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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방, 여덟 가지 몽클레르

2018.04.08안주현

기발한 퍼포먼스와 진지한 해석이 공존했다. 여덟 개의 방, 여덟 가지 몽클레르.

톰 브라운이 몽클레르 감므 블루를 떠났을 때, 이제 몽클레르 실험실은 문을 닫겠군,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다른 계획이 있었다. 우선 브랜드를 여덟 개 라인으로 정리하고, 여덟 명의 크리에이터를 물색했다. 2월 20일 밤, 밀라노의 몽클레르 지니어스 빌딩은 번호가 붙은 여덟 개의 방으로 나뉘었다.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구성한 방이 1번. 듀베를 간결한 퀴튀르 드레스로 만들어 몽클레르의 본질을 보여줬다. 2번 방은 브랜드의 역사를 색깔로 해석한 1952 라인이 전시됐다. 가장 붐빈 건 3번 몽클레르 그레노블 방. 50명이 넘는 모델이 흰 눈이 쌓인 바닥에 누워 절도 있게 움직였는데 그들을 한 번에 비추는 커다란 거울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한편, 크레이그 그린의 5번 방은 온통 검고 비장했다. 거친 숨소리에 맞춰 피스톨 운동을 하는 설치물, 무장한 사무라이를 닮은 옷은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 같았다. 이와 대조를 이룬 건 7번 방의 프래그먼트 히로시 후지와라 라인. 타이포그래피를 강조한 점퍼와 인디안 패턴 스웨터는 당장 입어도 될 만큼 현실적이고 경쾌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산악인을 그린 4번 시몬 로샤의 방, 기하학적인 여성복으로 채운 6번 느와 케이 니노미야의 방에서도 사람들은 오래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출구 양쪽에 위치한 팜 엔젤스의 방엔 기념품인 네임택이 있었는데 새겨진 문구는 짧고 간결했다. ‘Moncler Genius.’ 여덟 개의 방을 다 돌고 나니 “과연!”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에디터
    안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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