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쉘 서플라이 CEO와의 인터뷰

허쉘 서플라이 CEO와의 인터뷰

2018-03-30T15:27:16+00:00 |STYLE|

허쉘 서플라이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이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CEO 제이미 코맥을 만났다. 그는 오래도록 사용한 것 같은 편한 가방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허쉘 서플라이의 CEO 제이미 코맥

허쉘 서플라이의 CEO 제이미 코맥

동생과 함께 허쉘 서플라이를 창업했다. 여러 가지 아이템 중 가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동생인 린든 코맥과 나는 어릴 때부터 비슷한 점이 많았다. 스포츠, 여행, 패션 등의 취향도 닮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있었다. 친구들만 살펴봐도 그들이 열광하는 티셔츠, 바지, 신발 브랜드가 확고히 존재했다. 유일하게 가방 시장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제시할 만한 여백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우리만의 가방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는 실용적이고 간소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또한 기능과 패션 두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나? 린든은 유통, 영업, 재무, 인사 등을 담당한다. 나는 제품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등을 담당한다. 마케팅은 둘이 역할을 분담해서 진행하고 있다. 사실 우리 형제는 경영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동생은 열여덟 살 때 산악 자전거를 타기 위해 호주로 떠났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산악 가이드로 일을 했다. 이후에 나는 스노보드 브랜드인 K2에서 12년 동안 일을 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일의 노하우를 배웠고, 무엇이 회사를 위해 옳고 그른 결정인지 알게 되었다.

허쉘 서플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허쉘은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나의 증조부모는 스코틀랜드 윅 출신의 어부였는데 캐나다 이주 정책의 도움을 받아 허쉘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 허쉘에서 태어났다. 우리 형제의 고향 역시 허쉘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브랜드를 구상하면서 자연스럽게 허쉘에서의 시간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허쉘은 우리에게 자유 그 이상의 공간이다. 어린 시절 그곳은 하이킹, 낚시 등 모든 걸 할 수 있는 놀이터였다.

당신의 집을 소개한 기사에서 집안 곳곳에 배치된 클래식한 소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있나?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특히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혼합된 공간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현대적인 의자 옆에 낡은 벤치를 배치하고 그 위에 색이 바랜 잡지를 잔뜩 쌓아두는 것이다. 또한 여행하면서 모은 물건들을 집에 가져다 둘 때 편안함을 느낀다.

가장 아끼는 물건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 1940년대에 만들어진 버킹햄 시가렛의 옥외광고 간판이다. 이 물건은 고작 열여덟 살 때 구입했다. 그 이후로 여러 번 이사를 했지만 빼먹지 않고 챙겨 다녔다. 버킹햄 시가렛의 담배는 맛과 향이 끝내준다. 그렇지만 담배 때문에 이 간판을 산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영화 속에서 본 이 간판을 여행 중에 우연히 발견해 구입했다. 나에게 이런 물건은 일종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당신의 취향이 허쉘 서플라이 가방 디자인에도 반영됐나? 그렇다. 모든 청바지 제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리바이스 501이나 80년의 역사가 담긴 레이밴 선글라스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브랜드의 제품 말이다. 가구를 고르고 인테리어를 할 때도 시간의 깊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는 허쉘 서플라이의 첫 가방을 만들 때 마치 우리 곁에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가방처럼 편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생각했다. 여기에 현대적인 기능, 색상, 무늬를 추가하고 싶었다.

허쉘 서플라이 이태원점

허쉘 서플라이 이태원점

리틀 아메리카 시리즈의 경우, 고유한 디자인을 토대로 소재, 색상, 무늬를 계속해서 바꿔 왔다. 리틀 아메리카는 허쉘 서플라이가 가장 처음 출시한 백팩이다. 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린든과 나는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린든은 가방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의 설득 끝에 그도 이를 받아들였다. 출시 다음 해에 운이 좋게도 이 제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리틀 아메리카는 수납하는 물건의 형태를 고려해 약간 길게 만든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쪽 하단에 부착하는 라벨은 가운데로 옮겼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방이지만 현대적인 디테일을 추가했다. 우선 백팩과 등이 닿는 부분에 에어 패드를 삽입해 통기성을 높였다. 15인치 노트북 수납 공간도 따로 만들었다. 가방을 여닫는 스트랩은 전통적인 형태를 따르되 편의성을 고려해 자석을 달았다.

당신이 살고 있는 밴쿠버는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어떤 취미 활동을 즐기고 있나? 밴쿠버는 작은 도시지만 산도 있고 바다도 있다. 린든과 나는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딥 코브라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차를 타고 교외로 이동하면 휘슬러라는 유명한 스키 리조트가 있다. 휘슬러 회원권이 있어서 겨울이면 주말마다 스노보드를 즐긴다. 봄과 여름에는 해변에 나와서 보트를 탄다. 린든과 나는 소규모 항만의 양쪽 끝에 각각 살고 있는데, 서로의 집에 갈 때 자동차보다 보트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다.

일상 생활과 취미 활동을 하면서 허쉘 서플라이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고쳐나가기도 하나? 당연하다.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은 제작자이자 사용자이기도 하다. 나와 린든뿐만 아니라 디자인팀, 마케팅팀, 재무팀 누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허쉘 서플라이 가방을 직접 사용해 보고 의견을 낸다. 그것이 바로 허쉘 서플라이의 핵심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허쉘 서플라이는 여러 브랜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퍼이자 아티스트인 케빈 버틀러와 협업했던 라드카 컬렉션이 기억에 남는다. 케빈 버틀러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한다. 서핑과 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은 쉽고 단순하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다. 어느 날, 그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의 팬인데 내가 소장한 빈티지카를 디자인해 줄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러자 허쉘 서플라이와 협업을 하고 싶어 링크드인으로 여섯 번이나 연락을 취했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당시 나는 회사 일로 너무 바빠 링크드인에 2년 동안 접속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때의 인연으로 허쉘 서플라이는 그와 함께 평소에 다루지 못했던 서핑 보드백, 서핑 보드랙 등을 만들었다.

올 여름을 겨냥한 특별한 협업이나 컬렉션이 있나? 올해 봄여름 시즌을 위해 출시한 알로하 컬렉션을 소개하고 싶다. 알로하 컬렉션의 백팩, 더플백, 힙색 등에는 하와이의 자연 환경, 해변 문화 등에서 영감을 얻은 무늬가 새겨져 있다. 허쉘 서플라이에서 이번 시즌에 처음 선보이는 여행용 캐리어도 알로하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

허쉘 서플라이의 첫 단독 매장을 이태원에 열었다. 이태원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점심 때 이곳의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서 훌륭한 식사를 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허쉘 서플라이 매장 주변을 둘러봤다. 의류, 신발, 모자, 소품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매장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뒷골목으로 가보니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었다. 그 풍경이 매우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뉴욕처럼 좁고 특색 있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한다. 그래서인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백팩을 메고 있었다. 언젠가 그 사람들이 허쉘 서플라이 매장에 들어와 새로운 백팩을 찾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