의 상당수가 외국인인 것을 눈치챌 수 있을 텐데, 그들도 ‘치폴레’, ‘치폴레’ 하면서 부리토 볼을 열심히 떠먹고 있다는 걸 곁에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볼에 담고 싶은 고기, 채소, 밥, 소스의 종류를 직원에게 차례로 말하면 눈앞에서 나만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채소가 하나하나 신선한 건 물론이고, 과카몰레, 살사, 고기 양념 등 모든 것이 그날의 주방에서 만들어진다. 토르티야에 싸먹는 두툼한 부리토와 밥이 들어가지 않는 타코도 주문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라도 걱정할 것 없다. 고기만큼이나 감칠맛 넘치는 채소볶음을 주문하면 아쉬울 것이 없으니까.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기엔 금전적 풍요도, 정신적 여유도 없다면 눈치볼 것 없이 편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는 쿠차라에 가 본다. 갑자기 생긴 휴가처럼 반가울 것이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11
전화번호: 02-525-2155
웹사이트: @cuchara_official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프리랜서 에디터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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