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샤퀴테리 전문점 4곳

번쩍 등장한 서울의 네 군데 샤퀴테리아에서 보란 듯이 붉은 샤퀴테리를 들여다봤다.

파테 프랑스에서 파테는 서민 음식이다. 거창하게 즐겨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뜻. 캄파뉴 빵에 파테, 머스터드, 그리고 작은 오이 피클인 코니숑 Cornichon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물론 보졸레 와인이나 내추럴 와인을 곁들이면 더욱 멋스러운 식사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산 파테 한 조각이 밀도 있는 위로가 된다는 건 먹어본 사람만 안다.

Maison Jo @maison_jo_
정통 프랑스 샤퀴테리 전문점인 메종조를 소개하는 가장 좋은 문장은 “진짜가 나타났다”다. 프랑스의 유명 샤퀴테리 전문점 메종 베호 Maison Verot에서 5년간 샤퀴테리를 배운 조우람 셰프가 주방을 지키고 있다. 주로 돼지고기를 염장해서 말리는 이탈리아와 달리 프랑스의 샤퀴테리는 익히는 것이 많다. 흔히 샤퀴테리는 짜야 한다고 말하지만, 잘못된 인식이다. “현지의 맛은 더 짜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사실 짜기만 하면 맛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여기서 제가 내는 맛은 프랑스에서 배운 그대로예요. 전통적인 맛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으려고요.”

Speciality 메종조의 파테와 테린, 소시지는 보기만 해도 침이 솟을 정도로 윤기가 흐른다. 돼지 간을 넣어 만드는 파테 드 캄파뉴 Pate de Campagne는 거친 풍미가 좋고, 견과류와 머리 고기가 들어간 프로마주 드 테트 Fromage de Tete는 돼지 편육을 닮은 익숙한 맛이다. 돼지 선지가 들어간 핏빛 부당 누아 Boudain Noir, 피멘톤이 들어간 시스토라 Txistorra 등 5가지 종류의 소시송도 함께 판매한다.

 

베이컨 한국에서 베이컨은 주로 브런치 디시 한구석에 찬조 출연하는 조연 신세지만 적절한 소스만 있으면 그 자체로도 요리가 된다. 홍차 삼겹 베이컨에 고추냉이를 곁들이거나 메이플 목살 베이컨에 바질 페스토를 더하는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본다. 특히 페퍼 롤 삼겹 베이컨과 블루치즈 소스를 함께 먹으면 소고기 못지않은 우아함이 느껴진다.

Bacon Realism @baconrealism
사실주의 베이컨. 샤퀴테리아에 붙이기에는 거창한 이름인 듯싶지만 전통적인 것이 아니면 그 어느 것도 넣지 않는다는 이곳의 베이컨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하다. 화학 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 대신 고수씨와 고수잎, 자몽 추출액을 넣는다. 덕분에 유통기한이 일주일밖에 안 되지만
그전에 이미 입 속으로 사라지니 큰 문제는 아니다. 매장에서는 베이컨 이외에도 초리조, 하몽 등 약 10종의 샤퀴테리를 구매할 수 있으며 수프,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팝업 키친도 운영 중이다.

Speciality 3가지 후추 향이 강렬하게 퍼지는 페퍼 목살 베이컨과 페퍼 롤 삼겹 베이컨, 부드러운 홍차 향이 기분 좋은 홍차 삼겹 베이컨, 메이플 시럽이 들어가 ‘단짠’의 조화가 중독을 부르는 메이플 목살 베이컨을 판매한다. 누구나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식감을 위해 모두 4밀리미터로 두께로 썰었다. 베이컨의 맛만큼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곳의 주류 리스트. 흔히 짝으로 생각하는 맥주보다 바이주가 더 많다. 향이 좋은 중국 술은 기름진 베이컨과 진득하게 잘 들러붙는 조합이다.

 

건조 생햄 코파, 론지노, 브레사올리와 같은 건조 발효 생햄은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이 특징이다. 이렇게 맛있는 햄에는 빵 한 조각과 치즈와 머스터드 정도면 충분하지만,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소금집 매장에서만 파는 주니퍼 베리 향의 진을 곁들여본다. 술 한잔에 햄의 달콤한 고기 맛이 한결 더 살아난다.

Salt House @salthousekorea
“소금과 훈연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델리 미트를 섭렵한 대가가 되고 싶어요.” 소금집은 음악을 하던 조지 더럼과 장대원 대표가 앨범 작업비를 모으기 위해 열었던 팝업이 모체인 곳이다. 어느새 규모가 커져 30종이 넘는 샤퀴테리를 만든다. 호기심과 욕심 덕분에 신제품이 계속 쏟아진다. 음식을 전공한 더럼 대표가 제품을 만들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겸하던 장대원 대표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5월 중엔 망원동에 그로서란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금집 제품을 모두 모아 한 자리에서 사고 맛보는 일종의 ‘델리 미트’ 편의점과 같은 공간이다.

Speciality 잠봉이나 햄을 필두로 한 델리 미트와 판체타, 관찰레와 같은 베이컨 종류도 많지만, 건조 발효 생햄인 드라이 큐어 제품은 소금집이 아니면 다른 곳에선 만나기 어렵다. 돼지 목심으로 만든 코파 Coppa는 살코기 사이에 꽃처럼 핀 지방이 혀에서 고소하게 녹아내린다. 돼지 등심으로 만든 론지노 Lonzino와 소고기로 만든 브레사올라 Bresaola는 얼핏 보면 모양새가 어란 같다. 물론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도 어란 못지않다.

 

살라미 살라미는 다른 샤퀴테리보다 발효취가 강해 즐기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는 시트러스 계열의 잼이나 피망 피클을 곁들이면 그 향이 중화된다. 특히 써스데이 스터핑의 살라미는 짜지 않아 다른 식재료와의 조화가 좋은 편이다. 크래커에 얇게 썬 살라미 한 장, 잼 약간을 올리면 와인 안주로도, 간식으로도 멈출 수 없는 맛이다.

Thursday Stuffing @thursday_stuffing
써스데이 스터핑은 올해 2월 문을 열었지만 조성하 대표는 2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을 준비해왔다. 가장 고심한 것은 국내산 재료와의 조화다. 써스데이 스터핑은 익숙한 식재료로 서양식 가공육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수많은 실험을 거쳐 만든 네 종류의 살라미를 선보인다. 제주 흑돼지와 김치 유산균, 신안 천일염, 향신료를 잘 섞어 24시간 이상 발효하고 또 4주 동안 숙성을 거쳐야 완성된다. “냄새가 쿰쿰하고 겉모습도 투박하지만 사실 살라미는 섬세한 음식이에요. 온도나 습도 중 하나만 틀어져도 맛이 변하기 때문이죠.”

Speciality 이 집 쇼케이스에는 된장을 넣어 만든 살라미 소프레사 Sopressa, 여러 종류의 치즈를 넣은 살라미 포르마지오 Formaggio, 통후추를 넣은 살라미 카치아토레 Cacciatore, 청양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린 살라미 피칸테 Picante가 가지런히 누워 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살라미 소프레사타에 된장과 통후추를 더한 살라미 소프레사는 씹을수록 은은한 신맛과 알싸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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