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크래프트 맥주 브루잉 3

부산의 낮은 서울의 밤보다 뜨겁다. 이 지역에 좋은 맥주가 넘치는 이유일까? 부산 크래프트 맥주의 세 기둥을 만나 물었다.

한파가 매섭게 불어닥친 날이었지만 부산이라 그런지 발을 동동 구르며 뛰다가도 해가 비치면 어깨가 스르르 풀렸다. “바다와 햇빛, 이 두 가지만으로도 맥주가 다른 도시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할 이유가 충분한 것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부산을 근거지로 하는 세 군데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 가서 다짜고짜 던졌다. 고릴라 브루잉의 앤디 그린 대표는 “그럴지도!”라고, 와일드웨이브 브루잉의 이준표 헤드 브루어는 “확실히 뭔가 있긴 있어요”라고, 갈매기 브루잉의 라이언 블락커 헤드 브루어는 “그래서 부산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부산의 무엇이 이들을 맥주 양조장에서 땀 흘리게 만들었는지는 수학 공식 뽑아내듯 알아낼 순 없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부산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는 부산을 품은 채 계속 피어나는 중이라고. 시작은 갈매기 브루잉에서부터다. 4년 전에 문을 열고 지금은 부산 지역에만 여섯 군데 지점을 냈다. 그 이후 크고 작은 크래프트 양조장들이 바닷가와 멀지 않은 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산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외국인들이 주축이 된 갈매기, 고릴라 두 크래프트 양조장이 무게 중심을 잡고 있고, 색깔이 강한 새로운 양조장들이 자리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이들은 맥주 이름에만 부산을 녹이는 건 아니다. 브루펍을 기반으로 공연, 강의, 파티를 여는 건 물론이고 지역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등 부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일들만 쏙쏙 골라서 벌이는 중이다. 물론 맥주 맛도 ‘직인다.’

갈매기 브루잉 갈매기 브루잉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것이 몇 가지 된다. 처음으로 고제, 임페리얼 스타우트 스타일 맥주를 국내에 선보였고, 더블 IPA도 처음 내놓아 다른 양조장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아! 그리고 국내 크래프트 양조장끼리의 협업도 우리가 처음 시작했어요.” 라이언 블락커 헤드 브루어가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사실 갈매기 브루잉은 광안리 지역을 크래프트 맥주의 메카로 만든 시작점이기도 하다. 갈매기 브루잉을 중심으로 걸어서 5분 내에 부산 크래프트 맥주의 탭룸이 모여 있어 ‘펍크롤’이 가능하다. “우리는 홉 향이 좀 더 전면에 드러나는 미국식 양조장입니다. 우리 고향의 맛을 한국으로 가져온 거죠. 한국 사람들의 맥주 개념을 계속 재미있게 바꿔놓고 싶어요.” 스티븐 올솝 대표는 ‘부산 대표 수제 맥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또박또박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산 어디에서든 20분 내에 갈매기를 마실 수 있다니까요!”

 

고릴라 브루잉 생긴 지 이제 딱 2년 된 양조장이다. 갈매기 브루잉 설립자중 한명인 폴 에드워드와 영국인 앤디 그린이 함께 세운 곳이다. 홉이 강조된 미국식 맥주 양조와 몰트가 강조된 영국식 맥주 양조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 맞춘 맥주를 만들고자 한다. 괴짜 같고 자유분방한 게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이라지만, 이곳은 영국식으로 한번 눌러준 느낌이 분명히 난다. 점잖게 맥주 스타일로만 지은 이름이 붙은 메뉴판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서울보다 바쁘지도 않고, 무엇보다 부산 사람들이 정말 맥주를 좋아하는 게 느껴져요.” 앤디 그린 대표가 말했다. 고릴라 브루잉은 민락동 45평짜리 펍에서 시작해 지금의 200평 규모의 광안동 펍을 하기까지 늘 ‘맥주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요가 수업, 손님들과 함께 조직한 러닝 클럽, 때마다 열리는 공연 등으로 계속 부산하게 움직인다. “제가 좋아하는 근처 커피 가게와 협업해 ‘FM 커피 스타우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부산의 멋진 것, 멋진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앤디가 몰트 포대 위에 앉아서 말했다. “참 비밀인데, 전통주를 숙성했던 오크통으로 재미있는 실험도 하는 중이에요.”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와일드웨이브는 부산에 있다는 특징 외에도 사워 맥주와 에이지드 맥주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점을 만드는 양조장이다. 지난 2015년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주로 위탁 양조를 진행했고, 작년 8월에야 송정에 양조장을 지어 올렸다. 손님들이 투어할 수 있도록 양조장이 훤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해운대나 광안리와 비교하면 송정은 어르신이 많이 보이는 동네예요. 그 분들이 저희 맥주를 맛보시곤 ‘요쿠르트 맛이 난다’, ‘김치 맛이 난다’고 해주세요. 사워 맥주를 그렇게 표현해주시는 거죠.” 이준표 헤드 브루어의 설명이다. 레몬이나 라임처럼 새콤한 게 아니라, 신김치처럼 시큼한 맛이 특징인 사워 맥주는 맥주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종류다. 이곳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12개의 맥주 중 무려 4개가 사워 맥주이고, 크래프트 펍 좀 다녀본 사람이면 한 번은 마셔봤다는 ‘설레임’이 이 양조장의 대표 얼굴. 오크통 숙성도 야생 효모를 사용하는 ‘쿨십’ 과정으로 ‘펑키’한 맛이 돌게 맥주를 만든다. “송정이 서핑으로 각광받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이름이 합쳐서 와일드(야생), 웨이브(파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