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10장의 믹스테이프, 10개의 관점

2018.04.19정우영

어쩌면 믹스테이프는 친구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녹음해주던 카세트테이프다. 하지만 어떤 믹스테이프는 단지 ‘모음’이 아니다. 모두 들을 수 있어서 오히려 그 모두를 지나치는 이들에게 권하는 10장의 믹스테이프 혹은 10개의 음악적 관점.

지아 배드배드 <ねらわれた歌 노려진 가요>
Call Me2015년 연말에 디제이 데뷔. 하지만 불러 주는 곳이 없어 1년에 한 번 연말에만 나타난다. The Concept테크노 가요는 테크노를 끼얹은 1970~1980년대 일본 노래다. 서로 붙지 않을 것 같은 노래를 붙여서 엉망진창인 한편 깨끗하게 나열한 컴필레이션에 가까운 믹스를 의도했다. This Charming Man 테크노 가요의 매력이라면 무엇보다 요란함. 한 곡의 기승전결이 각각 다른 노래처럼 들린다. Material Girl 부끄럽지만 테크노 가요 믹스테이프를 누구보다 먼저 내고 싶었다. 또한 테크노 가요 음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르는 별에 불시착한 쇼와아이돌’ 아트워크를 좋아한다. 테크노 가요라면 당연히 아트워크와 함께 손에 쥐어야지. Part of Your World B면의 마지막 5분. Shishonen의 ‘Bye Bye Yuppie Boy.’ 요란한 음악을 주야장천 쏟아내다가 얌전하게 끝내고 싶었다. When You’re Smiling크고 시끄러운 이자카야. 꼭 엉성한 곳이어야 한다. 마네키네코가 있고 음식 맛도 별론데 목청껏 “이랏샤이마세”라고 인사하는 곳. Where Are You 우주만물, 클리크레코즈, 김밥레코즈, 유어마인드, 향뮤직.

제연 <+Free Soul Vol.1>
Call Me 클럽 디제이. 레코드 쇼핑을 좋아하고 힙합과 훵크, 소울 음악을 즐겨튼다. The Concept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있다. 클럽에서 크게 들을 때 더 멋진 음악이 있는가 하면 혼자서 감상할 때 더 의미 있는 음악도 있다. 지난 한 해 여기저기서 수집한 음반들 중 애착이 가는 소울 LP들로 이야기를 구성해 믹스했다. This Charming Man 소울음악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내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대중음악사에서 상당히 오래된 축에 속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른 변화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일단 힙합의 어머니. Material Girl 처음 디제이를 동경하게 된 시기에 그들은 믹스테이프를 꾸준히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꿈이었다. Part of Your World A, B 양면의 믹스셋 모두, 중간에 레온 웨어의 두 곡이 연달아 수록돼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 뮤지션을 좀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When You’re Smiling 혼자 들으면 좋겠다. Where Are You RM360, 워프드 숍, 헨즈 숍, 부산의 발란사.

후니지 <당신이 찾는 소울 가요의 모든 것>
Call Me 후니지 Huni’G라는 이름으로, 턴테이블리즘에 기반을 둔 샘플링 작법과 연주를 병행해 곡을 만든다. 또한 바이닐만을 사용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악을 디제잉한다. The Concept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의 1960~1980년대 음악들로 만든 믹스 시디다. 소울, 훵크, 사이키델릭, 브레이크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This Charming Man 단순 훵크나 소울 트랙도 있지만 아무래도 힙합과 연관된 샘플링/ 비트의 요소를 갖춘 트랙이 많다. 포인트(브레이크)를 귀 기울여 들으면 더욱 재밌겠다. Material Girl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하지 않는 건 MP3 음원 사이트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다. 음악을 가볍게 듣게 된달까. Part of Your World 시작 부분(1번 트랙 (김준 ‘마음의 날개’)을 좋아한다. 이 곡은 후니지와 그의 악단의 노래 ‘추상’에 샘플링되기도 했고, 국내에 몇 안 되는 매우 진한 소울 트랙이다. 그리고 26~29번 트랙. 세 장의 같은 버전과 한 장의 다른 버전을 사용해 총 4곡으로 믹스한 김하정 -> 안이연 -> 이미자 -> 김지성과 철도원의 ‘한오백년’ 파트도 좋아한다. When You’re Smiling 한국 가요와 관련된 공간 또는 영상이라면 어디든 좋다. Where Are You 백색 레코즈, RM360.

미미 <Spooky Monster>
Call Me 평일엔 평범한 회사원, 주말엔 간간히 디제이. 주로 1950~1960년대 점프 블루스, 로커빌리, 개러지 음악이나 한국 가요를 포함한 아시아 레코드를 튼다. The Concept 1960년대 호러 영화 부흥기 때의 <드라큘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미이라>, <좀비> 등 몬스터를 주제로 한 개러지 7인치 레코드를 모아 믹스했다. This Charming Man 지금껏 쉽게 접하지 못했던 몬스터를 주제로 한 음악과 다양한 개러지의 세계. Material Girl 물질적인 매체를 가지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아 만들었다. 또한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히 구석에서 시디를 발견해 다시 들을 수도 있으니까. Part of Your World 더 인디비주얼스의 ‘I Want Love’란 곡에 호러 스피크가 수록된 레코드를 덧입혀 원곡과 다르게, 나만의 방식으로 몬스터 호러 분위기를 더했다. When You’re Smiling 록 공연장이나 개러지 이벤트가 열리는 곳에서 나오면 좋겠다. 물론 할러윈데이가 가장 안성맞춤이다. Where Are You 백색 레코즈.

슈가 석율 <Sugar Sweet Rock Steady>
Call Me 스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자메이카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바이닐 셀렉타(자메이카에서는 디제이를 셀렉타라 칭한다)로 데뷔한 지는 5년. 스카, 레게, 록스테디를 셀렉팅한다. The Concept 록스테디라는 장르가 있다. 스카 이후, 레게 이전에 탄생한 장르다. 스카보단 느리고 레게보단 빠른 템포인데, 연주곡이 많고 관악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재즈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한편 가사가 들어 있는 노래는 거의 러브송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로서, 내 첫 믹스셋은 꼭 록스테디로 하고 싶었다. This Charming Man 록스테디는 ‘무드’ 음악이다. 사람을 감성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Material Girl 나는 옛날부터 직접 물건 모으는 걸 좋아했다. Part of Your World 9번 트랙부터 13번까지를 가장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해변에 기대앉아 선셋 아래에서 나른해지는 느낌을 받는달까. When You’re Smiling ‘Yellow Steady’와 ‘Green Steady.’ 1부와 2부, 아침과 밤이라는 설정이다. 아침에 상쾌하게 출발해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들기 전까지를 상상하면서 들으면 어떨까. Where Are You 초판은 다 팔렸지만 곧 다시 찍을 계획이다.

하세가와 요헤이 aka 양평이형 <Groovy Flowers of Asia – Twist & A Go Go>
Call Me 꼭 기술이 있어야 좋은 디제이는 아니다. 셀렉터로서의 디제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음악을 트는 디제이다. The Concept 디제이에게는 사치스러울 수 있는 ‘아시아 디깅 여행’을 통해 만난 음악들을 믹스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 믹스는 ‘결과물’이 아니라 디제이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This Charming Man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운 1960~1970년대 아시아 대중문화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다. 아시아 사람의 DNA 속에 있는 자연스러운 그루브랄까? Material Girl 새로운 음악을 알기 위해 음반을 직접 샀던 세대로서, 음악 뿐만 아니라 물건의 촉감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Part of Your World A면 끝부분에 나오는 대만의 유명 전기제품 회사의 광고송. 이 노래 때문에 대만 친구들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When You’re Smiling 아시아 여행을 떠나기 전, 가이드북을 읽을 때 틀어놓으면 좋겠다. Where Are You 초판은 완판. 일본, 싱가포르, 태국엔 재고가 있을지 모른다. 2탄을 내면서 이 믹스도 소량 다시 찍을까 한다.

최영 <ffff>
Call Me 바흐의 오르간 콘체르토와 빌 에반스의 피아노 솔로 곡을 붙이거나 배호와 이랑의 음악을 믹스하는 데 관심이 있다. 봉준호라는 이름으로 데뷔했고, 최근에는 최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The Concept Foofi(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주제로 만든 15개의 믹스 모음이다. Fifteen Foofies = <ffff>. 이 믹스 시디 패키지는 영화감독 봉준호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DVD 디자인을 변형해 만들었다. ‘Barking Dogs Never Bite’의 앞글자를 전부 F로 바꿨다. 각 믹스들은 특정 제목과 커버 이미지를 가졌고 이것이 믹스의 무드를 나타낸다. This Charming Man <ffff>에는 가요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들었다.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이상하고 웃긴 풍경을 봐주기 바란다. 이따금 아름답다. Material Girl 전철에서 파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팝송 500곡 CD모음집>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 Part of Your World 마지막 믹스 ‘Foofiology’는 4트랙 혹은 그 이상을 사용했고 밑그림 없이 우발적으로 녹음해 다른 믹스와 확연히 다르다. 드라마 최종화 같달까. When You’re Smiling 예) 누군가의 생일에 ‘Birth of Foofi’를, 자기 전에 ‘Lullaby of Foofiland’를. Where Are You 유튜브에서 릴리즈 예고 영상과 미리 듣기 영상을 볼 수 있다. 우주만물에서만 판다.

자말 더 헤비라이트 <레코드로 들어본 우리의 가락>
Call Me 주로 1970년대 한국 가요 및 영미권 소울, 훵크 레코드를 찾아 플레이한다. The Concept 제목 그대로 ‘가락’이다.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노래들을 담고 싶었다. This Charming Man 소울, 훵크, 디스코 등 영미권 기반의 음악에 오묘하게 녹아 있는 한국 고유의 소리와 리듬감이라 할 수 있겠다. Material Girl 특정 매체가 전달하는 고유의 느낌을 고려했다. 레코드 그리고 시디가 주는 감정을 함께 나누고자 선택한 방법이다. Part of Your World 제일 마지막 곡으로 넘어가는 부분. 한 시간 동안 녹음하면서 갖고 있던 긴장감이 풀어지는 기쁨의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꼭 여러 사람과 나누고픈 곡(넷소리 – ‘뽕 따러 가세’)이기도 하다. When You’re Smiling 굳이 답한다면 오후 3시의 종로3가 탑골공원이라고 하고 싶다. Where Are You 시디는 합정의 시트레코드와 연남동의 사운즈굿스토어에서 구매 가능하고, 들어볼 수 있는 곳은 따로 없다.

디제이 OO <주고받기 놀이 Vol.2>, <Missing Tracks Vol.2 – No More Cinemania>
Call Me 좋아하는 음악을 맥락에 맞게 소개하는 디제이? 셀렉터? The Concept ‘주고받기 놀이’ 시리즈는 탈영역 우정국의 행사 ‘포스트사이드’ 에서 탄생했다. Dydsu는 음악적으로, 개인적으로 오래 만난 친구로 우연한 기회에 백투백을 한 게 계기가 됐다. 주로 이상한 음악을 소개한다. 이게 뭐야? 하면서 멍해지는 게 매력이랄까. <Missing Tracks Vol.2>는 과거의 시네필로서 어떤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의 취향 도배다. 누군가는 이 믹스테이프를 “화면을 지워놓은 영화”라고 말했다. Material Girl 다른 사람에 비해 믹스를 많이 듣는 편인데도 듣지 않은 믹스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수북하다. 몇 년 전부터 카세트테이프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는 매체로서 좀 불편하더라도 적극적인 수용자를 찾는 게 재밌다. Part of Your World <주고받기 놀이 Vol.2>에는 내가 선곡한 인도네시아 가멜란 트랙에서 Dydsu의 태국 전통 음악, 또다시 YPY의 테크노가 한꺼번에 믹스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순간을 만들기 위해 ‘주고받기 놀이’ 시리즈가 있는 것 같다. <The Missing Tracks Vol.2>는 <트윈 픽스>의 음악을 담당한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로라 파머 테마곡을 만들었을 때를 설명하는 장면의 사운드다.(DVD 서플먼트에 있다.) 안젤로가 그 장면이 저절로 그려질 만큼, 미친 메소드 연기와 함께 설명한다. 한 홍콩 친구가 이걸 듣고 <트윈 픽스>를 다시 봤다고 얘기했다. When You’re Smiling <주고받기 놀이 Vol.2>는 어린이 운동회. <The Missing Tracks Vol.2>는 상영 준비 중인 영화관. Where Are You <주고받기 놀이 Vol.2>는 텀블벅 주문으로 예약을 받고 100장만 판매했다. <The Missing Tracks Vol.2>는 향뮤직, 우주만물, 아메노히 커피점, 유어마인드, 김밥레코즈에서 살 수 있다.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다고 망설일 필요 없다. 다운로드 코드가 들었다.

Dydsu <주고받기 놀이 Vol.2>
Call Me 디제이라기보단 근본 없는 음악 애호가 정도. The Concept 한 곡씩 주고받으며 10년 지기 친구의 진짜 속내를 알아가는 우정근성물. This Charming Man 온갖 장르가 뒤죽박죽된 믹스다. 신도시 프로덕션에서 발매된 권용만의 연재 만화 <노고산>에 나오는 ‘저항찌개’와 같은 매력이 있다. Material Girl 죽지도 않고 돌아온 각설이와 같이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한정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한정판 테이프로만 남기고 싶었다. 1,2편 아트워크를 모두 함께 한 신덕호를 비롯해 총체적인 결과물에 서로 만족하고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Part of Your World 인도네시아 가믈란 – 태국 무에타이 음악- 일본의 YPY – 한국의 김태곤 – 일본 민요로 이어지는 아시안 트라이벌 부분. 가장 강렬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Where Are You 여러 국적의 아시아인이 뒤섞인 어느 동남아 야시장의 BGM이면 좋겠다.

오대리 <Missing Tracks Vol.2 – No More Cinemania>
Call Me 장르 불문하고 숨겨지고 잊힌 소리를 발굴하고 찾아내 소개해주는 입장에 서려고 노력하는 디제이. The Concept 제작사인 플레인 아카이브와 헬리콥터 레코즈가 1960~1980년대 개봉한 한국영화 사운드트랙과 다이얼로그를 중심으로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This Charming Man 예지력을 겸비한, 기시감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대사와 반드시 재발견되어야 할 잊히고 묻힌 과거 한국영화 음악가들이 빚어내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앙상블. Part of Your World 믹스테이프의 10분 43초부터 시작하는 김호선 감독의 <서울 무지개>와 임권택 감독의 <안개마을>의 대사와 독백, 음악이 겹치며 마치 지옥도의 풍경처럼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전율이 일었다. Where Are You 작금의 요지경 같은 뉴스들을 접하고 있는 청자들의 사운드트랙 앨범이기를 바란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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