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로랑의 아이코닉 백 ‘삭 드 주르’

이 가방, 왠지 낯설지 않다.

생 로랑 안토니 바카렐로의 지난 가을겨울 뮤즈는 샤를로트 갱스부르였다. 한여름에도 앞코가 벗겨진 낡은 부츠를 신고 주야장천 까르띠에 베누아 시계만 찼던 샤를로트는 생 로랑 광고를 통해 데카당스한 뉴 스타일로 변신했다. ‘에라 모르겠다’며 고수했던 긴 머리를 확 자르고, 손바닥만한 짧은 가죽 스커트도 입었다. 핑크색 리트머스지를 생 로랑에 담그자 핫핑크로 바뀐 마술이랄까 마법이랄까. 반면 안토니의 이번 봄여름 뮤즈는 빈센트 갤로다. 영화 <브라운 버니>나 <버팔로 66>에서처럼 이 남자는 태생이 그냥 데카당스다. 희번덕거리는 퀭한 눈, 길었다 짧았다를 반복하는 빳빳한 수염, 화끈하고 뜨거운 여자친구들. 빈센트는 생 로랑이 원하는 바로 그 남자였다. 팬츠 사이즈를 하나 줄인 거 말곤, 빈센트가 따로 준비한 건 없어 보였다. 사실 그는 10여 년 전 이브 생 로랑의 모델이기도 했다. 그때와 지금, 옷을 만든 사람은 달라도 빈센트 갈로는 크게 바뀐게 없다. 생 로랑의 삭 드 주르도 이 남자와 닮았다. 처음과 지금, 가방을 만든 사람은 달라도 생 로랑의 아이코닉 백인 건 변함 없으니까. 가장 최근에 출시된 라지 삭 드 주르 서플 48H 더플 캔버스 백도 벨트 스트랩, 브라스 소재 자물쇠, 아코디언식 옆면, 메탈 ID 플레이트 등의 세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리넨 캔버스 소재를 사용해 산뜻하고 가벼워졌다. 봄이 오기 전에 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