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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집중 탐구

2018.05.07이재현

누를 것이 많아 더 흥분되는 전혀 다른 탈 것들의 운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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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orghini Huracán

람보르기니 우라칸 높은 출력, 날렵한 디자인, 그리고 수억 원대의 가격. 슈퍼카를 정의하는 기준은 없지만, 람보르기니는 슈퍼카에 기대할 법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우라칸은 투우와 관련된 것으로 모델명을 정한다는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19세기 전설적인 투우소 이름을 땄다. 당장 뭐라도 들이받으려는 듯 머리를 잔뜩 움츠린 황소 엠블럼처럼 우라칸은 땅에 바짝 엎드려 있다. 자연흡기 10기통 엔진이 과격하게 박동하길 기다리면서. 우라칸이 다른 슈퍼카와 가장 명확하게 구별되는 점은 디자인이다. 바퀴를 제외하고 외관에서는 곡선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직선 위주의 윤곽을 그린다. 인테리어에도 곡선은 스티어링 휠뿐, 계기판과 송풍구도 여섯 개의 직선이 만나 이룬 육각형 모양이다. 언제나 화난 듯한 과격한 성능, 부드러운 느낌은 조금도 없는 디자인. 직설적이고 격렬한 슈퍼카 우라칸에는 람보르기니가 차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 눕혀 놓은 알파벳 D와 닮았다고 해서 흔히 ‘D컷 스티어링 휠’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바텀 플랫 스티어링 휠’이다. 우라칸처럼 차체가 낮은 차는 타고 내릴 때 다리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의 하단부를 평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2 방향지시등 레버가 스티어링 휠 위에 달린다. 큰 패들 시프트(4번)가 운전대 지지대에 고정되어 스티어링 휠 뒤에 마땅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쉽게 닿는 곳에 레버가 있어야 빨리 달리면서도 주변에 진로 방향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다.

3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 버튼. 이탈이아어로 도로를 의미하는 ‘스트라다 Strada’는 일상적인 주행 모드, ‘스포츠 Sport’는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다. 끝까지 누르면 경주를 뜻하는 ‘코르사 Corsa’ 모드가 된다. 트랙 주행에 최적화된 설정이다.

4 기어노브가 없고 주차(P)와 후진(R), 수동 변속 모드 버튼(M)만 있어서 주행 중 강제로 단수를 바꾸려면 패들 시프트를 사용한다. 기어를 중립에 둘 땐 두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긴다.

5 우라칸은 차체가 극단적으로 낮아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는 운전하기 어렵다. 이 버튼을 누르면 차체 앞부분을 4센티미터 들어 올려 한결 수월하게 과속방지턱 등을 통과할 수 있다. 속도가 시속 70킬로미터를 넘으면 자동으로 다시 자세를 낮춘다.

6 슈퍼카는 내부가 좁아서 군데군데 컵홀더를 만드는 것도 사치다. 대신 최소한의 편의를 위해 공간을 똑똑하게 활용한다. 컵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의 CD롬처럼 대시보드에 숨어 있던 컵홀더가 스르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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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vo TruckS FH540

볼보트럭 FH540 트럭은 기능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트레일러에 연결해 컨테이너 박스를 끌고 다니는 트랙터, 별도의 덮개 없는 화물칸이 달린 카고, 흙이나 자갈을 싣고 공사 현장에 내리도록 적재함을 기울일 수 있는 덤프다. FH540은 볼보트럭의 대형 트랙터다. 내구성이 뛰어나며 장거리 운행을 고려한 편의 시설이 다양하다. 2미터 길이의 침대는 기본이고 옷을 비롯해 갖가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서랍, 냉동 기능을 포함한 냉장고가 운전석 뒤에 있다. 또한 육중한 덩치에 알맞게 개발한 첨단 전자 장비로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는 볼보트럭의 대표 모델이다.

1 고급 승용차에 실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 트럭에도 있다.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린다. 총 다섯 단계로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2 에어 서스펜션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 트레일러를 연결하거나 화물에 따라 차고의 높이를 바꿀 때 사용한다.

3 트럭은 무거운 만큼 제동 시 브레이크 패드에 큰 부담이 간다. 무리한 마찰이 잦으면 제동 거리가 늘어나고, 브레이크 패드도 빨리 닳는다. 그래서 배기가스 압력을 제어해 일부러 엔진에 부하를 걸거나, 기어를 변속해 속도를 줄이는 엔진 브레이크 레버를 많이 사용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엔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할 수 있고, 제동력의 강도도 설정할 수 있다.

4 차가 선회할 때 코너 안쪽 바퀴와 바깥쪽 바퀴의 회전수가 달라야 안정적으로 돈다. 이때 구동력을 양쪽에 다르게 배분해 안쪽과 바깥쪽 바퀴의 회전수를 조절하는 것을 차동장치(디퍼렌셜)라고 한다. 하지만 험로에선 약점이 되기도 한다. 바퀴 한쪽이 미끄러운 바닥을 밟거나 공중에 뜨면 해당 바퀴에 구동력이 몰려 앞으로 나가지 못할 수 있다. ‘디퍼렌셜 록’ 버튼을 누르면 디퍼렌셜이 작동하지 않아 양쪽 바퀴에 동일한 구동력을 보내고, 땅을 안정적으로 디딘 바퀴가 차를 밀어내도록 유도한다.

5 경사로에 멈춰 있다가 출발할 때 트럭이 뒤쪽 혹은 앞쪽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버튼. 오르막과 내리막을 자동으로 감지해 작동한다.

6 차 안에서 자거나 쉴 때, 시동을 켜지 않고도 장시간 히터와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이다.

7 ‘ 보기 Bogie 스위치’다. FH540에는 총 세 쌍의 차축이 있는데, 가장 뒤쪽에 있는 3축의 바퀴는 땅 위에 내리거나 땅에 닿지 않도록 올릴 수 있다. 화물에 따라 앞뒤 무게 배분이 필요하면 자동으로 작동하지만 버튼을 통해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8 주요 부품이 운전석 아래 있어서 트럭을 정비하려면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는 ‘캡틸팅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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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CBR 1000RR

혼다 CBR 1000RR 한때 슈퍼바이크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필수가 된 전자 장비 도입에 인색한 탓에 경쟁 모델들에 치여 점점 잊히는 듯했다.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먼저 만들기 시작한 혼다에겐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신형 CBR 1000RR은 그동안 지적된 빈틈을 성실하게 보완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본기만큼은 경쟁자들이 넘보지 못한 강점이었는데, 이제 첨단 전자 장비까지 더했다. 혼다 CBR 1000RR이 다시 슈퍼바이크 세계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1 수동 변속기 모터사이클에선 변속할 때 사용하는 클러치 레버 역할을 한다. 우측 손잡이 뒤에 있는 것은 전륜 브레이크 레버다.

2 ‘토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등 각종 전자 장치를 설정하는 버튼. 그중 ‘파워 셀럭터’는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각 단수마다 1단계에 두면 가장 높은 출력을 내고 5단계에 가까워질수록 상대적으로 약한 힘을 내서 여유롭게 주행할 때 적합하다.

3 브레이크 오일 탱크. 자동차의 경우 엔진룸 안에 숨어 있지만,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4 열쇠를 꽂아 돌리고 이 버튼을 아래로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열쇠를 뽑지 않고도 버튼 윗부분을 눌러 바로 시동을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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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SAN DX210W-5

두산 굴착기 DX210W-5 바퀴가 달린 것을 ‘휠 굴착기’, 탱크처럼 무한 궤도로 움직이는 것을 ‘크롤라 굴착기’라고 한다. 두산에서 생산하는 가장 큰 휠 굴착기 DX210W-5는 무게가 20톤에 이르고, 구덩이를 6미터까지 팔 수 있다. 굴착기의 구조는 사람의 팔과 비슷하다. 위팔뼈를 ‘붐’, 아래팔뼈는 ‘암’, 손은 ‘버킷’이라고 볼 수 있다. 굴착기는 이 팔 부분과 360도로 돌 수 있는 상부체(운전석이 있는 본체)로 이루어진 토목 공사의 주인공이다.

1 앞뒤로 움직이면 암을, 좌우로 움직이면 상부체를 돌리는 작업 레버.

2 휠 굴착기는 공기가 들어 있는 타이어 때문에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다 보면 출렁거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아웃 트리거’라고 부르는 장치를 꺼내 지면을 견고하게 디딘 채 작업한다.

3 쌓인 흙을 밀어낼 때 필요한 ‘도저’를 내리는 버튼. 보통 굴착기 뒤편에 도저가 달리고, 앞에는 아웃 트리거가 달린다.

4 전진과 후진 시 사용하는 기어노브. 최고속도는 시속 35킬로미터지만, 크기가 너무 커 도로 주행은 할 수 없다.

5 앞뒤는 붐을 조작하는 방향이다. 왼쪽으로 밀면 버킷을 오므리고, 오른쪽으로 밀면 버킷을 편다.

6 작업에 필요한 엔진 동력을 조절하는 조그 다이얼. 자동차의 가속 페달과 같다.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대부분의 힘을 붐과 암, 버킷을 움직이는 데 쓴다.

    에디터
    이재현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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