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가 그린 양양

파도 소리가 높아지면 저마다 다른 색의 사람 목소리가 모여든다.

강릉에서 속초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둥그런 양양 인구해변이 나온다. 양양 죽도해변으로 몰린 인파를 가려주는 작은 동산과 붉은 등대가 함께 보인다면 인구 해변이 맞다. 박솔잎은 이곳 서핑 숍에서 일하며 오래도록 해변을 바라봤다. 타투를 잘 그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가 본격적으로 페인팅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가장 즐겁게 그리는 건 양양 앞바다다. “죽도해변이 이태원이라면 인구해변은 한남동 같아요. 좀 더 귀엽고 ‘핫’해요. 작은 동산 건너 걸어서 5분 거리인데 서핑하는 이들에게도 확 다른 바다예요. 인구해변은 바닥이 갑자기 깊어져서 능숙한 서퍼가 많죠.” 해운대에서 서핑을 배운 박솔잎은 모래사장까지 들어온 SUV야말로 양양의 가장 진한 인상이라고 말한다. “차 위에 올라탄 사람들, 아이스박스 위에 수건을 두르고 앉은 사람들, 서핑 보드에 왁스칠을 하는 사람들…. 간판만 없으면 이곳이 양양인지 하와이인지 헷갈려요.” 여기 박솔잎이 그린 풍경은 해가 쨍쨍한데 파도도 적당한, 한 해에 몇 안 되는 기가막힌 날의 양양 앞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